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입니다만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라문숙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에세이『전업주부입니다만』. 제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책이다. 불과 오늘 인터넷에서 독박육아를 해야 한다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수가 증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어디 그뿐이랴. 결혼 이후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어버린 요즘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자는 회사에서도 눈치를 봐야 하고 아이를 맡기는 보육원(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마찬가지)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

 

게다가 집에 돌아와도 흔히들 이야기하듯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처럼 가사노동에 시달린다. 이외에도 여자이기 때문에 마치 굴레처럼 씌워진 온갖 의무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고 남자는 당연히 함께 한다는 인식보다 도와준다는 인식이 강해서 아마도 여성들의 비혼 선언은 잠시 잠깐의 일이 아닐것 같다.

 

그런 가운데 결혼한 여자가 맞벌이도 아닌 전업주부로 있는다는 것, 왠지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일을 하면 슈퍼우먼이 되길 바라고 어디에도 충실하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면서 어찌됐든 각자의 선택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일하는 남편에게 무임승차라도 하는것 같은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묘한 세상.

 

어쩌다 이렇게 변한 것인지, 어쩌면 우리는 살기 힘들어지는 현실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기에 내가 식탁에 차려진 밥을 먹고 잘 다려진 옷을 입고 또 깨끗하게 세탁된 옷을 입고 청소된 집, 그리고 내 방에서 잠을 자건만 우리는 이런 모든 것들은 당연시 여기고 누군가를 위해 이 일을 하는 소위 '전업주부'라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는 아이를 다른 사람들 손에 맡기지 않기 위해서 전업을 택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적게 쓸지언정 서로의 역할로서 전업주부를 택하는 말 그대로 각 가정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논다는 표현, 바깥에서 일하지 않기에 덜 힘드니 힘들다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 바로 전업주부는 말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다시 재취업을 위해 애쓰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본의아니게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직장맘이 아니라 오롯이 전업주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책에 담긴 내용은 나도 힘들다는 투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누군가의 아내, 또 어떤 한 인격체로서의 전업주부의 이야기로 다가가면 좋겠다.

 

편견을 버리고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맡은 전업주부라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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