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전리오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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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래스턴 베리 락 페스티벌


이 책의 부제는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인데요. 락에 관심이 없음에도, 글래스턴 베리에는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우선 위키에 나와있는 설명을 보면,

글래스톤베리 현대 예술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of Contemporary Performing Arts)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에서 벌어지는 음악 및 행위예술 축제이다.

이 축제는 현대 음악 및 가요 축제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나, 서커스, 극, 코미디, 춤, 카바레 등 다양한 예술 축제도 열린다. 2005년 기준으로, 축제장의 규모는 약 3.6km²였으며, 385명의 예술가와 15만 명가량의 관람객이 방문하였다.

2007년 축제에서는 2만 명이 늘어난 17만7천 명이 관람하였다.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의 글래스톤베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1970년 처음 열렸고 1981년 이후부터는 마이클 이비스에 의해 조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세계에서 열리는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 입니다. ( 음악 외에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공연도 포함되어 있지만)

마이클 이비스의 개인 소유지에서 매년 진행되는 글래스턴 베리 페스티벌은, 책에서도 그곳의 분위기&환경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요.

1
우선 이곳은 공연 전까지는, 평범한 목초지로 활용 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숙박,편의 시설은 상당히 열악합니다.

2
그래서 공연 기간에는 이 넓은 초원에 꽉 차게 텐트가 깔리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3
임시적인 편의시설도 공연기간 중에 유지되는데, 많은 인원이 쓰다보니 열악할수밖에..

4
비오면 바로 재난영화 찍는 겁니다. 소설 속에선 텐트가 폭우에 휩쓸려 가는 것도 나오는데..

5
그래서 그게 재미인 것 같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음악만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장소이기에





2. 책(의 표지)에 속지말자


그렇기에 이 책을 사게 됐는데..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이라는 제목보다는
( 사실 오아시스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이라는 부제에 매혹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전리오는 네이버 음악 부문 파워블로거라고 적혀있었는데요.

그렇기에 더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의 후기를 어떻게 기록해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만...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당연히), 논픽션 소설에 가까웠습니다.

작가의 직접 갔다온 경험 + 실제 사건 + 허구의 인물&사건...

거기에 작가의 필력도 그닥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스토리가 비현실적이기도 했고, 공감이 잘 가지도 않았습니다.

‘ 아니 난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에 다녀온 생생한 후기를 기대하고 책을 산건데 왠 생판 모르는 남자의 성장담이 담겨있어...‘

이런 느낌이었달까요... 이 분이 소설을 써서 파워블로거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억지로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단순히 여행기 또는 행사 참가기에 그쳤다면!! 오히려 재밌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간단한 스토리의 골격만 집어보면,


4. 최선은 아니었지만..최악까지도 뭐..


그래서 생각한 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보는 재미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굳이 추천하고 싶을 정도의 책은 아니었지만...


1
생생한 후기 까지는 아니지만, 글래스턴 베리의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각 챕터의 목차가 아티스트&곡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Smells Like Teen Spirit Nirvana
Wake Up Rage Against The Machine
Live Forever Oasis
A Hard Day‘s Night The Beatles
Back In Black AC/DC
Imagine John Lennon
Shine A Light The Rolling Stones
Beautiful Ones Suedes
Fix You Coldplay
A Waltz For A Night Julie Delpy
No Suprises Radiohead
Till There Was You The Beatles
With or Without You U2
I‘m Yours Jason Mraz


각 챕터의 제목과 그 장의 내용은 묘하게 연결되는데, 그 챕터에 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읽는 것도 또 다른 독서를 재밌게 하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빠져들게 된 아티스트들도 몇몇 있었고요


뭐 이게 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페스티벌에 가서 고생하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하는 과정을 흐뭇하게 쳐다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재밌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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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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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은 분은 없을지 몰라도 한번쯤 오며가며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분들은 꽤 될거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름자체가 특이하기도 하고, 일련의 작품들이 화제를 끌기도 했었고...
(바나나가 영문이 아니라, 실제 일어로 된 이름이 신기했습니다.)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에 대해 먼저 간단히 알아보면...

요시모토 바나나는1988년에 쓴《키친》으로 제6회 카이엔(海燕)신인문학상, 제16회 이즈미교카상(泉鏡花賞) 수상을 한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이다.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요시모토바나나현상‘이라는 용어를 낳았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젊은 여자들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에 소녀 취향의 만화처럼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젊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는 집·가족이 붕괴된 뒤에 생기는 인간적인 유대, 마음의 주고받음, 일상적인 소품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애정, 돌파구로서의 가족의 재편에 대한 소망 등이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의 성향만 봐도 그렇고, 책의 특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이 책은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의 주제만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개인의 상처와 상처깁기에 따른 회복, 상처극복의 과정과 성장의 기록입니다.

제 2의 무라카미 하루키로 불리운다는데...
읽다보면 왜 그런지 알 것 같으면서, 제가 약간 좋아하는 문체와 스토리 구성이긴 하...지만서도

뭔가 또..하루키와는 달라서 읽으면서 흥미도 안생기고...그랬던거 같습니다.


2. 아직은...


글쎄...우선 책은 ‘키친‘, ‘만월‘, ‘달빛그림자‘라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키친과 만월은 이어지는 내용이고, 달빛그림자는 또 다른 이야기...

그러니까 책은 2가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가 가슴깊이, 꾸밈없이, 진정성 있는 말투로 풀어내서 그런지 딱히 인상적인 구절이나 문장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책 내용 자체가 별로였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냥 잔잔히 흘러가다가~~~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쎄...예전에는 깊게 심취했던 스타일의 문학인데...지금은,,,

키친은 ‘치유‘의 목적으로 쓰여진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만큼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제가 그만큼의 상처를 겪은 경험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지금 행복하게 잘 지내서 일수도 있을 것 같고..그래서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저 먼 우주 어딘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참 말 못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지만, 이게 제가 이 책에 공감을 못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3. 회복의 수단과 공간


그렇다고 책이 싫었던 것도 아니긴 합니다.
공감을 하지 못했던데에 대해서 아쉬웠던 거지, 잔잔하게 읽어나가기에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짧기도하고

한 가지 곰곰히 생각해 본 부분이라면,
각자 나름대로의 아픔과 상처에 대한 회복의 수단,방법이 존재했다는 부분인데요. 그게 일종의 공간 혹은 사물 혹은 행동이 됐든....

미카케에게는 부엌과 요리가,
‘달빛 그림자‘에 나오는 사츠키에게는 조깅이, 히라기에게는 세일러복이

흠 나에게 그런 수단과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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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지만, 영화 원작소설은 잘 읽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딱히 이유가 없었습니다. 독서편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안녕, 헤이즐‘ 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소설입니다.
( 책을 들고 다니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우선 빠른 전개와 깊은 몰입감으로 책이 술술 쉽게 읽힐 수 있었다는 점과
평소에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삶과 죽음, 그에 대하는 자세‘라는 주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읽을 때는 참 쉽게 읽은 책이었는데, 글을 쓰려고 하니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책이 지닌 주제의 심오함을 비롯해, 캐릭터와 내용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말하기에는...그..뭐랄까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감명깊게 읽은 내용을 중점으로 서평해 보았습니다.

우선 간략한 책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주인공 헤이즐은 말기암 판단을 받은 소녀로, 폐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어 산소탱크와 케뉼러를 달고 다닙니다.

남주인공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대학생으로, 건장한 체격에 당당하고 밝은 성격으로 걸음걸이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둘은 암환자들의 모임인 서포트 그룹에서 만나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참 간단하죠???)


1. 죽음을 바라보며


작가는 서포트 그룹에 참여하는 환자들, 그리고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에게 선천적인 결함을 부여했두었다는 점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는 이 책과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됩니다.

헤이즐의 경우 신약과 호흡기를 통해 아슬아슬하게 암세포를 전이시키지 않은 채 생을 유지하고 있었고,
어거스터스도 암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건강을 찾은 듯 했지만, 책 후반부의 내용을 말하자면 결국 암이 재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개인의 선천적인 결함 탓에, 그들의 ‘사랑‘에도 결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의 상대적 유한성, 불규칙성, 단면성이 될 수 있겠죠.

(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사랑의 불완전성을 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필연적이지만, 통상 사람들은 죽음은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 생각하며 삽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고 덮칠 준비를 하고 있는 이 둘의 죽음에 대한 태도는 어떨까요?

언제나 죽음이 가까이, 머지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만서도,

각자 그리고 함께 그 ‘죽음‘ 이라는 거대한 무력감에 몰두하지 않고 주체적이면서도 당당하게 헤쳐가려 노력합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적당히 부모에게 반항도 해가며,

‘ 지극히 십 대다운 ‘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아니라 소설로 읽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중간중간 이 둘이 환자라는 사실도 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작가가 귀신같이 다시 환기시켜주기는 하지만....(작가쉬먀..)

그렇게 둘의 모습은 그 존재만으로 눈부시고 아름답게, 그들의 사랑 또한 그렇게 그려집니다.

이 둘의 선천적 결함과 저와의 관계여부는 차치해두어도,
저는 기본적으로 이 둘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언제,어떻게든 그게 몇십년 후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오늘 저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그렇게 이상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인생 한치 앞 누가 알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살아 있을 때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있는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을 기본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 둘에 더욱 깊이 공감&몰입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해줍시다.)

( 또한 그러니까, 지금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왠만하면 합시다. )


2. 취향을 나누며

초반부에 서로 이름과 외형적인 모습밖에 모르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가,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로 작용한, 그리고 이후 스토리 진행의 중요한 축의 전개부로 작용했던 내용중 하나가 서로의 독서취향을 공유하는 부분이었는데요.

내용전개상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이 둘의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는 서로의 ‘취향을 공유‘ 하며 ‘이해해 나가는 것‘에서 이게 순수한 사랑의 단면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헤이즐의 ‘장엄한 고뇌‘ 와,
어거스터스의 ‘새벽의 대가‘

책 장르로만 봐도 전혀 다르고, 각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다르지만서로 상대방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3. 우리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제목을 보며 유독, 이 책의 제목은 왜 이렇게 지어졌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소설 중간에 ‘장엄한 고뇌‘의 작가인 피터 반 호텐과 어거스터 워터스가 주고 받은 편지에 이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P 120

(......)
소녀가 나아지거나 군이 아프게 된다면 별들이 끔찍하게 교차하지 않는 셈이 되곘지만,

별의 본질이라는 것이 서로 교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셰익스피어가 카시우스의 편지에 쓴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

라는 말은 틀려도 이보다 더 틀릴 수 없는 말입니다.
우리의 별에는 잘못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꽤나 심오합니다.
위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서 인용한 문구인데요.

저는 ‘별=운명‘으로 해석하는게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셰익스피어의 편지에 대해 반박하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개인에게 닥치는 행운과 불운등의 상황은 운명(별)의 탓이라고 하는 작가의 생각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에는 수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암으로부터 고통받아야 했던걸까요?

잘못은 우리 별에 있다고하는 작가의 말은,지금의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너희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평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운명이 암에 걸리고, 전이된 암세포에 의해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우리의 삶의 행복은 운명이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싶었습니다.

이 내용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드러납니다.

먼저 죽은 어거스터스가 죽기 전 헤이즐에게 남긴 추모사인데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 입니다.


P 325

(......)

난 그 애를 사랑해요.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 행운아에요.

반 호텐.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서 좋아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상처받기를 자처해서 원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사랑한다고 수천번을 읇조리면서도 그 사랑 안에서 자신만은 절대 상처 받길 원하지 않는,
그런 사람과 사랑 또 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지금,자신들의 사랑이 남긴 상처까지도 받아들일줄 아는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사랑을누가 아름답지 않다고, 풋내기들의 가짜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극한의 상황은 아니지만서도,세상에 완벽한 둘이 어디있겠습니까.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고 싸우고, 지치고, 실망하는 순간 또한 수도 없이 찾아올 수밖에 없을텐데, 그러한 순간에도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변치 않을, 그런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4. 무한을 꿈꾸며


인상적인 부분만 말하다 보니, 책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거의 다 잘라먹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왕 잘라먹고 넘어가기 시작한거 다 잘라먹고 감명 깊은 부분만 말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윗 부분과 함께,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 272


˝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수학 이야기를 할게요. 전 수학자가 아니지만, 이건 알아요. 0과 1사이에는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0.1도 있고 0,12도 있고 0.1112도 있고 그 외에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죠.

물론 0과 2 사이라든지 0과 100만 사이에는 더 ‘큰‘ 무한대의 숫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무한대는 다른 무한대보다 더 커요.
저희가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가 이걸 가르쳐 줬죠.

제가 가진 무한대의 나날의 크기에 화를 내는 날도 꽤 많이 있습니다.

전 제가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숫자를 원하고,

아, 어커스터스 워터스에게도 그가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있었기를 바라요.

하지만, 내 사랑 거스, 우리의 작은 무한대에 대해 내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로 다할 수가 없어.
난 이걸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거야.

넌 나한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줬고, 난 거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


헤이즐이 어거스터스에게 바치는 추모사입니다.
극적인 설정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신파적인 내용으로 빠질 수도 있었던 소설인데,

끝까지 읽어내려 가면서 이들의 밝음과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인해 오히려 더 반성하고 삶에 임하는 태도를 되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한정된 시간이, 그들에게 지극히 유한한 시간이 주어질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들은 그 속에서 무한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외적으로 일반적인 연애에서도, 수 많은 제약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괴롭힐 것임은 틀림 없습니다.

그 사이에서 영원과 무한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분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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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별점이 낮은이유는 제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내용과 다름이 가장 큰 이유이며, 그 다음은 너무 추상적인 표현으로 가득차있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1. 걷기와 연상되는 단어

사실 책 표지와 제목만 보고서 고른 책중 하나인데,
작가의 개인적인 걷기의 경험담이 담겨 있을 줄 알았습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라는 작가가 ‘걷기‘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위상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책의 부제가 <걷기예찬> 그 후 10년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처음 책을 쓰고 그 이후 10년간의 걷기에 대한 경험담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음 책 내용은 걷기가 왜 좋은지에 대한 작가의 견해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목차는 걷기와 관련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걷기의 위상
다시 걸음을 옮기다

느림
온몸의 감각이 열리다
길위의 만찬
그곳에서는 별조차 다르다(야행)
길을 걷는 여자들
뜻밖의 조우
여정의 흔적
풍경
지중해
본질로의 회귀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기
걷기의 쓴맛
산책
도시에서 걷다
오래걷기
숭고함
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모두 걷기를 구성 혹은 연상시키는 요소들이었는데,
그냥 재껴도 괜찮을 법한 내용도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 풍경

‘걷기‘에 영향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똑같은 공간을 걷더라도 순간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 않나요?

공간이 지니고 있는 일종의 아우라 혹은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P96

풍경과의 관계는 언제나 하나의 시선이기 이전에 작품에 대한 감정 반응이다.
각각의 장소는 그곳에 다가가는 개인과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저마다 다른 감정의 파노라마를 펼쳐보인다.

P97

도시에 살면서 더는 만물의 평범성과 중대성을 알지 못하다가 한참을 에둘러 돌아온 후에야 알아보고 기적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더할 바 없는 벅찬 감동을 느낀다.

P98

모든 위대한 풍경은 걸음으로써 소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초대이다. 풍경이 전하는 열정이란 여정에 대한 취기이다.

사실 걷기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들은 무궁무진하게 많지만서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같이 걷는 길이지만서도 유독 눈에 더 들어오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이 있습니다.
길 위에 자리잡아 무심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라던가 유난히 맑은 하늘 위에 떠있는 뭉게구름
삭막한 아스팔트 도로 틈새 피어난 잡초나 꽃이라든지

걷는 사람에게 풍경이란 하나의 큰 상징적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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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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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5.5.14


작년에 ‘고전문학‘을 주제로 한 독서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읽었던 많은 작품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삶에 영향을 끼쳤던 작품을 꼽아보라고 하면 ‘페스트‘ 였습니다.

내용 자체의 어려움으로 중간에 읽다가 포기했었던 작품들도 몇몇 있는 반면 (안나 카레리나,밀란 쿤데라의 소설들..) 극 소수이기는 하나 여러번 읽어본 작품도 몇몇 있었습니다.

사실 고전문학에도 취향이라는게 존재할 수 밖에 없어서,
자기에게 맞는 작품들은 몇번씩 다독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페스트‘도 그러한 작품들 중 하나인데, 예전 다른 독서모임에서 썼던 서평을 뒤적이다보니 작성날짜가 작년 5월 14일이었습니다.

고전문학 읽기에 재미를 붙여줬던 그 소설이, 1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는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질지가 궁금해서 다시 꺼내게 되었습니다.

다시 읽은 지금에도, ‘페스트‘라는 상징이 가진 의미를 비롯해 작품속에 내포된 의미에 절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예전에 읽었을 때 대비,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내용도 있고...꽤나 흥미로웠습니다.


2. 평온한 삶에 재앙같은걸 끼얹나


P54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다 같이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페스트‘라는 거대한 재앙에 대한 연대기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복도에서 쥐가 한마리 죽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후 마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쥐가 2마리,100마리,2000마리.. 모든 도시의 쥐가 죽어나가는 소동으로 이어집니다.

도시에 있는 모든 쥐가 죽고, 이 무시무시한 병의 시선은 사람들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전체 구성 내 1부의 내용은 페스트 감염자들이 늘어나면서, 당국이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쇠하기에 이르는 과정의 서술입니다.

그때부터 페스트는 시민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순식간‘ 혹은 ‘갑자기‘ 라는 말이 어울릴 듯합니다.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던 오랑시의 시민들은 이러한 급작스러운 재난을 상상하고 있었을까요?

정상적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언제든 삶의 한복판에 (죽음까지 몰고 올 수 있는)거대한 재앙 혹은 재난의 가능성과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곰곰히 생각해보니, 삶을 지탱해 나가는, 재난에 맞닥뜨렸을 때 취하게 되는 ‘태도‘ 혹은 ‘가치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카뮈의 소설제목 ‘페스트‘가 상징하는 바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책에서 나온대로 흑사병 그 자체가 될 수도,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이 될 수도,
읽는 독자에 따라 각기 다른 개인의 상황이 될 수 도 있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는, 각기 다른 케릭터의 태도의 차이에 대해서였다고 생각되고 저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말해보고 싶습니다.


3. 신문기자 랑베르

작년 독서모임에서는 이런 주제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 내가 페스트 계엄 상황에 처해있다면 , 어떤 등장인물의 행동을 선택하실건가요? ‘

라는 물음에, 저는 신문기자 랑베르를 꼽았습니다.

인물 개개인의 성격을 일차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랑베르는 이 재난 상황을 도피하려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신문기자로 특종촬영을 위해 오랑시로 온 외부인인데,
갑작스럽게 내려진 폐쇠령에 의해 시 내부에 갇히게 된 인물이죠

사랑하는 여자를 먼 곳에 두고 그 여자가 있는 장소로 필사적으로 돌아가려는 인물입니다.


P 273.


나는 늘 이 도시와는 남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나 이제는 볼 대로 다 보고 나니,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이 사건은 우리들 모두에게 관련된 것입니다.

후에는 도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음에도, 마음을 바꿔 시 내부에 남아 자원봉사 일을 돕는 걸로 마음이 변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페스트를 처음 읽었을 때는 가장 인간적으로 그려진, 그리고 극한의 재난상황을 마주했을 때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인간 군상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마주한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피한다는 것이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행동일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하나의 답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정답이 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 의사 리유


두 번째 읽을 때 다시 바라보게 된 인물이었고, 실제로 제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해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P168


이 세상의 모든 병이 다 그렇죠.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있어서 진실인 것은 페스트에 있어서도 역시 진실입니다.

하기야 몇몇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구실도 하겠죠.
그러나 그 병으로 해서 겪는 비참과 고통을 볼때, 체념하고서 페스트를 용인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나 눈먼 사람이나 비겁한 사람의 태도일 수 밖에 없습니다.


P 172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 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됩니다. ˝


P 216


˝(....)즉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성실성이 대체 뭐지요?˝

˝일반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P 285


˝인간의 구원이란 나에게는 너무나 거창한 말입니다.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원대한 포부는 없습니다.
내게 관심이 있는 것은 인간의 건강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건강이지요.˝


까뮈는 삶의 진리를 ‘성실성‘으로 규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유를 바라보면서. ‘페스트‘라는 소설 자체가 병마에 맞서싸운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끝없는 패배의 기록이라는 점에 집중해서 볼 때, 리유의 삶에 대한 태도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맡은 직분을 영웅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성실하게 수행해내는 것이, 닥쳐오는 재앙에 패배만이 기록되더라도 채념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힘들지라도, 인간이 취해야 될 단 하나의 태도

진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성실성에 인간의 선의지를 더한 것
그것이 도덕성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은 후 부터, 제가 견지해야 될 삶의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5. 우리에게 페스트란


사실 세부적으로 케릭터 하나하나를 파고들면, 얘기할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대표하는 파눌루 신부

평시보다 페스트 상황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 혼돈적 인물 코타르

그랑도 따로 분류해 쓰고 싶었으나...

뭔가 아직까지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는 케릭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유와 우정을 나눈 또 하나의 희망의 상징으로 그려진 타루까지..

리유가 ‘페스트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 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면, 타루는 ‘우리 삶에서 페스트란 무엇인가? ‘ 라는 추가적인 물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P327 ( 아버지의 사형판결 구형 모습을 본 기억 )


나는 내가 간접적으로 인간 수천명의 죽음에 동의했다는 것, 필연적으로 그러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행위나 원칙들을 선이라고 인정함으로써 나 자신이 그러한 죽음을 야기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P328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청렴,순결성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페스트‘라는 단어는 상징적인 의미로, 수 많은 단어들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 현재도 통용될 수 있는 관념을 찾아보자면 그것은 ‘부조리한 삶‘ 이 적합하다 생각됩니다.

부조리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관행을 자연스럽다 여기지 않으며, 자신의 위치에서 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페스트를 한번 더 읽게 되면서, 약간은 느슨해져 있던 삶의 태도를 조금은 더 단단하게 조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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