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에 나와있는 글이 내심 뜨끔하게 만듭니다.
"엄마는 나만 보면 지휘자가 돼.
자꾸만 지휘봉을 휘둘러.
엄마 마음대로
엄마 마음대로
나는 야, 마음대로 마음대로
내 마음대로 나라로 갈 거야."
아이의 안전과 교육을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내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그런 책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속으로 뜨끔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림책 속 주인공 민혜의 집은 회색 대문의 집입니다. 혹시 이것들이 아이의 심리를 은연중에 반영한 그런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는 엄마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우울함을 회색 대문의 집으로 표현한 것일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민혜는 집앞에만 서면 점점 작아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바로 민혜 자신만 보면 이마에 뾰족뾰족 뿔이 난 도깨비가 되는 엄마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혜가 생각하기에 엄마는 민혜를 인형처럼 이리저리 마음대로 조정하는 사람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그냥 민혜가 혼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빨리 빨리를 외치며, 민혜가 물어 보는 질문에 대답도 잘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혜는 내 마음대로 하는 내 마음대로 나라에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민혜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마음대로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율이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민혜는 인처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고, 스스로할 기회와 기다려주는 그런 엄마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지금 딱 미운 네살인 큰 아들을 떠올리며 내 아이도 혹시 엄마인 나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하는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내 딴에는 제 녀석 잘 되라고 한 일이 아들이 느끼기엔 간섭과 통제로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에 입장에서 보면 절대 문제가 아닌 것들일지도 모르는데, 어른이 엄마의 기준에서 보자면 온통 문제 투성이로 비추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서로간의 입장과 인식의 차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를 키우면 누구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생각하고 아이의 말을 들어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확실히 이상과 다짐과는 천양지차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마음대로 휘두르는 엄마를 피해서 내 마음대로 나라로 가겠다는 그 말이 왠지 가슴 아프면서도 아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질문을 통해서 세상을 배워가고 흔히들 말하는 창의력을 높여 간다는데, 가끔 아들 녀석의 끈임없는 질문을 받고 있노라면 제 머리위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건성으로 대답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아이는 실망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 어느 순간 훌쩍 커져 있을 아이를 생각할 때 결코 매 순간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아야 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아이의 책인데, 느끼는 점은 엄마인 제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엄마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자신을 위해 애쓰는 엄마를 이마에 뿔란 도깨비로 묘사한 것은 조금 맘이 상하고, 어리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이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깨비 심술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