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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 평전 - 순수함을 열망한 한 유령의 이야기
제이슨 포웰 지음, 박현정 옮김 / 인간사랑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데리다의 명성,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사유해보는 책으로, 해체의 철학자 데리다의 삶과 철학을 그야말로 '해체'하는 작업이다. 연대기적 서술의 자크 데리다 평전은 데리다의 삶 뿐만이 아니라, 근대의 철학사를 두루 훑을 수 있는 한 권의 철학사서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듯한 책이다. 데리다라는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 보고자 했던 이에게는 당연히 쉽지 않은 책이다. 특히나, 데리다의 저작 한 편 제대로 읽어 본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한 인간으로서의 데리다도, 철학자로서의 데리다도 이 책을 통해서 온전히 만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데리다 평전을 읽기로 작심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라고 생각된다. 

 

데리다는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데리다에게는 항상 프랑스는 유령과 같이 없으면서 있는 존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한 때 고통스럽게 거부했던 데리다에게는 오히려 알제리가 유령과 같은 존재였던 것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유년기의 데리다는 섬세하고 호기심이 많으면서 뭔가 감추는 게 있는 아이로 비쳐졌는데, 그는 작은 철학자인 동시에 제약을 경멸하는 불량소년 이었다. 또, 청소년기의 그는 반유대주의라는 비극을 몸소 겪었고, 그 결과 그는 인종주의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민감함은 몸소 비극을 겪은 이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랬기에 이 시기의 데리다는 책을 쓰겠다는 꿈을 갖는 한편으로 한때 갱단의 일원이 되기도 하는 방황을 겪었다. 데리다는 일생토록 계속해서 사회주의를 신봉하고 그 목적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다. 다만 그는 고통받는 사람 편에 서고자 했다.  

또한 데리다는 헤겔, 하이데거, 니체, 프로이드를 배타적으로 읽었다고 하는데, 데리다의 시선으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의 철학자들을 선행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데리다 평전을 저술한 제이슨 포웰은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철학은 자본의 투자 가치 앞에 망각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통탄한다. 순수한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한 물음이 자본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에 데리다는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져 오랜 유럽의 사유 속에 숨겨진 정의와 더 좋은 것들을 가려내어 드러내는 데 그의 삶을 바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데리다는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했기에 수많은 오해와 함께 학계로부터 여러가지 부당한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앞에서도 고백했듯이 , 데리다의 저작 한 편 제대로 읽은 일이 없는 나로서는 데리다라는 인간의 뒷이야기 외에, 그의 저작들을 이해하는 개론서와 같은 이 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유 방식,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진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따라서 사라짐 또한 진짜 '없는 것'도 아니라는 낯설지 않은 유령의 존재론에 깊이 매료되었다. 뿐만 아니라 주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해체'(기존의 주류 학문이 동일성을 위해 '차이'를 버렸듯이, 데리다는 차이를 인정하기 위한 동일성과 타자를 해체하는)를 감행해 이 세계에 좀 더 적합한 사유를 완성하고자 했던 데리다의 순수한 열망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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