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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심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13
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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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필리뽀비치는 떠돌이 개 샤릭에게 인간의 뇌하수체와 생식기를 이식하여 인간으로 변형시킨다. 샤락을 제대로 된 교양있는 인간으로 만들려는 의사의 노력과는 달리 샤릭은 거칠고 야만스런 본성을 버리지 못한 채 사람으로서의 권리만 주장한다. 결국 의사는 샤릭을 다시 개롤 되돌려놓는다. 이 정도가 '개의 심장'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이 작품이 걸작이 된 것은 우선 시의적절한 사회비판정신 때문이다. 즉 이 작품은 당대 사회를 떠돌던 급진적인 과학과 정치, 다시 말해 급진적인 인간개조를 주장하는 우생학과 볼세비키 혁명에 대한 비판으로 씌어졌다. 물론 문학이 주제만으로 걸작이 되진 않는다. 그러한 주제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스토리와 문체로 맛깔나게 형상화되었다. 과연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작가다운 솜씨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의 이러한 역사적 가치와 문학적 가치에 대해 재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라면 그러한 소개의 글이 발굴의 의미를 지니겠지만 이 작품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명작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주제에 관한 소회를 간단히 피력해보고자 한다.
과학적 우생학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파시즘과 쌍생아이다. (이때의 파시즘은 나치나 무쏠리니, 프랑코나 일본 군국주의 같은 우파 전체주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탈리니즘 같은 좌파 전체주의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역사적으로도 우생학과 나치즘과 결합하여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비극을 낳았다.  둘의 공통점은 전술한 바와 같이 급진적인 인간 개조 이데올로기이다. 인간 개조 자체가 그렇게 비난받을 사고는 아니다. 인간은 정말로 문제가 많은 족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개조가 당위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당연히, 그것이 철저히 '선의'의 지배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반드시, 이윤과 권력의 추구라는 인간의 천형과도 같은 어둠의 그림자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이윤과 권력이라는 동기 없이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윤과 권력 때문에 제대로 되는 일 역시 없다는 것이 바로 인간의 비극인 것이다. 이윤과 권력의 동기가 인간 개조를 지배하게 되면 그것은 언제나 홀로코스트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개조에는 선의에 의한 이윤과 권력의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는 그것이 반드시, 필히, 꼭,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과 권력이 모든 일의 동기와 추진력이라면 과학은 모든 일의 구체적 방법론이 될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같은 말이 가능하다. 과학 없이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과학 때문에 제대로 되는 일 역시 없다. 과학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시간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A와 B가 결합하면 C가 된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하지만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A와 B가 결합하면 C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즉 A와 B의 결합에 시간의 흐름이 더해져야만이 제대로 된 C가 나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없다면 그것은 C가 아니라 C의 모습을 지닌 사이비 또는 괴물인 것이다. 과학은 시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시간을 없애는 것을 오히려 자랑으로 여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과학에는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와 문학은 모두 인간의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인문학을 통해 인간의 삶을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면 모두 안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주는 것이며 자신의 삶에서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성숙이라는 것을. 그래서 굴곡의 긴 시간을 살아온 촌부는 이미 살아온 삶 그 하나로 이미 하나의 훌륭한 인문학자라는 것을. 과학은 보여주는 것은 시간을 거세한, 진리이면서도 진리가 아닌 사이비일 뿐인 것이다. 모든 것은 오직 시간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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