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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신자들 - 대중운동의 본질에 관한 125가지 단상
에릭 호퍼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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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10일 한미FTA 비준안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했다. 어버이연합은 크고 작은 여러 시민운동 현장이나, 노동운동 현장, 또는 선거국면에서 자주 등장해 도를 넘는 행동으로 많은 이들을 어이없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달밤에도 현장에서는 절대 선글라스를 벗지않는다는 이 어르신들은 노구를 이끌고 도대체 무엇때문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이땅의 어른으로서 듣지 않아도 좋을 비난듣기를 자청하는 걸까. 이들을 맹신자로 보아도 좋을 것인가. 그렇다면 이들이 맹신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트위터에서 자주 만나곤하는 자칭 타칭 '노빠'로 일컫어지는 이들은 전후좌우를 무시하고, 무조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장면은 용서치 않겠노라고 분노하곤 한다. 엄연히 한미 FTA의 시작은 노 전 대통령이었것만, 노 대통령의 FTA와 MB의 FTA는 다르다며 열을 올리고, 이에 대에 토를 다는 이에게는 트윗상의 뭇매도 불사하곤 한다. 이들에게 노무현이란 함부로 넘을 수 없는 성역이다. 이들 또한 맹신자로 보아도 좋을 것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맹신자, 광신자는 먼저 종교인을 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중에서도 타종교에 배타적인 개신교 신자들을 들 수 있겠는데, 개신교 신자라고 100% 타종교에 배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지만, 그들에게조차도 하느님은 유일신이며, 타종교는 존중되어서는 안되는 사이비이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유일신인 하느님을 전도해 만세계가 하느님의 자식임을 증거하는 일을 종교인 스스로 최고의 가치라고 여긴다. 이들은 과연 맹신자일까?
위의 세가지 경우의 맹신자들은 자신이 추종하는 것은 다르지만, '맹신'이라는 의미에 있어서 그들은 한가지 이다. 그것은 맹목적 신념과 일편단심의 충성심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내가 믿는 어떤 것의 상대편에 서있는 것은 모두 사이비이며, 절대 악이다. 그렇기에 나의 신념인 그것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무엇이다. 
 

이책은 한마디로 맹신자들의 심리를 해석하는 책인데,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버이연합의 말도 안되는 보수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쉽게 어버이연합의 노인들은 알바비 때문에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 책에 의해 내 나름으로 해석해 보자면, 그들을 이끄는 것은 몇 푼의 돈이 아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변화를 두려워한다. 또한, 자신들의 쓸모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은 사람들이다. 퇴역군인 처럼 인생의 뒤안길에 선 어버이들은 이땅의 불안한 젊은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옳지않아. 너희들이 뭘 알아, 전쟁을 겪은 우리들은 알아, 그것은 빨갱이 짓이야!."
나름의 맹신, 자신은 언제고 옳다는 믿음. 그 믿음이 끝나는 날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내 자신이 맹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노빠'의 한 사람으로 이제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든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 그의 올바름, 그의 신념,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그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그분을 욕되게 하는 것은 일부러라도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어진다. 또 나는 카톨릭 신자로 하느님이 유일신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주, 나의 이 믿음들이 주입되고, 허황된 어떤 근거없는 맹신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맹신은 빈약한 내 자신을 우회해 다른 대상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표현되곤 한다. 나는 약하지만, 내가 믿는 그것은 옳다는 신념, 대상에 대한 동일시가 맹신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것, 나름의 신념은 지키되 탄력성 또한 놓지 않을 것. 무책임한 집단에 숨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 행동하기 전에 생각할 것. 나는 맹신자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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