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

사라진 딸
제인 셔밀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8월

여기,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가정이 있다. 의사 부부에 쌍둥이 오빠들, 그리고 막내 딸 나오미.

집안은 부유하고 가족모두 화목해 보인다.

올해 15살이 된 막내 나오미는 요새 좀 어두워지고 말수가 부쩍 적어졌다.

사춘기가 온것인지 가족보다는 친구를 더 찾고 이번에 연극 주인공을 맡아서 연습에 한창이다보니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은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연극 공연을 마친 어느 날, 나오미가 사라졌다!!!!

북플라자 신간 <사라진 딸>을 읽었다.

15살 막내 딸의 실종. 그녀는 가출을 한것인가?? 유괴당한 것인가??

소설은 나오미가 실종되기 전과 실종된지 1년 후의 이야기가 교차진행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재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실종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나오미를 찾지 못했다는 소리인데...

그녀가 가출을 했다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겠지만 만일 유괴를 당했다면 이미 차가운 땅속 어딘가에 묻혀있을지도 모른다.

나오미의 실종 후 서서히 붕괴된 가족은 1년이 지난 지금 모두 뿔뿔히 흩어져서 살고 있다.

쌍둥이 아들들은 각자의 인생을 찾아 나섰고 부부는 거의 별거 상태...

엄마 제니는 별장에서 지내면서 나오미가 사라지기 직전의 상황을 더듬어본다.

처음엔...유괴라고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방송에 호소문을 발표하고 아이를 찾는데 전력을 기울이면서

나오미의 주변을 조사해나갔다.

그런데 조사해나갈수록 엄마 제니가 알고있는 딸의 모습이 아니다.

제니가 생각했던것 보다 나오미는 훨씬 성숙했고 비밀이 많았다.

나오미는 곳곳에 변화의 흔적을 남겼다. 다만 제니가 눈치채지 못했을뿐...모른척 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실종직전 나오미는 임신을 한 상태였다!!

나오미의 실종이 유괴가 아니라 가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제니는 점점 무너진다.

가정보단 일이 우선이었던 제니, 그래도 집에서는 엄마로서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 최선을 다했고

가끔 그림을 그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그나마 작은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바라보는 엄마는 언제나 명령조였고, 온전히 바라봐주지도 않았고 자신의 시간이 방해받는걸 용납하지 않았다,

가족에서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의 내적 변화와 나중에서야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되는 엄마의 심적인 고통이

가슴아프게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참으로 안타까웠다.

행복이 별게 아닌데,,,작은 관심과 사랑만있어도 충분히 행복할텐데

전에 읽은 소설에서도 그렇고 부유함이 모든걸 해결해줄수는 없는것 같다.

가족간에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면,,,아이들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일찍 눈치챘더라면..

결국 나오미 실종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만 참,,씁쓸하고 먹먹함 가득한 여운만 남는 결말이다

사랑의 미술관

사랑의 미술관 - 사랑하고 싶은 그대를 위한 아주 특별한 전람회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김윤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7월

사랑으로 미술을 배우고, 그림으로 사랑을 익히다!

사랑을 배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인연을 만나 직접 경험하는게 최고의 방법이지만

연애소설이나 로맨틱한 영화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으로도 사랑을 학습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그림을 통해 사랑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잡고 주제에 걸맞는 미술작품들을 한데 모은 <사랑의 미술관>.

처음보는 생소한 작품부터 익숙한 작품들까지 담겨져 있는 이 책은

작품소개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엿볼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수가 있었다.

솔직히 나는 미술에 별 관심도 지식도 없다.

익숙한 그림, 남들이 좋다는 작품을 보면 '아~좋은거구나.​'정도의 감상만 있을뿐...

그래서 나처럼 미술초보가 이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의 일생과 그의 작품에 담긴 의도, 작품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쉽고 재미있게 풀어져 있어서 읽기 편했고

더구나 보편적이면서 인간삶에 꼭 필요한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담고 있기에

이해도 잘되고 공감도 잘되어 그림에 빠져들수 있었다.

익숙한 그리스 로마시대의 신들이 담긴 그림속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만날수 있었고

학창시절 달달 외우기만 했지 잘 알지 못하는 각 시대만의 독특한 표현방식과 공통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아주 먼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습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하나인 사랑이 보인다.

폭넓게 이야기하면 사랑이지만 그 안에는 만남부터 이별까지 수많은 감정이 공존하고

또한 사랑자체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오직 나만을 위해 마련된 미술관. 1관부터 7관까지 사랑에 관한 주제를 적절하게 엮어놓은 이 책을 펼쳐놓고

지금 가장 알고싶은 사랑의 모습이 담긴곳으로 입장하여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어쩌다 이런 가족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아침드라마 같은 소설을 만났다. 한 단어를 더 추가하자면,,,막장???

겉에서 보기엔 뭐하나 부족할것 없는 부유한 가족.

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 곪은 상처 투성이다.

누구하나가 '톡'히고 터뜨리면 여기저기서 상처들이 제 존재를 드러내며 벌어질것같은 아슬아슬한 가족.

<어쩌다 이런 가족>을 읽었다.

가족이 유일하게 모여 식사하는 아침시간. 평화로워보이는 식탁앞에서 큰 딸 혜윤이 폭탄하나를 냅다 던진다.

'저 섹스동영상 찍힌것 같아요. 그쪽에서 협박을 하더라구요.'

태연한 얼굴로 동영상이야기를 꺼내는 큰딸. 상대는 약혼자가 아닌 다른남자.

품위와 지성을 타고난 큰딸의 행실이 단정치 못함을 알게된 부모는 큰 충격을 받는다.

언니보다 뛰어난것이라고는 미모뿐인 안하무인 둘째 딸 혜란은 이 상황이 몹시 재미있다.

분명 동영상 사건에 뭔가가 더 있을것 같다는 직감을 받은 혜란은 천재 프로그래머 친구와 함께 언니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큰 딸의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각각 움직이는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혜란.

평소 품위와 고상함을 최고로 알고사는 이 가족에게 동영상 사건은 적지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제일 편안해야 할 장소인 집은 큰소리는 커녕 작은 소음조차 용납안되는 적막함만이 가득하고

가족간의 소통도 정말 필요한 말 이외에는 어지간해서는 없고,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이미 계획해놓은 상태로 따라오기만을 바라고,,,

말 그대로 숨막히는 이 집안에서 혜윤이 저지른 사건은 뜻밖에도 이제야 사람이 사는것 같은 활기를 준다.

남들의 시선과 집안의 평판만 신경쓰느라 정작 내 가족의 진심과 상처를 알지 못했고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자기자신도 돌보지 못했던 그들은

하마터면 큰 스캔들로 번질뻔한 큰딸의 사건으로 인해 비로소 진짜 가족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혜윤의 계획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술했고 변수도 많았고 무모했지만 모두가 행복을 찾은,

적당히 심각하고 적당히 어이없고 적당히 막장스러운 이 소설은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좋은 가벼운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가족은 어떤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게 만든다.

아이언맨 매뉴얼-그의 모든것

아이언맨 매뉴얼
대니얼 월리스 지음, 이규원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히어로물을 즐겨보지는 않는다.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뿐더러 세계관자체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보니

집중하지 않는이상 따라가기도 벅차다는게 가장 큰이유다.

어릴때 봤던 울트라맨, 바이오맨 같은것들은 단순하고 뻔해서 오히려 재밌게 봤었는데...

각각의 캐릭터들의 활약상은 그래도 볼수있지만, 어벤져스를 이해하려면 수많은 영화를 다시봐야 한다는 압박에

어느순간부터 잘 안보게 되었다.

그래도 유일하게 개봉하면 다 찾아본 히어로물이 바로 '아이언맨' 시리즈 이다.

일단,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고 정말 인간적이고 현실감있는 활약상을 보여주는 아이언맨은 내마음속 마블 영웅이다.

그런 아이언맨의 모든걸 담은 책한권이 등장했다.

<아이언맨 매뉴얼>.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아이언맨의 모든것이 담긴 이 책은

스타크 가문의 시작과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부터

아이언맨 아머의 진화과정, 아이언맨의 활약상, 그의 적과 동지에 관한 정보등

아이언맨의 팬이라면 알아야하고 알고싶어하는 사항들이 가득 담겨있다.

구성은 자비스가 포츠에게 제출하는 보고서 형태로 되어있는데

군데군데 토니의 명함이나 엑스포 티켓, 메모지,기밀문서등이 부착되어 있어서 실제 보고서를 보는 느낌이 든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는 분명 현실세계에 실제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있으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착각이 든다.

다른 히어로들 같이 기상천외한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현실에 존재할수 없는 힘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천재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직접 자신의 수트및 무기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그의 삶 또한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어쩌면 로다주가 진짜 토니이고 아이언맨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마만큼 이 책은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실제하는 인간으로 완벽하게 설정해놓았다.

아이언맨 아머들의 모습.

아이언맨이 납치되었을때 오로지 탈출하려고 만든 아이언맨 아머 마크 1부터 최근 개발된 마크 42.

영화에서 봤던 아머뿐 아니라 보지 못한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한)아머들까지

각 아머들의 생김새와 특징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겨져있어서 아이언맨의 변천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언맨과 싸웠던 모든 악당들을 분석해놓은 자료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왜 아이언맨과 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그들의 목적은 뭐였는지...

영화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정보들을 하나둘씩 알아가고 영화 속 장면을 사진으로 보면서

그때의 영상들을 기억에서 꺼내어 나름대로 재구성하는 색다른 과정을 통해

책을 보는동안 영화도 같이보는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외에도 다량의 기밀정보들이 각종 자료와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노출되어 있는 <아이언맨 매뉴얼>

다른 설명은 필요없을듯하다. 아이언맨의 팬이라면, 만화나 영화와는 또다른 아이언맨의

모든것을 알고싶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펴서 그와 만나길 바란다.

어느새 아이언맨이 영화에서 튀어나와 위기에 처한 이 세계를 구하려고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퀴벌레

바퀴벌레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해리홀레가 돌아왔다. 최신작이지만 시리즈 순서로 따지면 두번째 이야기이자

핑크색 표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 <바퀴벌레>.

누가 알았을까??띠지 안에 몸을 숨기고 있을 바퀴벌레의 존재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숨어서 부스럭거리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명력은 경이롭지만

그렇다고해도 두개의 더듬이를 곧게 세우고 어디든 돌아다니며 염탐하고 다니는 그것들은 징그럽기 짝이없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제목과 더불어 아직 젊은 시절의 해리홀레를 만날수 있다는 설레임을 갖고 사건속으로 뛰어들었다.

태국 어느 모텔에서 노르웨이 대사관이 살해된채로 발견되었다.

이런저런 정치적 사안들이 얽혀있기에 태국이나 노르웨이 양측모두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길 원했다.

더구나 대사관이라는 사람이 사창가에서 피살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나라이미지도 굉장히 쪽팔려지게 되기에..

노르웨이 측 경찰은 형사한명을 파견해서 사건을 보기좋게 마무리하고 오길 바라며 적임자를 물색하던중,

<박쥐>때 사건후 매일을 술에 쩔어서 조용하게 숨죽이며 살아가는 해리홀레를 선택해 태국으로 출장보낸다.

상부에서 원하는게 뭔지 알기에, 또한 사건 해결후에 약속받은것도 있기에 추운 오슬로를 뒤로하고

1월임에도 숨막히는 더위와 습도를 자랑하는 태국에 도착한 해리.

바로 사건해결을 위해 현장으로 가서 사건을 살펴보았는데...

이런...그냥 조용히 모양새 좋게 사건을 덮기에는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조금더 조사를 해보니 사건뒤에 숨죽이고 있던것들이 하나둘씩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마치 어두운데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바퀴벌레처럼...

윗사람들은 해리에게 지시한데로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라고 압박을 가하지만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

해리는 태국에서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미국계여형사와 은둔하고 있던 조력자와 함께

독자적으로 사건해결을 위해 뛰어다닌다.

여동생 쇠스의 성폭행사건이후로 심리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해리.

그에게 이번 태국 대사관 살인사건은 더 깊은 상처를 남긴듯하다.

사소한것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획된 사건이기에 초반 범인에게 놀아날수 밖에 없었고

더구나 아동성범죄의 충격적인 실태까지 접한 그는 비록 사건은 해결했지만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았으니...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하는 젊은 해리의 모습을 보기가 너무 안타까웠던 <바퀴벌레>.

요네스뵈와 해리홀레의 팬이라면 아직 투박하고 다듬어지지않은 거친 그를 만날수 있는

핑크핑크한 바퀴벌레 한마리 잡아보길 권하고 싶다.

끈적끈적하고 습한 지금의 날씨에 더 끈적거리고 습하고 무더운 태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마주하니

절로 태국맥주 싱하가 생각난다.

키크고 예쁜 글래머는 조심하라고 했던가...남들과 다른 뭔가가 더 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