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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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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작가가 되려면

 신으로부터 특별히 은총 받은 타고난 재능이 100%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비단 나 하나뿐만 아니라, 대개 작가의 글을 선망하거나 작가는 자신과 먼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글이란 '작가'라는 특정한 부류의 집단만 작성 가능한 창조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의 사람들이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을 경우 그렇다.

 그런데 내가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능도, 영감도 아니고 단지 '성실함'과 그 성실함을 닮은 '글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된 것은 소설가 김연수를 만나면서부터다. 김연수는 스스로 재능이 많지 않은 작가라고 더러 칭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매일 같이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일을 거르지 않은 결과 그는 소설을 여러 편 완성해냈다. 그리고 드디어 그는 좋은 소설가가 될 수 있었을테지만, 스스로는 대신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지지않는다는말/김연수)

 이런 태도는 김연수뿐만 아니라 김연수와 조금은 닮은 것도 같은(문체라기 보다는 소설과는 또 다르게 작가의 에세이가 재미있다는 특징과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도 발견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운동과 식단 조절 등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사람이다. 공무원도 아니고, 비즈니스맨도 아닌데 그는 소설가의 규칙을 스스로 세우고 제대로 지킨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연수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로 사뭇 다른 글을 쓰고 아니 오히려 더 획기적으로 타고난 영감과 재치가 필요한 장르 소설을 남긴 챈들러 또한 그런 성실한 소설가의 자세를 보여주니 이제 앞서 내가 가졌던 소설가에 대한 게으른 선망이 얼마나 기만이었는지 인정해야겠다. 그것은 인생에 대한 거만함이었을 테기에.

 챈들러는 '전업 작가라면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p.56)"고 말하는 작가였던 것이다. 그것이 소설이든 노래부르기든 밥벌이를 위한 사무실에서의 하얗고 차가운 노동이든지 간에, 언제나 자신의 손 위에 있는 노동을 책임지는 일이란 그런 집중력을 요하는 법이다.

 오히려 전혀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문학, 예술, 비일상적인 글짓기의 영역에서조차 그런 성실함을 지키는 유명한 작가들의 모습은 새삼 새롭다. 삶의 자세를 다시 겸허하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아무리 상투적인 기교를 많이 익혔다 한들, 작가에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은 열정과 겸손함뿐(p.78)'이라고 말한 챈들러의 메시지가 인생의 어느 한순간이라도 통하지 않을 때는 없을 것이다.

 참, 이 시대의 다양한 젊은 인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챈들러의 한 삶의 단면은 이렇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제법 펼치는 듯도 했으나 대부분의 날들을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빅 슬립>을 발표한 이후 20년간 전부 일곱 편의 장편을 쓰고 이렇게 그의 글쓰기 비법까지 궁금해하는 한국 독자들도 만들어버렸다.



무언가를 어쨋든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겸손함 속에서 찬사를 만들 수도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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