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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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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부는 타인의 몫을 빼앗는데서 발생되고, 자본과 빈곤은 대물림되며, 자본은 자본만을 무한 증식시킨다는 마르크스의 <자본>에 관한 이론을 높이 사지만, 공산주의에 이르고 나면 왠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같은 나는, 이 빨간책을 받아들고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헉! 745쪽, 이게 사전이야 책이야. 새삼스레 왠 공산주의 공부. 기가 질린다. 이걸 언제 읽어. 아니 그보다 이걸 왜 읽어야 해?

 

평등사회를 꿈꾸지만, 그보다 먼저 국가주의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공산주의자보다는 아나키스트에 가깝다는 것을 먼저 고백한다. 내가 마르크스의 시대를 살았더라면 국가의 사멸을 주장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편이기보다 그러한 주장은 본질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한 아나키스트 바쿠닌을 지지했을 것 같다.

현재의 나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라고 믿는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유럽식 사민주의 체제로 가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권리가 묵살되는 공산주의와는 한참이나 다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상향이 실제 공산주의 사회로 실현되었을때, 그들이 주장한 국가의 사멸과는 정확히 반대로 공산주의는 국가 권력을 더욱 더 강고히 했으며, 공산주의의 교리를 설파하고 유지하기 위한 체계 속에서 일개 시민은 묵살되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체제 안에서든, 어떤 식으로든 국가는 개인을 묵살하기도 하더라는 것. 때문에 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떠나 기본적으로 국가체제를 반대하는 무정부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난 세기 동안 세계 3분의 1이 공산주의를 경험했고, 지금 현재도 베트남, 쿠바, 그리고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에 머물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적지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공산주의에 관한 세계사 라고 할 수 있겠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지나 바쿠닌, 볼셰비키 혁명,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은 물론이고, 유럽의 공산주의자인 로자 룩셈부르크, 그람시를 지나 미국, 독일, 유고의 티토, 서유럽, 중국의 마오쩌둥, 쿠바의 카스트로, 베트남의 호찌민, 칠레의 아옌데 까지 세계 모든 공산주의 사회와 공산주의자와, 공산주의 혁명, 공산주의에 관계된 지식인들 까지 공산주의를 아우른다. 너무 광범위하고 어지러워서 나로서는 도대체 책을 따라 갈 수가 없을 지경까지 돌고 도는 것이다.

음, 먼저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말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은 전세계 공산주의 개괄서로서, 공산주의가 전제적인지 아니면 해방적인지에 관한 논쟁의 답을 쓰기 위한 노력이였다고 말이다. 읽었다고 하기엔 뭣하고, 훑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책을 살펴본 나는, 적어도 이 세계에 존재했던 소비에트식 공산주의는 전제적인 것도 해방적인 것도 아니며, 마르크스-레닌이 주장했듯 공산주의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도 아니었다는 것을 소련식 공산주의를 통해 증명했다는 정도의 답을 얻었다. 적어도 그들에 의해 선전되고 시행되었던 공산주의는 환상이었다.

사회의 기초를 재건하고자 하는 욕망을 뜻하는 코뮤니즘은 1917년 러시아 혁명 이전에도 존재했던 이념이였다. 그러니까 인류는 오래전부터 일종의 평등주의를 꿈꾸었던 것인데, 공산주의 체제가 바로 그 이상향이였던 것이다. 공산주의의 교리는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는 누구나 똑같이 일하고, 누구나 똑같이 가질 것이며, 그 누구도 더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전파했다. 역사 속에서 늘 착취의 대상이 되어왔던 프롤레타리아는 흥분했다. 공산주의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라고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인류가 진보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실 속의 공산주의는 체제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데만 힘쓴 결과, 세계 어디에서도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나은 체제임을 증명하지 못했다(그러나 나는 잘 모르면서 카스트로의 쿠바식 공산주의에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기도 하다. 쿠바에서도 역시 공산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파는 처단되고, 경제는 침체 일로이며, 병색이 짙은 노년의 카스트로로 인해 현재 쿠바 사회는 혼란에 빠져있다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호된 대가를 치룰 망정 미국을 드러내놓고 경멸할 만한 용기? 베짱? 믿음? 같은 것이 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북한, 베트남, 쿠바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지만, 그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더이상 공산주의가 인민을 위한 구원의 방편임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이 지금껏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공산당 외의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으며, 공산주의를 제외한 모든 이념들을 거부하고, 외국 문화를 전적으로 차단하며, 당이 사법과 언론을 장악한채로 오로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만을 숭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았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겪은 베트남은 특별히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공산주의는 평등을 기본가치로 내세웠지만, 실제 공산주의 사회에는 독재와 폭력, 차별과 소외가 난무했다. 때문에 나는 내가 이해하는 공산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다르다는 인상조차 받는다. 적어도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는 일당 독재체제에 의해 유지되었던 소련식 공산주의는 아니었다라고 믿고 싶다.

저자는 공산주의가 지난 세기의 형태로 부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도 공산주의 신봉자들은 도처에 존재하고 있고, 이데올로기와 정치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확산될 가능성이 하며, 게다가 공산주의는 전이의 특성을 지녔다고 책을 마무리 한다. 이를 정치, 문화, 경제적 '진화'의 의미로 해석해도 괜찮은 걸까.

 

마르크스 이전의 공산주의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공산주의 기원과 실험을 거쳐 확산되고 변형되는 단계를 넘어 1991년 소련에서 조차 공산주의는 무너져 공산주의가 실패로 종결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공산주의에 관한 자료로서는 훌륭하지만, 한번의 독서를 위한 책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공산주의를 알고싶다는 의욕만으로 함부로 도전해서는 안되는 책이라는 정도의 감상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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