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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부 및 기업의 비리, 불법 행위 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성폭행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된 후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현재 영국의 한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어산지는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 폭로 후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금융거래를 중단했다고 한다.  어산지의 보석을 위해 5만달러를 쾌척한 '허슬러'의 발행인 플랜트는 그를 '영웅'이라고 표현했는데, 최고의 해커이기도 한 어산지의 폭로 행위를 과연 공공선을 위한 의로운 행위로 봐야 할 것인가. 어산지는 내년초 미국의 거대은행 한 곳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면서 은행 한 두개는 쓰러뜨릴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좋음'과 '옳음'의  불일치성과 '좋음'보다는 '옮음'을 쫓을 것을 주장했던 마이클 샌델은 어산지에 대한 일련의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내심 궁금하다.
 

올 한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문서적 부문에서 오랜기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정의에 대한 관심과 불만이 컸던 탓이라고 생각된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공의 선과 도덕을 강조했다. 존 롤스의 <정의론>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샌델의 독특한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면 쉽게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이 책 <왜 도덕인가?>는 전작의 재탕이라는 느낌이 적지않았고 지루함마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해 필요한 덕성인 '도덕'과 '정의'는 꽤 매력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샌델은 공공선을 위해서는 시민의식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자본을 따라가는 생리를 지닌 시장은 기본적으로 도덕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빈부격차는 불평등을 초래하고 이는 공동의 결속을 방해하며 진정한 민주사회는 요원한 일 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공동의 선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동선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는 '좋음'보다는 '옮음'을 택하는 것이며 그것이 도덕이다.
 

복지와 자유에 대한 논쟁은 더더욱 치열해지지만 우리 사회는 갈수록 시장중심주의를 추종함에 따라 경쟁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생각할 수 없다. 경쟁과 이기주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모두가 심각한 지경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공동체를 위한 노력은 몹시도 부족한 현실이다. 생각이 습관을, 생각이 행위를 쫓아오지 못한다고 해야할까. 복잡한 이론들은 다 떠나서 샌델의 이 한마디만은 꼭 기억하고 싶다. 요란하게 시민 덕성을 외치며 가르치자는 것이 아닌 다양한 계층과 인종이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시민의식을 함양하자. 그것이 진정한 민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만능이 아니라 국민이 자신의 욕구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동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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