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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놓고 아프다고 말하기 쉽지않은 가족문제의 여러 사례를 다룬 한기연의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를 읽으며,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문제로 고민하고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가족의 문제는 다른 여타의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로 묶일 것이 아닌, '나'로 분리되어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이기때문에 같아야 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속속들이 알아야 하며, 또한 가족이기 때문에 늘 함께여야 한다는 생각이 소소한 가족문제를 유발하고, 그로인한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분명있는 것이다. 또한 가족은 반드시 사랑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때때로 삶을 고달프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만났을 때,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주는 상처들 혹은 희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심리서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모든 폭력적인 일들에 대해 고전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현실 속의 가족문제가 아닌 고전 속에 뻔하게 드러나있지만, 주의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만 빼고.

할머니 무릎에서 옛날 이야기로 들었거나, 혹은 동화로 읽었거나, 그도 아니라면 학창시절 고전문학으로 공부했던 옛이야기는 어린시절에는 그저 재미였고, 학창시절에는 지겨움이었으며, 그 이후에는 '전설의 고향'과 같은 기괴한 귀신 드라마가 아니라면 별로 접할 기회가 없는 고리타분한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기 때문에 특별히 고전을 읽어야 겠다라거나 하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다.

이에 고전을 현재에 되살리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저자가 고전을 재미있게 소개할 방법으로 택한 키워드가 '가족의 문제' 아니였을까 추측해 본다. 과연 할머니 무릎베개에서 들었던 옛날 이야기나, 동화, 고전에서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가족간의 '폭력'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만큼 더더욱 은밀하고 오싹한 것이였다.

부모 봉양을 위해 자식을 내다 버리는 이야기나 부모의 눈을 띄우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효'의 근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며, 본처가 아니라면 후처나 첩들은 한결같이 악독하고, 때문에 계모를 맞는 이들은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또한 기녀라도 '정절'은 여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정도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옛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오늘날 내가 사는 시대와는 전혀 다른 현실성없는 고래짝 이야기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다만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속에는 그시대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나아가서는 시대적 사회상들을 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옛이야기나 고전은 그냥 한번 재미로 지나치고말 단순한 성격의 것이 아닌 것이다.

 

한문학을 전공하고, 중국어문학 교수로 재직한 김경일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이 있다. 김경일은 현 한국사회의 문제는 공자와 유교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유교문화는 기득권자의 문화이며, 죽은자의 문화라고 일갈하고 있다. 근본주의적 시각을 갖은 보수주의자들이 판치는 어르신들에 대해 경멸의 시선을 갖고 20대를 보내던 나에게 김경일의 책은 한 줄기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인 이 책을 요즘 다시 읽는다면 그를 세계화주의자라고 비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기득권자 죽은자의 문화를 그만 죽여없애자 주장했다가 그 자신이 여론의 뭇매로 죽다 살아난 그의 야멸찬 주장에는 지금도 여전히 크게 공감하고 있다.

<가족 기담> 속의 가족문제는 정확히 기득권으로부터 출발한다. 양반, 남자로부터 시작되는 기득권은 가족에의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읽는 <가족 기담>은 그대로 한 편의 옛 이야기로 이어져 술술 책장이 잘도 넘어갔다. 마직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렇게 재미있게도 고전을 해석해 볼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고리타분하고 오래 묵었다는 이유만으로 '古典'인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많이, 널리 읽혀 왔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의 폭이 크고 깊었다는 다른 뜻이다. 그렇기에 '고전'은 그대로 오늘날의 사회상을 해석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라는 것을 <가족기담>을 통해 피부로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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