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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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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이디어로 진보적인 사이트에 잠입해 여론을 조작하고 사이트 자체의 기능까지 마비시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댓글부대>의 내용을 과연 어디까지 사실이라고 여겨야 할까. 작가는 소설의 말미에 현실의 인물이나 단체, 인터넷 사이트의 이름을 차용하고 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적전으로 작가 자신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에서 운영한 댓글부대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그후로 강남구청 댓글 사건을 비롯하여 크거나 작게 인터넷상에서 댓글부대가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이 소설을 전적으로 허구다 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소설의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이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소설은 때로 현실의 비정함을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으므로.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7장, 170쪽)

각 장의 제목들은 나치 독일에서 국민계몽 선전부 장관을 지냈던 선동의 천재 요제프 괴벨스가 했다고 전해지는 어록들을 인터넷에서 모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씌여진 목차를 주욱 읽다보니 영화 <내부자들>에서 부패한 언론인 역의 백윤식 배우가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대중은 개 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껍니다."

 

출처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알 필요 조차 없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일텐데, 대중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아닌 정보조차 사실로 받아들이며 혹은 아무 생각없이 자신이 보게 된 것을 타 사이트로 퍼나르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여론 조작 행위에 뜻하지 않게 동참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댓글부대>에서 실제로 댓글을 달고 사이트를 어지럽히며 여론 조작을 하는 이른바 댓글부대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선동당하는 일반인들조차 어떤 정치관이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아니라, 경제적 목적이나 그저 단순히 재미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진보적인 정치관과 세계관으로 묶여 한 사이트를 구축한 사람들일지라도 하나의 적을 두고 사나워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는 어떤 소신을 가졌든 이 시대의 인간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는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반면, 한국 사회를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등장하는 일흔은 족히 넘은 것으로 보이는 회장이라 불리는 노인은 신중현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하며 애국을 말하지만, 작위적인 그의 모습에서 어버이연합의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그분들은 '애국'이라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자식세대들에게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겠다는 교훈 정도 외의 다른 울림을 주지 못한다(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며, 애국은 '나라를 위한 개인의 희생'임을 강조하던 시대를 산 분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이해한다).

 

 

작가 장강명은 묻는다. 자, 이것은 실상이고 현실이다. 너는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무엇을 하겠느냐. 혹은 애국이, 또는 국가가 무엇인지 너는 알고있나.

그러나 나는 작가의 물음에 동문서답하고 싶다. 자주 찾는 게시판을 두고 댓글을 달거나 하는 행위는 이전에도 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사용하는데 있어 새삼 더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겠다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데도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오해와 억측이 오가는데, 글자로서만 소통하는 장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고. 홈피에 리뷰를 올리는 일조차 '나'를 드러내는 인정 욕구에서 출발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로 인해 일희일비하지는 않겠다고.

 

안다는 것은 매우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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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거나 내가 믿는 정보를 의심할 때가 인간의 뇌는 게을러져요. 그래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 과정을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문제를 피하게 됩니다.

비의딸 2016-01-08 10:23   좋아요 0 | URL
그 게으름을 깨는게 지성이고 이성일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