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싫어서 - 퇴사를 꿈꾸는 어느 미생의 거친 한 방
너구리 지음, 김혜령 그림 / 시공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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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회사생활 중 좋은 기억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막 회사에 나가고 싶다거나 마음이 편안했던 것보다는 조직에서 겪는 불공정함과 말도 안되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는 곳이 회사이기도 하다. 결국 노동력을 쥐어 짜내는 방식으로 일정을 촉박하게 잡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쉽게 지쳤던 것 같다. 드라마 <미생>에서 보듯 직장상사 혹은 동료들과의 관계나 지시들은 어떤 회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개인에게 그 힘든 상황을 강요받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노동계약서에 적힌 대로 근무시간에 정해진 일을 완수해도 퇴근할 때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직장생활이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할수록 근무환경을 더욱 나빠지는 것 같다. 그럴수록 외국 회사의 칼퇴가 부러운 건 왜 일까?


우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고 일이 굉장히 많다. 물리적인 시간으로만 보면 정상적으로 일했을 경우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 어느새 매달 따박따박 받는 월급에 매인 밥벌이 노동자가 되어버리고 퇴사를 꿈꾸게 되는 것 같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은 사라지고 오늘도 하루를 버텨야 하는 그 묘한 울렁증과 긴장감이 더욱 나를 힘들게 한다. 마치 휴가 후 군대 복귀하는 그 당일의 심정과 같다고 할까? <회사가 싫어서>를 쓴 저자도 회사생활을 몇 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나도 수없이 들었던 얘기들이다. 그래서 회사생활이 군대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바로 그 이유때문이다. 불합리함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직장생활을 잘하는 것이고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참 공감가는 내용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옛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결국 밥벌이를 위해 서로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건 아닐까?


어떤 꼭지는 시처럼 번뜩이는 센스와 재치, 유머로 가득차고 회사 다니면서 중간중간 쉴 때마다 많은 내겐 너무나도 익숙한 패턴이다. 회사 다닐 때는 월급 받는 것 때문에 버텼다면 다니지 않을 때는 자유로운 시간들이 많아서 평소라면 못갔을 평일에 여행을 간다거나 전시회나 맛집을 다니기도 한다.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시간들을 채우기 위해. 내가 원하는 건 스스로 정직하게 일한 대가를 보상받았을 때이다. 누군가의 강요나 지시가 아닌 내 노동력이 올바르게 작동될 때 만족감과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 내가 그동안 회사생활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고민들은 왜 이렇게 다들 엇비슷할까? 때론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으며 강압적인 폭거를 겪기도 한다. 언제쯤이면 모두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제니퍼소프트가 처음 방송에서 소개되었을 때 나와 같은 코드를 가진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저런 곳이라면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그것이 곧 회사에 피드백이 될텐데 아직 경직된 우리 회사 시스템에서는 갈 길이 먼 일인 것 같다. 퇴사가 곧 정답일 수는 없지만 회사가 직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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