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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의 시대 - 대화로 재구성한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
루이자 길더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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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라니! 용어만으로도 머리가 옥죄여오는, 많이 들었지만 전혀 낯선 물리학 이론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하늘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책을 받아들고 한탄에 한탄을 거듭했다(빙고! 물리시간에 엎어져 잠만 잤어요).

고백컨대, 나는 이 책과 전혀 무관하게 살고 싶었으나,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당장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책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의외로 저자가 젊은 여자다. 뿐만아니라 얼굴까지 예쁜 그녀의 이력이 참으로 독특하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그 후 몇년동안 염소 농장에서 젓을 짜고 치즈를 만들면서 이 책을 8년간 기획했다. 또한 영화관의 영사기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동물을 기르며 생리학 관련 새 책을 쓰고 있다고.

그녀는 도식적이고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풍부한 대화와 인용문으로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썼다고 했다. '양자역학이라는 머리아픈 물리학 이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어디 높은 곳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나같은 이가 읽기에는 그다지 무리가 아닐듯 싶은 생각이 설핏 들었다. "그래, 읽어보는 거야!"

 

현대 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은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의 이론적 바탕이라고, 네이버 지식 사전은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양자역학과 전혀 관계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나의 주장은 확실히 틀린 것이다. 도대체 양자역학은 내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양자역학이란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으로 간단히 말해 양자역학이란 '힘과 운동'의 이론으로, 띄엄띄엄 떨어진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는 것이다(이런건 도대체 왜 밝히는거야!).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는데 아인슈타인은 빛이 파동이긴 하지만 그 에너지가 일정한 단위로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어 닐스 보어가 띄엄띄엄 떨어져있는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안했고,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파스쿠알 요르단 등이 새로운 역학을 만들어냈으며 그 뒤를 슈뢰딩거가 있었다. 파동함수, 불확정성의 원리, 상보성 개념 주장,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 등등 읽을수록 알 수 없는 용어들의 나열을 이 지적인 염소짜는 여인이 한마디로 압축해 준다.

 

"과학의 뿌리는 대화다!"

이말은 물질과 빛의 근본 성질에 관한 법칙을 처음으로 정립한 선구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말로 정확히는 과학이 실험에 의존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화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이 말에 힘입어 대화로 시작되고, 대화로 증명되는 '양자역학'에 관한 책을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다. 과학은 실험이고, 증명이고, 대화이지만 사실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의 특성상 두 사람간에 오고간 말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루이자 길더는 이를 위해 수많은 논문과 편지, 회고록 등의 문서를 철저히 수집해 이를 자룔로 대화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이라는 이론 안에 '불확정성 원리'가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우리가 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아주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이다. 루이자 길더는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당시의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 보어, 아인슈타인과의 대화를 회상함으로써 과학을 설명하기로 한 것이다.

"세상을 p 눈으로 볼 수 있고 q의 눈으로도 볼 수 있는데, 하지만 두 눈을 함게 뜨고자 한다면 어질어질해지고 만다."이것이 그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181쪽)

 

비엔나 대학교의 솟구치는 아치 아래에서 또 하나의 회의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비엔나는 파울리와 슈뢰딩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기도 하다. 차일링거가 트위드 코트에다 등에는 배낭을 멘 차림으로 걷는다. 그의 옆에는 납작한 중절모를 쓴 혼이 있고, 그린버거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실은 주정뱅이가 선으로 그려 놓은 이차원 세계 안에서 사는 아주 똑똑한 파리 같아."(541쪽)

 

위와 같은 대화의 재현을 위해 루이자 길더는 많은 자료들을 오랫동안 모았고, 자료들을 총동원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가상의 대화는 어느정도 작가의 상상력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한 재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겼다거나 책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전에 <리처드 파인만>을 만화로 보았을 때의 감상과 비슷한 것으로 책의 기획이나 작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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