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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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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죽음은 상쾌한 저녁'이라고 찬미했던 하이네를 인용했다. 삶이 고통의 한낮이기 때문에 유일한 평등으로써의 죽음만이 상쾌한 저녁이라 표현될 수 있노라고 했던 것이다.  여기 <제 7일>에서 위화는 상쾌한 저녁과 같은 죽음 후의 7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한 죽음들은 그야말로 고통의 한낮을 겪고, 보통의 삶에 비해 조금쯤은 더 억울하며 따라서 한을 품고 죽음에 이르렀으며, 그 후에도 편안한 안식을 위해 머물자리를 찾지 못한 그런 죽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여기고 싶은 나로서는, 이 책이 의미하는 '제 7일'이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연옥에 머물며 이승에 남은 질긴 인연을 재정리하는 의미의 7일간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틀렸다.

몹시 부조리한 이 세상은 죽음 직후에도 다소간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영혼들의 화장장인 '빈의관'에서부터 플라스틱 의자와 소파로 구분되는 일반 대기 구역과 귀빈 구역이 나뉘고, 귀빈 구역의 그들은 더 넓은 묘지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반면 유골함과 묘지가 없어 일반 구역에조차도 앉지 못한 이들은 떠도는 영혼이 된다. 어쩌면 작가 위화는 죽음 그 이후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은 이승에서도 가난과 슬픔, 원한으로 고통받았으며, 죽음으로써도 그 슬픔을 끝맺지 못했다. 그러한 그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끊이지 않은 이승의 인연으로 슬퍼하고 그리워한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일이 지나면 그마저도 모두 잊고 그야말로 슬픔도 고통도 원망도 없는 '무'의 세계에서 평안을 누리게 되는데...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 머무는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애도해 줄 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애도하는 자들이다.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유골함도 묘지도 만들어줄 아무도 없는 자들이 모이는 땅인 것이다.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 모인 이들은 모두 떠나온 세계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아픈일들을 겪었고, 그곳에서는 모두 하나같이 외롭고 쓸쓸했다. 그러나 애도해줄 사람이 있고, 유골함이 있으며, 묘지가 있다고 해서 사는 동안 고통이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삶이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을까. 어쨌든 나름의 고통과 슬픔이 있었을 것이나, 그저 남아있는 누군가가로부터 삶에서 비롯되는 고통과 슬픔을 위로받을 때 그나마의 고통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은 궁극적으로는 매우 평등한 것이어서 매장되지 못한 자들 또한 그들의 땅에서는 모두 아무 말도 행동 없이 그저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웃을 수 있다. 눈동자도 없는 빈구멍으로 부터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눈빛을 볼 수 있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 어딘가 섞인 무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서는 죽인자도 죽임을 당한자도 더이상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드디어 진정한 평등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불평등의 자리로 보여지는 빈의관에서의 화장 절차없이 차라리 떠도는 영혼이 되어 이승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쓰다듬을 수 있는 '매장되지 못한' 영혼이 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이세계로 이어질 순 없지만, 나중에 오는 이들로 부터 자신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와 그 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나중에 오는 이들 중 아는 이를 만날 수도 있고, 이세계에서는 원망스러웠던 자들을 용서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주인공 양페이는 7일이 지난 후에야 자신을 마흔 한 해 동안 살게했던 양 아버지를 만나고, 이승에서의 슬픈 인연과 그리움을 잊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이제는 가난도 슬픔도 원망도 고통도 없는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에서 투명한 공기와 같이, 흐르는 물과 같이 머물게 된 것이다. 누군가 양페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며 그의 유골함을 만들고 묘지를 만들어 줄 때까지... 어쩌면 영원히 '매장당하지 못한 자들의 땅'을 떠돌게 될지도 모르지만...

 

<제 7일>을 읽기 위해 먼저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작가의 전작을 읽음으로서 후속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삼관 매혈기>의 서문에서 작가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제 7일>이야말로 평등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허삼관 매혈기>와 같이 역시 죽음으로써 인간은 평등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죽어서도 평등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가 나로써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위화로부터 듣고싶었는데 작가의 말이나 서문이 없었던 것은 좀 아쉽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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