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강원도엔 몇일동안이나 폭설이 내렸다 하고, 오늘 내일도 그곳에는 눈소식이 있다지만,
여기 이곳엔 금방이라도 봄이 오려나 봅니다. 지레 마음이 설레 옷을 너무 얇게 입고나왔는지
공기가 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지난 겨울은 13기 신간평가단과 함께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힘은 사람을 살만하게도,
너무 비참한 이야기는 살기 싫게도 하더라구요.
그래도 책과 함께 즐거웠습니다.
읽고싶은 소설 목록을 작성하며, 내가 추천한 책을 꼭 받아보고싶었지만,
단 한권도, 정말 단 한권도 나의 추천도서는 발탁되지 못했어요.
말해주세요.
내가 추천했던 책이 정말 그렇게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역시 신간평가단이 아니었다면 내 선택으로는 읽지 못했을 좋은 책들을 여러권 만났습니다.
그중 다섯권만 고르라면,
파과
구병모 지음/자음과모음
결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문학동네
천국보다 낯선
이장욱 지음/민음사
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문학과지성사
블랙스완그린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문학동네
가 되겠습니다.
이들 책들이 좋았던 것은 다음 읽을 책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죠.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를 읽고, 그의 대표작인 <일식>을 읽고,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읽는 식으로요.
13기 평가단의 마지막 작품으로 읽은 <블랙스완그린>을 읽고는 에바 크롬린크라는 인물에 매혹되어
데이비드 미첼의 전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탐내는 식으로요.
아, 그리고 딱 한권만 고르라면....
가장 최근에 읽었다는 핑계로<블랙스완그린>을 택하겠어요. 성장소설이지만,
패거리를 짓는 인간의 나약함이 너무 애처로웠거든요, 그리고 에바 크롬린크가 정말 좋았거든요.
매번 신간평가단 담당자님이 책을 보내면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저야 말로 정말 고마웠습니다.
좋은 책들을 읽고 감상을 적을 수 있어서요.
따뜻한 봄날에 다시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