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경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떤 체제에서 살아가든 경쟁을 피할 도리는 없다. 경쟁은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사회는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다만 어떤 경쟁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식 무한 경쟁이 '나쁜 경쟁'인 이유는 단지 비인간적이라서만은 아니다.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탈락한 다수를 재기 불능의 잉여 세력으로 방치해두고, 승리한 소수 역시 사회 발전의 창조적 동력이 되지 못하는 경쟁 체제를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 (230쪽, 나가는 글 中)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두가지 중 첫번째는, 경쟁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면서 만족감보다 박탈감을 느끼는 날이 더 많아 질 수록, 기약없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희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수록, 나는 오히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나마 눈치채게 되었다. 타인과 나의 삶을 끝없이 비교하며, 남들보다 뒤쳐질까봐 늘 불안한 그런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이 모두 '경쟁'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웃을 거부하고, 연대를 부정해 개인을 각개 단위로 고립시키며,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도록 하는 주범은 '경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며, 경쟁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기게 된 것은, 무한경쟁을 주도하는 자들에 의해 학습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쟁이 만들어내는 아귀다툼을 도저히 인간의 본성이라고는 여길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경쟁은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내가 알고있는 '경쟁'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생존경쟁이며,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본성인 경쟁은, 패자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주워지는 좀 더 효율적인 경쟁이라는 것이다. 말그대로 경쟁이 따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두번째는, 경쟁은 공존의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 경쟁을 목숨을 건 투쟁으로 잘못 알아듣고 있던 나로서는, 공존의 반댓말은 당연히 경쟁일 수 밖에 없었다. 결승선을 향해 일직선으로 질주하는 경쟁에서는 공존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승자는 단 한사람이므로.

그러나 여러번의 패자부활전이 가능하고, 다양한 기회를 통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바로 공존하는 사회일 것이다. 경쟁을 하되 소수의 승자를 판별해 내는 경쟁이 아닌, 서로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은 사회라면 말이다.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회, 어느 한 부문에서의 실패를 인생 전체의 패배로 여기지 않을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바로 공존하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주재 특파원으로 있는 저자는, 스위스를 따뜻한 경쟁이 가능한 공존의 사회라고 보았다. 남한보다 작은 영토에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며, 사용하는 언어가 네가지나 되는 스위스는 통합보다는 분열에 어울리는 요소가 많은 나라임에도 사회통합성이 매우 높고,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부자 나라이다. 저자 맹찬형은 그 비밀이 경쟁의 경로를 분산해 공존할 수 있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한 것에 있다고 보았다. 즉,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강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시스템이 스위스를 공존 사회로 만든 것이다. 따뜻한 경쟁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 이다.

반대로 일단 대학을 나와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졸업한 후에는 취업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사회는 기약도 없는 말 그대로 무한경쟁의 사회이다. 끝도 없이 경쟁하지만, 결국 누구도 최후의 승자는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저자는 공교육의 강화를 제안한다. 또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를 없애 과도한 경쟁으로 불평등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제도를 마련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진작하여, 복지 지출은 소비와 고용 및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고, 생산량을 증가해 복지를 위한 세원을 마련하며, 이는 다시 복지 지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가 재분배의 수단이라고만 무작정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이또한 새로운 앎 이었다.

복지는 저자의 말처럼 소비가 아닌 생산이며, 보편적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무작정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성장과 함께 공존하는 합리적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 사회 복지제도의 기조인 사후 대응 방식의 복지정책이 아닌, 예방적 조치로서의 복지정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가 빈곤층만을 위한 제도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빈부격차와 함께 사회적 위화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복지 정책은 빈곤층만이 아닌 부유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디아스포라의 눈>을 쓴 재일 조선인 서경식 교수는 <디아스포라의 눈>에서 국민국가 시대의 다수자인 국민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디아스포라인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은, 다양성과 포용을 견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스위스라는 나라에서 외국인이며, 외부 기자인 맹찬형이 보는 스위스의 모습은 전체적 조망과 함께 세부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내국인이면서도 외부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조국의 모습 또한 적당한 거리감으로 견지될 것이 였다. 때문에 <따뜻한 경쟁>은 무한경쟁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으면서도, 그 위험성에 대해 무감각해진 절대 다수의 내부자인 우리들이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