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세상의 끝에서 만난 내 인생의 노래들
황우창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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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이 있다. 말 그대로 배경음악이라 불리며 영화나 드라마, 각종 광고에 활용되어 분위기를 극대화시켜서 대중에게 더 큰 감동이나 몰입을 선사하게 된다. 간혹 주객이 전도되어 배경음악이 더욱 빛나기도 하고 오히려 이 음악이 아니였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의 기분마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음악은 사람을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여행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간혹 어떤 음악을 들으면 특정한 지역이나 장소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음악과 관련한 어떤 추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는 음악과 여행이 어울어져 있는 책으로 저자인 KBS, CBS, MBC 라디오의 여러 음악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월드뮤직 전문 방송인이 되었고 동시에 월드뮤직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음악과 그 음악이 담고 있는 문화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여행만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라디오 키드라고 부르는 저자에게 있어서 라디오는 1980년대 중반 팝송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팝송을 들으면서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면 이 책에서는 그 상상을 현실화시킨 이야기인 셈이다.

 

그 당시 여러 팝송을 들으면서 상상했던 것들이 모두 상상 그대로가 아니였음을 실제 여행을 통해서 깨닫게 되기도 하는데 영국의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그에게 영국과 런던에 대해 암울한 인상을 심어주었지만 몇 번의 영국 여행을 통해서 그 인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메리 홉킨의 두 번째 앨범인 《땅의 노래, 바다의 노래》에 수록되어 있는 〈런던 거리〉를 몇 번이고 흥얼거릴 정도로 인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파리를 여행할 때는 상대적으로 유명 관광지가 밀집된 장소보다는 조금은 벗어나 있고 골목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에 위치한 생 세베랑 호텔에 머물면서 파리의 골목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은 참 부러워진다.

 

마치 현지인처럼, 조바심내지 않고 여유로움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순간 저자는 이브 뒤떼이의 <폴롱의 그림처럼>을 떠올린다. 책에는 이 노래의 가사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적혀 있기도 하다. 사실 이브 몽땅이라는 샹송 가수는 들어보았지만 이브 뒤떼이는 낯설게 느껴지는데 한국과 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대표 가수로 내한했을 만큼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가수였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과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여서 설령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저자와 같은 길 위에 있다고 해도 똑같은 음악에 같은 감동을 느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영국과 파리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카미노의 길과 어쩌면 그 길을 진짜 종착역인 피니스테레에서 이 음악들을 들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지는 궁금해진다.

 

이처럼 책은 여러 나라의 여러 길 위에서 저자가 듣거나 떠올렸던 음악이 그 길 위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소개되고 때로는 가사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며 해당 음악이 수록된 음반의 사진도 보여주기 때문에 만약 보다 많은 음악이 궁금한 사람들은 음반과 가수를 참고해 더 넓혀가고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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