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뒷골목의 클럽, 어둠과 자유와 환락이 있던 극장, 아파트 60층을 향해 무한히 뻗은 계단, 디자인 하우스 같은 노란 진료실, 야구공이며 레고 같은 실종된 아이의 물건이 보존된 방등 무대 장치 같은 공간을 오가며 이마치는 삶의 곡절을 연기한다. 존재감이 대단한 배우는 <모비 딕>의 바다를, <햄릿>의궁정을 스스로의 연기만으로 눈앞에 그려낼 수 있다. 이야기를장악한 스토리텔러 정한아는 독자를 ‘이마치‘라는 배우의 삶을목격하는 관객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아들을 잃은 비통한 여배우,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못한 여성,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 아이, 모친에게 학대당한 아이를 오가는 강렬한 드라마의 끝에서 독자관객은 이 불운한 인물의 기억에 자신의삶을 포개는 경험을 하고, 마침내 대단한극 한편을 보고나온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개운한 얼굴로 책장을 덮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