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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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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면 잡무를 해야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복사용지 갈기, 커피 채우기, 생수 교체하기 등 자잘하지만 사무실 운영을 위해 누군가는 해줘야 할 잡무도 있지만 전혀 의미없는 잡무도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인 게 회의다. 특정 현안이나 여럿의 의견을 묶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한 회의는 예외다. 이런 회의는 필수적이며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회의가 너무 많다. 회의라 적고 잡담이라 읽으면 딱 맞을 그런 회의들이 근무시간을 좀 먹는다. 옆 부서나 상사에 대한 험담, 특정 직원에 대한 뒷담화, 자잘한 개인 가정사, 어제의 스포츠 및 드라마 결과까지 할 수 있는 얘기는 끝이 없다. 업무에 대한 얘기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담당자만 불러 물어보고 정리하면 끝날 것들까지 팀원 전원을 모아놓고 질질 끌어가며 진을 빼놓는 회의가 부지기수다. 그럼 이런 회의를 왜 하는 것일까.  부서장 혹은 중간관리자는 그걸 중요한 회사 업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업무분장상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저런 회의를 함으로써 오늘도 열심히 일했다는 자기만족을 가지는 것이다.

 

회의뿐만이 아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커지지 않더라도 오래된 조직일수록 쓸데없는 일들이 직원 개인들에게 들러붙는다. 두, 세단계면 끝날 결재사항도 이사람 저사람의 사정을 봐주고 서로간 책임도 적절히 회피하기 위해 다섯, 여섯단계로 늘어난다. 대화 한번이면 해결될 업무도 부서간 회의, 공식적 문서 교환, 책임소재 정리까지 여러 고개를 넘어야 완료된다. 전형적인 비효율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얄팍하나마 내가 가진 (무의미한) 권한을 버리기 싫고,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어 그의 (무의미한) 권한에 대해 언급할 수도 없으니 kTX로 한시간이만 도착할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국도를 돌며 며칠을 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것이 다 단순화하고 버릴 것들을 버리지 못해 발생하는 일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비효율은 내성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콘크리트벽처럼 단단히 굳어져 쉽사리 무너뜨릴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기업이라는 몸체에 동맥경화를 가져오게 되며 이는 비용 상승, 수익 하락으로 연결돼 기업의 존립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책 <단>은 이런 조직의 비효율적인 복잡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남아 있는 핵심기반을 최대한 튼튼히 세운 뒤 그것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에 대한 글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무엇을 버리고 어떻게 세우며 지킬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버려야 한다. 진정한 채움은 더할 게 없는 순간이 아닌,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순간에 찾아온다. 경영서로도, 자기계발서로도 읽힐 수 있는 책이지만 이해하기 쉽고 빠져드는 사례들이 너무 많아 한 번 책을 펼치면 어렵지 않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려가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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