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 겨울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 해 본적이 있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 나는 겨울이 힘들었는데, 몸 자체가 찬 편이어서 그 정도가 심했다. 특히 아무리 두꺼운 장갑과 양말, 신발을 신더라도 예방이 안 되는 수족냉증 때문에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면 손발의 감각이 사라져 걷는다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어색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실내로 돌아와 감각이 되살아나면 피부가 두드러기처럼 울긋불긋하게 변했다가 가렵고 따가운 상태를 지나 갈라져 생채기가 생겨났다. 나름대로 노력해봤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반복되니 겨울이 오는 것 자체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 담담하게 겨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기억에 남은 특별한 계기 같은건 없지만 겨울이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서늘하면서도 청량한 공기가, 추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의 소중함이, 한 단계 다운된 삶의 리듬이 주는 잔잔함이 겨울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물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겨울은 추워야한다)는 엄마의 말에는 아직까지 동의할 수 없지만 겨울에게도 나름의 매력이 있음을 인정하는 바이다.

 

이처럼 제법 큰 인식의 변화를 겪었지만 내 몸은 여전한 만큼 겨울을 나기 힘든 것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겨울,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 그 곳에서 살다온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를 이끌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온기란. 현재 온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나로서는 대리만족이라도 하자는 심정에 절로 손이 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따뜻함에 대한 것이었다. 떠나있는 그 곳이 얼마나 따뜻한 곳이며 그 따뜻함을 바탕으로 무엇을 누리고 있는지,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같은 것들. 추운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과는 다른 특별함을 생각했다.

 

그에 반해 책은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것들을 마주하며 겪는 일상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며 겪는 비일상도 아닌 다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발리, 스리랑카, 태국, 라오스. 이 낯설고도 신비로운 나라들에서 보낸 시간을 말하는 것인데도 낯선 곳에 갔을 때 느끼곤 하는 긴장감이나 두근거림 대신 일상보다 더 차분하고 느린 리듬으로 보내는 하루하루가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새롭게 발견한 것들에 대해 흥분해서 떠들어대기보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감각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거기에는 우와!”하고 감탄하기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야말로 뒤표지에 있는 여행이 주는 긴장감은 덜고 일상이 주는 지루함은 벗어나 여행과 일상 사이에 머무를 수 없을까는 말이 그대로 실현된 책이었다.

 

특별한 한방이 없어 읽는 이에 따라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겨울의 리듬을 그대로 가지고 따뜻한 나라로 간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진 울림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일상과 비일상 그 사이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듯 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 그 낯설고도 신비한 매력에 푹 빠져 새로운 겨울을 맞을지도 모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