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사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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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과일을 사냥한다고? 가만, 과일이 사냥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나.... 이 독특한 제목의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정말 그런것이었나. 그냥 손만 뻗으면 언제고 먹을 수 있는 부동의 먹거리가 과일 아니었던가..?

개인적으로 나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라면 그저 맛을 모르겠다는거, 달고 시원하고 때론 새콤하더라도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그것을 맛있다고 표현해야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는거다. 아마도 나는 절대둔각을 타고 난 것이리라. 따라서 이 책은 별로 흥미롭지도, 읽고 싶지도, 읽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리릭 넘겨본 책장에서 '생산자들은 소매상이 요구하는 동질화된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다', '바나나 같은 음식 빼고 현재 인공향이 안 들어간 식품이 어디있답니까?' 따위의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저 과일을 예찬만 하고 있는 책은 아니란 얘기렸다. 

그랬다. 이 책에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별의별 희안한 과일들이 등장한다. 세상에나, 여성의 엉덩이를 닮은 과일이라니.... 정말로 사냥을 나서야만 맛볼 수 있는 몇 없는 희귀종의 과일들을 찾아 저자는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구석구석을 사냥하고 나선다. 도대체 과일이 무엇이기에 목숨을 건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걸까.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과일찾아 삼만리뿐 인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과일의 자본주의화, 과일의 상품화에 따른 뒷이야기도 실려있다. 과일이 상품화 되어 전세계 어느곳에서도 모든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된 이후 과일의 맛은 동일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과일은 그 과일만이 갖은 독특한 맛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었다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야말로 과일에 얽힌 뒷담화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보면 안그래도 좋아하지 않는 과일을 잔뜩 의심섞인 눈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저 먼 나라의 자몽은 싱싱함의 탈을 쓰고 이곳 대한민국의 마켓에 앉기까지 그야말로 온갖 화학약품으로 분칠하고 있는 거다. 

이 책에 따르면 직접 사냥을 나가지 않고서야 제철 제곳에서 나는 과일의 진정한 맛을 느낄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과일의 제맛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제철제곳의 과일맛을 한 번 보면 과일주의자 내지는 과일 사냥꾼이 될 지도 모를 이야기다. 나처럼 과일에 대해 아는것도 없고,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상엔 이런 과일광도 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