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
시로야마 사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는 일본에서 경제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로야마 사부로의 유작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데 전후에 경제소설의 대가로 그 이미지를 굳혀 온 작가의 경력을 생각하면 이 책은 분명 그 분위기가 다른 느낌일 것이다.

 

경제대학을 입학해서 자료를 찾기 위해 고향이 나고야의 도서관을 방문했다가 도서관이 휴관이여서 발길을 돌리던 중 우연히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요정' 같았던 아내 요코를 만나게 된다. 당시 저자는 대학생이였고 아내는 고등학생으로 보수적인 나고야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아내의 아버지에 의한 일방적인 결별 통보에 의해 헤어진다.

 

그러나 우연히 다시 찾은 고향의 댄스홀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어딘가 모르게 그 당시의 분위기나 작가의 분위기를 보면 재회 장소가 언뜻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나 어찌됐든 아내는 상당히 엉뚱하지만 생기발랄하고 또한 책임감도 커보인다.

 

대학 졸업 후 강사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던 그의 여러 배경으로 인해 혼처가 쏟아지다시피했던 그는 결국 모든 자리를 물리치고 아내와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강사와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게 되는데 그 당시 살던 지역에서 필명을 따와 시로야마로 정하고 활동한다.

 

그리고 《수출》이라는 작품을 탈고해 한 잡지에 투고해 신인상을 수상한다. 처음 아내는 남편의 필명 때문에 시로야마 사부로라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후 그가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점차 그 영향력이 커져가는 가운데 전업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면서는 마치 매니저이자 파일럿 피시로서 남편이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일들을 처리한다.

 

장사를 하는 집안에 시집을 와서 챙겨야 할 것도 많았고 육아도 했고 작가인 남편의 뒷바라지도 해야 했으나 한번의 불평도 없이 묵묵히 그 일을 해낸 아내가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의 독자들에게 시로야마 사부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지나는 동안 나오키 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하고 두 아이를 잘 키워내 이제는 부부가 다시 오붓한 생활을 하게 되었던 어느 날 아내 요코가 암에 걸리고 말기 진단을 받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묵묵히 힘이되어 가주는 가운데 결국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가는 아내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또 출판사로부터 아내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결국 이 글을 쓰게 되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아내가 죽음을 맞이했던 그 시간대 즈음에 자신도 세상을 떠난다.

 

이 책은 그의 딸이 작가의 서재에서 발견한 미완성 원고를 편집부에 보내서 출간하게 된 경우로 그속에는 분명 이전까지 만나볼 수 없었던 작가의 사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특히나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며 각자의 맡은 바를 성실히 해내 온 두 부부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이 시대엔 보기 드문 일일것 같아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무심코 당신을 부르다가』의 원제는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으로 말하자면 원제로 했어도 상당히 잘 어울렸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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