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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상담 - -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17명의 상담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최고야.송아론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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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벼랑 끝, 상담'이라는 제목이 무엇보다 궁금했습니다. 제목에서 절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벼랑끝에 몰린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 상담이라는 이야기일까? 상담 현장에서 상담사가 느낀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리고 펼쳐든 487페이지 분량의 '벼랑 끝, 상담'은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순식간에 읽혔습니다. 대인기피증, PTSD, 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조현정동장애, 조현병, 분노조절장애, 피해망상, 가스라이팅 사례 등... 그 정도가 심한 내담자들의 사례모음집임에도, 책장을 덮고 눈을 들었을 때 칼칼하고 깔끔해서 꿉꿉한 뒷맛은 남지 않았습니다. 



   센터에서의 개인경험을 통해 확인했고 이 도서의 간접경험을 통해 확신했습니다. 상담사로서 내면의 단단함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외유내강, 한없이 공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선한 것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 버티어 서고 싸울 수 있는 이가 상담사라는 사실 말입니다. 싸워야만 하는 순간은 자주,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곤 합니다. No harm! 내담자에게 좋은 것을 주자는 원칙보다 더 우선의 약속, '해를 끼치지 않는다'가 상담자의 제 1원칙입니다. 캠퍼스에 머물러 있던 때에는, 그 의미가 '고상'하게 적정선을 지킨다는 의미인 줄로만 알았답니다. 




| 상담 현장, 가족'환경'이라는 벽



   벼랑 끝, 상담의 '여는 글' 첫 문장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처음 심리상담소를 차렸을 때, 나는 1년도 되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다."입니다. 다름 아닌 평생 심리상담에 몸담아 온 숙련된 상담사, 최고야심리상담소 원장님의 고백이지요. 맞습니다. 벼랑끝에 몰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상담센터를 찾는 내담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은 어떤 상담사던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과 달리 그 만남의 종결이 회복과 미소가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카운슬링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상담사 또한 인간인지라 낙심천만, 회의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최고야 원장님은 상담을 넘어 '치료'적 기법으로 증상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연구·정립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는군요. 이 사례집은 증상과 사례에 따른 치료 프로그램의 활용법을 요약·정리하여 그의 아들 송아론 작가가 기록한 것입니다. 사례마다 내담자의 배경과 증상을 정리한 후 치료과정을 서술하고, 마무리는 송아론 작가가 질문하고 원장님이 답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법이나 과정이 언급될 때는 장의 말미에 연녹색 테두리를 두른 요약정리 박스를 더해주었어요. 눈에 편하게 들어오는 것이, 독자를 배려한 편집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상담현장에서 접한 현실의 벽은, 캠퍼스에서 습득한 이론과 지식이 무색한 뜻밖의 영역이었어요. 내담자의 가족이 완강하여 치료효과를 반감시키거나 무너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요, 센터로 오는 내담자 가족의 넋두리 및 화풀이 용 전화연락은 애교에 속합니다. 때로는 센터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기도 하죠. 가족은 내담자의 환경이기도 한데, 이 환경이 병인 제공의 가해자임에도 전혀 개선의 의지가 없는 케이스가 태반이니 진정 '적은 내부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전혀 예상 못한 바는 아니나 뜻밖이라는 의미는 상상 이상으로 편협하고 이기적인 태도에 데어서 하는 말입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무지는 악의보다도 더욱 잔인할 수 있음을 체득했습니다.




| 상담성공의 관건, '환경치료'


'벼랑 끝 상담' 역시 여러 기법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나 서두부터 말미까지 책을 관통하는 '치료'의 핵심요소는 환경치료입니다. 책 구성에 있어서도 제 1장에 '환경치료'를 배치하여 강조되어 있어요. 송아론 작가가 설명하기를 입니다. 내담자의 아픔을 문제시할 뿐, 정작 가해자인 자신들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가족을 깨닫게 하고, 보다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면 가족교육과 행동 교정, 필요에 따라서는 대상과의 분리를 시도합니다.



    환경치료 과정은 녹록치 않아요. 물론 책에서 소개된 그림검사, 미술치료와 인지치료의 융합, 명상최면치료가 행해지는 과정 묘사도 흥미로웠으나 더 저의 관심을 끈 것은 환경치료의 현장, 내담자 가족들이 상담자에 동조하지 못하고 팽팽히 날 선 분위기가 상담실 내부를 꽉 채운 상황에서 이를 다루는 원장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경할 수 밖에 없음은, 그간 경험을 통해 환경치료가 되지 않으면 상담은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에요. 특히 핵가족화가 되었다고는 해도 서구권과 달리 가족중심의 생애주기를 밟아나가는 한국인들에게 '환경치료'의 중요성은 입 아프게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특히 아동상담과 청소년상담에 있어서 부모의 협조는 절대적이에요. 작가 역시 책을 읽는 부모님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더군요. 증상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책을 읽고 있다면, 부모님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크거나, 유감이 많은 분들은 아마도 '벼랑 끝, 상담'을 읽으며 부분 부분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크게 느끼실 겁니다.





  | 상담, 넘어 심리치료
 


   담을 받기 위해 센터까지 방문하는 내담자에게, 시간과 경제적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상담 과정 또한 쉽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직면'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에너지를 필요로 하니까요. 이렇게 쉽지 않은 상담 과정, 더욱이 뚜렷한 솔루션이나 프로그램이 없다고 느껴질 때 오리무중 안개가 자욱한 길을 안내자 없이 헤매는 기분이 들어, 상담의 효용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도 해요. 상담의 방향성에 대한 내담자의 불안이 바로 그의 문제를 드러내는 또 다른 지표이거나, 라포형성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원하는 바가 확실하고 요구 또한 구체적인 것이 요즘 내담자들입니다. 상담업계도 고객의 요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요, 좀 더 친절해져도 좋지 않을까요. 지도나 청사진도 없이 "무조건 나를 믿고 따르라"는 호언장담이, 의심과 긴장을 불러오는 요즘 세상 아닙니까.



   이 모든 의문은 개인적인 견해와 고민들이지만 '벼랑 끝, 상담'을 읽으며 가려운 곳이 시원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고야 원장님은 대화식 카운슬링 방식을 탈피해 치료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를 치료했고, 송아론 작가는 상담비용이 오프라인 대면 상담을 시작하기까지의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느끼며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나누고자 했다고 해요. 상담의 노하우를 선배로서 기꺼이 오픈하여 준 최고야님의 열려있는 태도에 후배로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중증의 내담자가 치유되어 가는 사례를 읽으며 분명 소망을 찾은 이들이 있을겁니다. 한계에 봉착하거나 상담이 정체되어 괴로워하는 상담자가 용기와 통찰을 얻었겠지요. 다른 쪽에서는 회복을 포기한 심리질환자 또는 그 가족이 상담소 문을 두드릴 용기를 얻었으리라 생각되어요. 




   또한 최선의 치료법은 '진심어린 사과'라는 문장에 마음이 뜨거워지며 고마웠습니다. 그 짧은 문장에서 진정한 공감하는 상담자의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심리치료를 위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담 넘어 심리치료라는 소제목을 굳이 달아준 이유는 '벼랑 끝, 상담'을 접하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다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싶어서에요. 벼랑 끝에서 만난 상담 과정, 쉽지 않겠지만 고비 너머에는 치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또한 상담사가 비록 정해진 요일 일정한 시간만 얼굴을 마주할지라도 그는 상담실 너머 내담자의 삶 전체의 회복을 염두에 두고 행해지는 전략적인 시간이라는 사실도요.




| 당신 곁, 상담

   

   요즘 상담센터가 많습니다. 수도권 도회지라면 건물마다 상담센터가 있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거품이 있고 잘못된 상담으로 더 망가져 오는 내담자도 있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만큼 상담으로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 싶어요. 이런 중에 '벼랑 끝, 상담'과 같은 현장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있는 사례집이 많이 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결과물들이 상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회복을 위해 치료의 여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분명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참으로 놀라운 신비입니다. 이성과 논리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경로를 밟아 성장하고, 망가지고, 회복됩니다.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감정'의 영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알게될 수록 놀라울 따름입니다. '벼랑 끝, 상담'에서 소개된 치료 프로그램 중 인지부분을 교정해 준 기법도 있었지만 놀라운 치유의 순간마다 '정서와 감정'이 다뤄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모든 분이 머리보다 가슴을 더욱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당신 곁을 둘러 보시길. 일어서고플 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본 포스팅은 푸른향기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 직접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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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하고 처음 심리상담소를 차렸을 때ㅡ 나는 1년도 되지 않아 한계에 봉착했다. - P4

과거에 자녀에게 잘못한 행동(폭언, 폭행, 학대, 강압, 부부싸움, 이혼,방치 등)을 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사과했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세요. 시간이 해결한다면 미투 운동이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자녀에게 진심 어린 모습으로 사과하는 것이 그 어떠한 심리치료보다 탁월한 효과임을 명심해 주세요.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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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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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장 안되는 지면에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는 안녕달 작가의 신작 그림책 [눈아이]. 가제본 서평단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빨리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늘 따스하고 폭신한 그림체이지만, 이번 신작의 그림과 글,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그림책으로 읽는 듯했습니다. 서늘한 순수함과 뭉클한 따스함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작품이었어요. 글 밥이 많지 않아요. 작가가 설명하지 않고 물러나 준 여백 덕에 독자들은 그림책을 펼친 동안 겨울이라는 계절의 풍광과 어우러져 '그리움'이라는 서정에 한껏 젖어듭니다. 안녕달 작가가 그려낸 마법 같은 계절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보려고 하는 만큼 보인다

겨울 폭설 끝 등굣길 언덕, 사람 아이는 누군가가 만들다만 눈사람 형태의 눈 덩어리가 왠지 뽀득거리며 움직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잘못 봤겠지'라며 지나치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눈 덩어리. 하교하며 결국 눈 아이는 눈을 뭉쳐 손발을 만들어주고, 도도도 달려가는 눈아이가 큰 나무둥치에 부딪히자 눈과 입도 그려줍니다. 그렇게 아이가 보았기에 눈 덩어리는 눈사람으로 완성되었고, '들려?'하며 속삭인 입김 덕분에 귀가 뚫려 온전한 눈아이가 됩니다. 사람 아이가 눈으로 뭉쳐준 눈빵이 눈아이에게는 첫 식사이지요. 마치 아이가 보지 않았고 염원하지 않았다면 눈아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만 같아요. 보려고 하는 만큼 세상이 보입니다. 특별하게 바라보아서 소중해집니다. 사람 아이가 바라봐 줘서 눈덩이가 눈아이로 깨어난 것처럼요. 사람 아이는 눈 덩어리 속에 갇혀있는 눈아이를 알아볼 만큼 준비된 친구였을 거예요. 두 아이의 겨울 한복판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배경은 눈밭인데, 독자의 마음은 시립기는커녕 마냥 훈훈해집니다.

눈아이와 사람 아이는 눈밭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달음질하는 토끼를 뒤쫓아 언덕을 오릅니다. 언덕을 오르는 두 아이의 시간은 잠시 잠깐 같기도 하고, 눈아이의 눈덩이가 점점 커져 아이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키가 껑충 자랄 정도로 겨울이라는 계절이 절정에 달할 만큼의 시간을 보여주는 듯도 합니다. 그리고 두 아이가 가방을 썰매 삼아 언덕을 내려오며 겨울의 시간 역시 곤두박질쳤나 봅니다. 썰매에서 넘어져 언덕 밑에 엎어진 눈아이를 털어주며 아플까 호오 입김을 불어준 순간부터 눈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점점 작아지고, 투명해지고, 지저분해졌어요. 왜 우냐는 질문에 눈아이의 대답은 "따뜻해서"였지만, 눈아이는 헤어짐의 순간을 직감했기에 미리 이별의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리는 친구야?

그렇게 확인을 받은 후 눈아이는 눈의 계절 끝에서 사람 아이에게 생명을 선물받은 나무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 숨바꼭질을 제안합니다. 조금은 긴 시간이 걸려서야 끝날 게임을요. 사람 아이는 미처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눈아이의 질문은 어찌 보면, "계속 기다릴 수 있겠니? 나를 끝까지 찾아줄 거니?"라는 마음을 내포했으려나요.

내가 찾았기에 네가 왔다

아이가 뽀득거리는 눈 덩어리에서 아이와 소통하는 눈아이로 완성된 장소는 나무 아래입니다. 겨울 끝자락의 햇살 아래 녹아 더러워지고 작아진 눈아이와, 사람 아이가 돌아온 장소 또한 그 나무 아래였습니다. 숨바꼭질 술래가 되어 사람 아이가 숫자를 다 세고 뒤돌았을 때, 눈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지요. 그림책은 빠르게 계절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사람 아이는 여전히 숨바꼭질 술래 처지입니다. 봄여름 가을에도 종종 허공을 향해 "못 찾겠다!"라며 외쳐 봅니다. 아이가 게임을 끝내지 않았기에, 1년 후 다시금 눈이 내렸을 때까지 두 아이의 인연은 이어집니다. 눈이 내리니, 누군가는 눈사람을 만들기 마련. 처음 뽀득거리는 눈사람 모양 눈덩이를 발견했던 등굣길의 언덕 위 그 자리에서 사람 아이는 누군가가 빚어놓은 눈아이와 1년 만에 재회합니다.


숨바꼭질 술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아이가 "찾았다!"라고 반가이 외치는 순간, 뽀득거리는 눈덩이는 환히 웃는 눈아이가 되어 또다시 눈을 떴지요. 두 아이의 놀이의 계절이 다시금 시작되었네요. 매년 앞으로 계속될 것만 같습니다. 발견과 재회의 장소는 언덕, 잠시 이별을 위한 핑계 숨바꼭질의 시작 장소는 나무 아래. 사람 아이가 게임을 놓지 않는 한은 눈아이는 언제까지나 추위가 찾아올 무렵에는 깨어날 수 있겠지요. 마지막 장의 화면 가득한 눈밭과 꽃처럼 점점이 피어난 두 아이의 발자국이 남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사람 아이가 원했기에 눈아이는 표정과 말을 얻었고, 눈아이가 따뜻했기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다감함을 품게 되었고, 눈아이가 술래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 같아요. 염원이 순간을 만들고, 기다림이 연을 잇게 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 저 역시 사람 아이와 같은 순수한 기다림으로 마법 같은 친구 하나 깃들 자리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기다림의 힘이 존중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왜 울어?

따뜻해서

참 이상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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