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과학적 지식이 짧은 나는 뭔가 좋다라고 광고하는 제품은 무조건 의심하고 보는데,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누구든 지갑을 열기위해 사기를 치더라는 경험아닌 경험을 통해서다. 해서 나는 홈쇼핑 광고라든가 하는 것은 절대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맹신하는 제품이 있으니, 바로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이다. 특히 원재료를 유기농 식물성으로만 썼다는 프랑스의 S제품을 오랫동안 애용하고 있다. 나의 맹신이 근거없고 조악하기까지 하지만, S제품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남들보다 탱탱하고 하얀 내 피부가 그를 증명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또 생각해보면 하얀피부는 어려부서 늘 여자 어른들의 관심을 끌곤 했다) 타고난 피부라 해도 나이가 들면서 노화되어 갈테고, 그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는데 S제품이 크게 한 몫하리라는 믿음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의 이런 맹신과도 같은 믿음이 이 책을 읽은 후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졌다. 한 편으로는 '믿는대로 될 지어다'라는 성경구를 여전히 외면서 말이다. 
 

사회적으로나, 나 개인적으로나 복지에 관심이 많다. 복지는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믿는 나는 우리나라의 복지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확인할 때마다 절망하곤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는 희망도 한다. '무상급식'이 왜 '무상'이 아닌지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좋아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일본 지바 현에서 장애인 복지 인권 조례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세상은 한순간에 확 바뀌지 않는다. 혁명조차도 혁명이 일어나기까지, 1센티미터씩 변하는 과정을 밟아온 것이다. 지금 우리의 복지 현실에 절망하지만 우리 사회도 1센티미터씩 변하고 있다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애인, 그들은 비장애인들의 조건에 맞춰진 사회에서 가장 약자일 수 밖에 없다. 가장 약자에게도 복지스러운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 아니겠는가. 살기좋은 우리들의 나라를 꿈꾼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섰던 뉴욕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와 한미 FTA비준에 반대해 여의도에 섰던 우리들은 같은 편인가. 자본의 무력앞에 맞섰다는 점에서는 한 편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첨병 미국 옆에 서 있다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배웠는데, 자라면서 그것이 꼭 '선' 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99%가 반대해도 이루어지는 일이 99%가 반대한다고 해서 뒤짚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좌파 사상가들은 '그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속삭여 줄 듯 하다. 비록 대안 대신 문제점만을 늘어놓았다 할 지라도.  

  

 

 

 

다만 아쉬운 것은 2000년에 출간 된 책이라는 것, 그것보다 더 답답한 것은 1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유효한 책이라는 것, 그것보다 더더더 숨막히는 일은 지금 꼭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라는 것. 내년은 올해보다 경제적으로 더 팍팍할 것이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사회주의로의 환원, 마르크스 주의의 도래다. 마르크스를 제대로 읽은 적도 없으면서, 남몰래 환호하게 되는 것은 자본이 제공하는 사회 시스템에 나 또한 서서히 지쳐가고, 신물나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힘들다. 산다는 게. 아이는, 내 아이는, 안 힘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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