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76년간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에세이의 고전으로 일컫는 <이 밤과 서쪽으로>는 1942년 출간되자마자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헤밍웨이가 그녀의 책에 대한 극찬을 담은 편지로 인해 주목받게 되고 2004년 <내셔널지오그래픽어드벤처> 선정 '최고의 어드벤처북' 100권 중 8위에 오를만큼 아직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모든 문체마다 생동감이 넘쳐 흘렸고 특히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자연을 다룬 묘사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베릴 마크햄을 따라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세렝게티 대평원을 누비는 기분이 든다. 야간비행을 할 때는 고요한 가운데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빠진다.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어릴 적 순수문학을 읽을 때처럼 감성이 묻어나온 책이었다. 요즘 책 중에는 생명력이 빨리 사라지는 글들이 많은데 <이 밤과 서쪽으로>는 읽고난 후에는 여운이 깊게 남는다.


베릴 마크햄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경주마 조련사이자 비행사였는데 1936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 동쪽에서 서쪽으로 단독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의 여정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1936년까지 30여 년간 아프리카에서 보낸 삶을 각각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하면서 썼다. 저자는 1902년 영국에서 태어나 5살이 되던 때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의 케냐로 이주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도와 말을 훈련시키면서 16살이 될 때까지 그 일을 했다. 그러다 가뭄으로 농장은 망하고 아버지는 페루로 저자는 홀로 아프리카에 남은 것인데 그때가 고작 16살 정도였으니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독립 후에는 말 조련사이자 비행사로 아프리카에서는 1931년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비행사가 된다. <이 밤과 서쪽으로>는 자신의 과거를 남긴 유일한 기록이자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책이라는 것이다.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대자연을 품고 삶을 성찰하는 문장이 오랜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행을 하게 책이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에 찌든 나를 잠시나마 순수하게 만들어주었고, 언제라도 손에 붙들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