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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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행기 한번으로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하루만에도 갈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부산에서 기차로 다시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1948년 제3회 여류문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하야시 후미코의 『삼등여행기』는 그 생생한 과정이 그려지는 여행에세이이다.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서 책에는 오고가는 여행경로로 여행기간이 기록된 지도가 나온다. 지도 위에서 짙은 검은 점선이 가는 길(1931. 11. 4~11.23)이며 하단의 좀더 엹은 검은 점선이 오는 길(1932. 5. 13~6.15)을 표시한 것이다.

 

여행 기간을 계산해 보면 가는 길은 20일 이상이며 오는 길은 한 달가량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도쿄를 시작으로 시모노세키항에서 부산에 도착해 기차를 이용해 만저우리에 도착한 이후에는 그 유명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의 광활한 대륙을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여행길, 가히 고생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은 그 길을 '여행만이 내 영혼의 휴식처가 되어가는 듯(p.219)'하다고 고백한 일본의 방랑 작가 하야시 후미코는 떠난다.

 

때는 1931년 11월로 극심한 추위가 예상되는 시기에, 게다가 만주사변 직후에 전란으로 사회가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던 때에 떠난 여행이였으니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어떤 의미에서건 대단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금도 여자가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안전적 결코 만만치 않은게 사실인데 그 당시에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지금 떠나고 쉽지 않을 과정을 거쳤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긴 여행이니만큼 트렁크는 무려 네 개나 되고 안락함이 보장된 일등칸이 아닌 삼등칸에 몸을 실고 떠난 약 1만 6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여정.

 

그녀가 거친 경로들을 보면 도쿄, 시모노세키, 부산, 서울, 하얼빈, 만저우리,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에 이르는 육로이며 돌아오는 길은 해로를 통해서였고 아마도 그런 이유로 시간이 두 배 정도는 더 걸렸던게 아닐까 싶다.

 

삼등칸이라는 공간이 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이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등급에 따른 극명한 대비를 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녀가 여행을 통해서 마주하게 되는 러시아와 프랑스의 생생한 민낯과도 같은 모습은 지금의 우리가 볼때 신선하기도 하다. 낯선 이방인의 눈에 비친 유럽의 단면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마도 이런 여행의 과정과 한 낯선 동양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유럽과 유럽인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삼등여행기 도쿄에서 파리까지』는 분명 흥미로운 책임에 틀림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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