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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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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타고 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이들이 이 질문 앞에서 고민하고 각자 자신들만의 주장을 펼쳤다. 현재에 와서는 적당히 타협하고 둘 다라고 이야기하는게 일반적인 편이지만 정확히 50:50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지인 중 한 사람은 나쁜 일이 있거나 외모나 습관 등에 대해 지적을 당할 때면 유전자를 탓하곤 하는데 정말 가끔가다가 이렇게 자란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경우 엄마(혹은 아빠) 닮아서요.” 라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있고,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타고난 성격적 소심함을 깨닫는 경험을 했지만 사람이 자란 환경과 교육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입장이 더 강하다. 결국 사람들마다 각각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둘 다라는 같은 주장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볼 때 <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이미 확립되어 있는 각자의 견해를 흔들면서 무엇이 게리 길모어라는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무엇을 더 중점으로 두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던진다.

 

이른바 묻지 마 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평범한 사람 둘을 총으로 쏴 죽이고 스스로는 사형을 고집해 끝내 1977년 미국에 사형제도를 부활시키며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린 게리 길모어. 그가 일으킨 그 거대한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그를 경멸하거나 존경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에 처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취재하고 풀어낸 노먼 메일러의 <사형집행인의 노래>가 출간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접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찾아본 바로는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탓에, 그리고 그 사건이 한국에는 그리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정보가 부족한 탓에 정확한 반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후 마침내 게리 길모어의 친동생 마이클 길모어가 혈통이라는 뿌리부터 시작해 자기 형제들에 으르기까지를 끈질기게 추적해 한 가족,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 <내 심장을 향해 쏴라>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의문과 마주하게 되었음은 확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의 뒤표지에 적형 있는 누가 이 남자를 이토록 끔찍한 괴물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은 그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옮긴이의 후기까지 합쳐 정확히 703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기에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저 단편적으로나마 말하자면 게리 길모어라는 사람은 살인의 역사를 지닌 모르몬교도의 피를 이어받았고, 폭력과 공포로 점철된 길모어라는 혈통을 온 몸으로 생생하게 느꼈으며, 끝내는 그 스스로도 그와 같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마이클 길모어는 이에 대해 파멸의 혈통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면서 영혼과 악몽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 역시 잊지 않는다. 가족 그 누구에게도 자신에 대한 비밀을 가르쳐 주지 않아(심지어 책이 끝나고 나서도 독자는 물론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안정을 주지 못했으면서 끊임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가족을 화풀이 대상으로, 제멋대로 굴 수 있는 대상으로 본 아버지 프랭크 길모어와 남편의 폭력에도 떠나지 않고 그 옆을 지키면서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끔찍한 경험을 하게 만든, 그러면서도 자신은 정상적인(이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정을 주지 못한 베시 길모어에 대한 이야기는 그와 형제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알려준다.

 

책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는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끝에 도달해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는 없다. 혈통과 환경에 대한 언급을 읽을 때 마다 떠오르는 의문은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도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의문 앞에서 나는 같은 가정 속에서 거의 같은 것을 겪으며 자라온 길모어가의 장남 프랭크2세와는 무엇이 달랐기에 한 사람만이 살인자가 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했으며, 방식은 다르지만 스스로를 괴롭히고 망치는 길을 향했던 그들 부모와 형제의 운명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은 끝을 보지 못했고 지금 나의 솔직한 입장으로는, 모르겠다. 이 글의 시작에서 말했던 것처럼 환경에 더 중심을 두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게리 길모어와 그의 가족, 지인들이 겪은 불행을 환경으로 치부할 수 가 없다. 프랭크가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됐잖아, 라고 말하기에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았고 또 생각했다. ‘혈통의 문제로 보기에는 책을 읽는 내내 계속되는 언급이 불편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되는 것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모두 절망으로 밀어뜨리는 방식은 그 아버지와 어머니를 꼭 닮아 혈통도 환경도 모두 그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무엇이 더 중심이 된다고는 결코 말 할 수 없는 류의 것이었다.

 

사람은 타고 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지금 이 순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침묵하고 만다. 어떤 답을 하던 나는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반발과 혼란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건 게리 길모어와 프랭크 길모어,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내게서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책의 가치로만 보았을 때, 굉장히 훌륭한 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을 추천할만한 대상은 도저히 떠올릴 수 가 없다. 인간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사형을 포함한 여러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의문을 가지고 싶은 사람? 잘 모르겠다. 내가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웬만한 영화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다는 것, 그러나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액션물이 아니라는 것 정도이다. 이미 책 두께에서부터 망설여질 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한 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 한 가문, 그리고 한 세상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겪어보기 전에는 모를 테니까. 그만큼 압도적이고 생생하며 거대한 이야기였다.

 

 

 

 

 

*알라딘 공식 신간편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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