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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ㅣ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강남 좌파는 명문대를 나와 강남의 생활수준과 기득권을 유지하는 상류층이면서 민주, 정의, 평등 따위의 가치를 주장하며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지식인 혹은 지도층을 일컫는다. 처음 강남 좌파라는 용어는 한나라당이 권력과 금력을 누리면서도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을 비꼬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상류층이면서도 진보적 가치를 역설해 하층계급에 큰 힘이 되는, 이른바 생각과 노선이 좌파적인 상류층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생활은 여전히 전혀 좌파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강남 좌파의 비애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든 생각은 좌파적이라는 것은 꼭 물질적인 가난을 뜻하는 것인가 였다. 좌파는 늘 경제적으로 궁핍해야 한다는 것인지, 지도층이라면 어느정도의 물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용인해야 하지 않을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좌파는 사적인 재산을 불려서는 안되는 것인지. 그러나 문제는 재산을 불리는 방법에 있을 것이며, 투기나 투자가 좌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강준만 교수는 구체적으로 강남좌파로서 거론되는 인물들을 차례로 언급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한 강남 좌파 인물론은 조국, 박근혜, 유시민, 문재인을 지나 강남 우파 오세훈으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나는 강준만 교수의 이런 강남 좌파 인물론을 읽으며 거북함을 느꼈다. 강준만 교수는 작정하고 노대통령 부터 참여정부의 인사들을 위선적인 강남 좌파로 규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참여정부의 실책과 실정이 노 대통령 서거로 얼렁뚱땅 묻히려는듯 보이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강남 좌파를 논하겠다는 책에서 대놓고 참여정부 인사들을 한나라당의 관점에서 강남 좌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다소 불편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보는 강남 좌파란 같은 편이 아니면 다 빨갱이란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 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강남좌파 안철수 파동은 결국 좌파 단일화 정치쇼로 막을 내렸다"며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하던 안철수 씨의 본색도 알고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구태 야합 정치인에 다름없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안철수와 박원순 역시 좌파 야합 정치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때 당에서 러브콜을 보냈던 안 원장이 '반한나라당' 입장을 밝히자 좌파로 몰아붙인 셈이다.(경향신문/ 9월 7일자)
한나라당이 강남 좌파를 보는 시각이 이럴진데, 참여 정부 인사가 전부 겉과 속이 다른,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 바빴던, 한나라당 시각에서의 강남 좌파였다는 식의 강준만 교수의 비판은 거북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는 내가 이미, 친노세력의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해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외, 좌파 담론은 결국 엘리트들의 밥그릇 싸움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강준만 교수의 주장이나 원천적으로 엘리트들의 밥그릇 싸움을 엎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습속이 되어버린 학력 학벌 주의, 이른바 명문 대학 출신에 대한 인맥 차원의 예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무척이나 설득력있게 생각 되었다. 결국 저자의 주장은 강남 좌파란 학벌 좌파이며, 인맥 좌파이라는 이야기다. 압축 성장으로 제대로 된 상류층을 갖어본 적이 없는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불평등한 경쟁을 조장하고, 되는 놈만 되는 천민 엘리트층을 양산하는 것에서부터 강남 좌파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정당이 정책과 담론으로 모인 집단이 아니라, 인물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결국 자신들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편을 폄하하고 끌어내리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집착한다는 것도 크게 공감이 된다. 그렇기에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새로운 인물에 그토록 집착하게 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또한 인물 중심주의의 산물로 새로운 인물은 해법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근본 원인인 승자 독식 체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저자 강준만 교수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저자의 주장에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강남 좌파와 막걸리 우파들이 더 많이 늘어나게 해 당면한 자신의 처지와 입장에도 불구하고, 옳은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분열의 시대를 화해와 소통으로 이끌게 될 것"(399쪽)이라고 본 의사이자 사회평론가인 박경철의 주장에서 영 고개를 돌리지는 못하겠는 것은 강준만 교수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강준만 교수가 제시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요원하다는 생각에서다. 체제를 돌리지 못할 바에야 자기 밥그릇 챙기겠다는 타당한 탐욕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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