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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빠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당신이 암이라는 걸 아시고, 또 생이 얼마 남지 않은걸 아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커피 끊어라...." 그랬다. 아빠는 커피광, 맥주광이셨다. 당신이 위암이라는 병을 얻고보니 광적으로 좋아했던 커피와 맥주를 후회하시는 것 같았다. 당신의 커피에 대한 집착을 딸인 내가 물려받은 것이 걱정이신지 아빠는 마치 유언처럼 내게 커피를 끊으라고 당부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빠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신건 커피 탓이 아니라고 지금까지도 믿고 있다. 커피가 무슨 죄가 있으랴. 있다면 맥주... 라고 나는 혼자 굳건히 믿고있는 것이다. 그만큼 나역시 커피광이다. 하루에 대여섯잔을 마셔도 잠잘꺼 다 잘 만큼 카페인에 깊이 중독되어 있다. 

아침마다 별다방에 들러 텀블러를 내밀며 카레멜 마끼야또를 주문한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환경을 보호하는데 크게 한 몫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뿌듯한 순간이다. 그러나 뿌뜻한 한 편으로는 몇 집 건너있는 영세 커피 하우스가 아닌 자본주의의 상징 별다방 커피를 포기 못하는 것이 켕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몇 번 저렴한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담아보기도 하지만 뭔지 부족한 커피 맛이 매번 나를 별다방 쪽으로 향하게 한다. 내 돈내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꺼림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커피 한 잔 값이 점심값보다 비싼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형 브렌드의 중간상인을 통한 유통으로 커피 생산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면서 행하지 못하는 죄이니 매번 커피를 받아들고 별다방을 나서는 내 뒤꼭지가 서늘하리만치 부끄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별다방을 포기 못한 것은 커피 맛에 중독된 탓일까, 자본주의에 중독된 탓일까.

이 책엔 표지글 그대로 커피에 담긴 거의 모든 것이 씌여있다. 커피에 얽힌 역사와 농장에서 수확되어 내 잔에 담기기까지의 유통과정, 커피 업체들 이야기, 불공정한 커피 무역 이야기, 그리고 별다방 이야기, 공정무역 커피 이야기.... 무척이나 일상적이고 무척이나 습관적인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 또 돌아가신 우리 아빠처럼 커피가 건강을 헤친다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커피가 건강에 그렇게 해롭지는 않은 음료라고 이 책에 씌여있다. 나는 아빠가 커피때문에 암을 얻었다고 믿지 않지만, 커피가 건강을 헤치지 않는다는 말 또한 믿지않는다. 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진실보다는 그로인해 득을 얻는 세력들에 의해 진실은 늘 뒤집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커피를 좋아할 뿐이고 마실 수 있는 동안은 즐기고 싶을 뿐이고.... 다만 한가지 이 책을 읽은 후, 이다지도 즐기는 커피가 내 잔에 담기기 까지의 불공정한 과정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뒷꼭지가 조금 서늘할 지언정 나와 직접 관계없는 일이니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렇다고 늘 한결같은 커피맛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이제 뭔가 대안을 생각해 볼 때이다. 계절도, 내 주머니도,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때에 날마다 별다방에 들르는 대신 공정무역 커피의 티백이라도 준비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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