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무늬
함주해 지음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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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일러스트가 참 예쁜 책이다. 표지만 보면 마치 동화책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아마 그림이 주는 파스텔톤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여러가지의 선택 기준이 있으나 개인적으로 예쁜 책은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하고 동시에 소장하고픈 욕구를 증폭시키는게 사실이여서 이 책은 내용만큼이나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그림이 기대되었다.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유명해진 연재글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난 후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도 네이버 조회수 200만을 기록한 작품으로 그라폴리오 화제의 연재작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책에 담긴 그림 중 일부가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인 AOI에서 주관한 월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WIA 2017)와 미국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 36(AI 36)에 선정될 정도로 고퀄리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했었다.

 

 

사실 책을 보면 글보다는 그림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림이라는 것이 묘하게도 오히려 많은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것 같아 책을 읽어내려가자면 금방이라도 완독할 수 있는데 자꾸만 그림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붙잡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업을 하다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무를 보면 어김없이 힘을 얻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그림의 중심이든 배경이든 커다란 한 그루든, 숲이든 나무를 등장시키고 있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도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 그 나무들에 대해 저자는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한 당신과 나처럼.(p.10)'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래서 '자신의 속도를 묵묵히 품은 채 일 년 동안 한 번 피고 지는(.10)' 그런 나무를 그려보고자 했던 것이 이 작품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그림의 넘버링이다. 작가는 넘버링의 시작을 1이 아닌 0.1로 잡았다. 그러니 1월 1일이 0.1인 셈이며 12월 31일은 딱 36.5가 되는 것이다. 이는 기막히게도 사람의 체온과 같다. 무려 100점의 그림을 그려도 날짜는 4월 10일, 넘버링은 겨우 10. 그린 그림 수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수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의 한장 한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게 될 것이다.

 

겨울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로 순환되는 계절을 그려내는 책이다. 때로는 제목만 붙어 있는 그림도 있고 비교적 장문의 글이 덧붙여진 그림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림이 주가 되는 책이라 처음에는 책에 담긴 글과 함께 읽어보고 다음 번에 그림과 제목만 보고 그 다음에는 그림만 보면서 순수하게 그림을 감상해봐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방법의 독서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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