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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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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이 막 업데이트 된 '나는 꼼수다'를 듣고 난 후와 같다고 하면 너무 가벼우려나. 그러나 딱 그 느낌이다. 목소리를 좀 내서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고 웃으며, 분노와 공감을 넘어 연대까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목이 메는 느낌이다. 딱 한만디로 표현하자면, 김어준의 언어로 '쫄지마' 바로 그거다.
 

이 책은 2010년 5월 17일 부터 시작해 1년간 50회가 연재된, 한겨레 신문의 대담 '직설'을 그대로 옮겼다. 책에는 36회 분이 실려 있는데, 세상을 떠난 리영희 선생과의 가상 대담을 시작으로, 지식 광대 김제동, 진보 대표 독설가 진중권, 홍대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 세 분과, 서울시장 보궐 선거로 더더욱 이슈가 된 안철수와 원순 씨, 필리핀에서 온 이주 노동자 미셸 카투이라, 언론노조 위원장 이강택,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까지 인터뷰 당시 이슈가 된 인물들을 다양하게 초대해 한 시대가 반성하지 않은 것과, 현 시대가 고민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직설로 풀었다.
별걸 다 기억하는 역사학자 한홍구와 별걸 다 기억하는 역사학자보다 더 많은 걸 기억하는 서해성 작가는 애초의 기획대로 구어체로 우아하지 않게 초대 손님들을 맞았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려니 때로는 센 소리, 된 소리가 나기도 했고 무게잡지 않은 우아는 냉소로 비쳐져 일부에서는 한겨레 신문 절독 사태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자찬대로 무사히 기획된 횟수를 채웠고, 그리고 책으로 묶이었다.
김제동의 인터뷰는 경향신문의 '김제동의 똑똑똑'과 맞 인터뷰였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김제동의 똑똑똑'이 더 자연스럽게 읽혔다. 한홍구와 서해성이라는 인물과 한겨레가 주는 딱딱한 무게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1년 새해 첫 손님으로 맞은 한미 FTA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 이해영과의 대담은, FTA 비준 시기에 때맞춰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이 동포 간담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하게 되면 우리는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영토를 가지게 됐다"고 말한 기사와 겹쳐지면서 답답한 마음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두분은 우리와 함께 하시고, 반드시 이긴다.' 라고 했다. 여기서 주어인 '우리'는 누구를 가르키는 걸까. 그저 제일 야당인 '민주당'을 가르키는 것이었을까. 한나라당을 제외한 우리 모두를 말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가끔 '마우스 랜드'의 권력자 고양이들이 처음부터 고양이었는지, 권력자가 되고 난 후 고양이가 된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 가슴에 체증이 남지 않는다. 들을수록 없던 용기도 생기는 느낌인데, <직설>은 뒤로 갈 수록 자꾸만 목이 메였다. '백성은 가난한 것에 화내기 보다 불공정한 것에 화를 낸다' 는 김두관 경남 도지사 방에 붙어 있다는 액자가 목구멍에 턱하니 걸려, 먹은 점심이 얹히는 느낌이었다. 불공정한 세상을 용서치 못하겠는거, 그럼에도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는 거, 한 숟가락이라도 먼저 더 먹겠다는 아귀다툼에서 그나마의 밥 그릇도 빼앗길까봐 바삐 돌아가는 내 꼴이 너무나 비루해서 목이 메인다. 국민한테 정말 절실한 것은 내 집 갖기, 내 자식 잘되기, 내 건강 챙기기 라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말에 눈 꼬리에 자꾸만 물기가 밴다. 여당 대표인 그가 그토록 잘 알고 있다는 것에 화가 치민다.   

이대로 가면 부자 나라가 아니라, 부자만의 나라가 될게 뻔한 한국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는 한홍구의 말에 다시 한번 다짐한다. "쫄지마..."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의'는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가.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잘 모르겠고, 단순하게 내 생각에는, 적어도 공동체의 70% 이상은 정의라고 느끼는 것이 바로 '정의'가 아닐까 한다.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정부를 정의롭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 국민의 역할이고, 그 전달체계로서 언론이 존재하는 것일텐데,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하지 않을 때, 국민 또한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고, 그리고 국민의 대다수인 우리는 그들만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게 될 뿐이다.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각성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 맞으리라는, 그게 가슴에 나침반 하나 품는 일인거 맞으리라는 믿음으로 한홍구와 서해성과 고경태의 <직설>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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