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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를 읽겠다고 구입해놓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오늘까지도 책등만 구경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책 <사람들은 왜 싸우는가>를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1915년부터 1916년에 걸친 러셀의 강연집이다. 첫장 충동과 욕구 편부터 빽빽하게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희안하게도 1915년이라면 지금으로부터 건 100년 전 1차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던 강연인데 어째서 지금도 유효하게 들리는 것일까.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이다지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간이란 본시 자기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일까...
한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욕구라고 배웠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가지 차원의 단계로 나누고 생리적인 기본적 욕구부터 가장 윗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기까지는 하위단계의 욕구부터 차근이 채워가지 않으면 상위의 욕구는 행동의 동기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자아실현을 꿈 꿀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러셀은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욕구보다는 충동이라고 한다. 인간을 행동에 이르게 하는 인자는 욕구보다는 충동에 가깝다. 충동은 맹목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는 것은 욕구이기보다는 충동이다. 먹는 행위도 욕구보다는 충동에 가깝고 허풍을 떠는 것도 어떠한 목적을 갖은 욕구이기 보다는 그저 충동에 의한 것이라고 러셀은 주장한다. 이를 내 자신에 대입시켜보아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욕구보다는 눈 앞에 있는 빵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그저 본능적인 충동이다. 지구를 반바퀴돌아야 해소된다는 크림을 커피에서 쏘옥 빼내지 못하는 것 또한 날씬하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그저 먹고싶다는 충동이다. 이런류의 충동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뿐더러 목적의식도 없다. 그저 그냥 그러고싶은 맹목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러셀은 변덕스럽고 무질서한 충동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성장을 지향하도록 유도하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순종을 강요하는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 졸업 순간까지 끝없는 시험과 교과서의 내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단조로운 사고를 요한다. 이는 직장생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일이라는 것이 생계를 위한 수단 외에는 어떠한 의미도 되지 못한다. 순종적인 인간의 양성. 이것이 제도권이 원하는 인간교육이다. 충동을 달리 해소할 줄 모르도록 교육되어진 순종적인 인간 양성이 교육의 목표다. 100년 전의 그 시대에도 그랬고 더더욱 자본화되고 경제화 되어있는 지금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포성이 끊이지 않는 세계대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소리없는 전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처에서 ’지속가능’을 외치고 있지만 가끔은 이 모든것이 끝나는 순간이 오리라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자연을 경외할 줄 모르고 신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인간의 이 오만방자함은 조만간 끝나고 말리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종이컵을 쓰지않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세재를 줄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내 아이가 사고할 줄 아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미 제도권 교육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나 혼자서 어찌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 그 두려움은 더더욱 커져 가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희망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 또한 그 부분이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소유에 집착하는 인간이 아닌 창조적사고를 할 줄 아는 능력과 상상력을 가지고 충동을 생명과 성장의 방향으로 조절할 줄 아는 인간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의 열쇠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전쟁에 관한 책이 아닌 지속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행복론'에 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