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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밤. 매일 밤이 찾아온다. 똑같은 밤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다른 빛깔로,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밤은 찾아온다. 밤에 이어 찾아오는 새벽, 그리고 새벽이 사라지는 시각 고개를 내미는 아침. 그 사이 사이 우리가 잠드는 시각, 어쩌면 그 시간들 속엔 우리들이 모르는 신비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어느 시간과 공간을 비집고 불쑥 내게 다가올 것만 같은 예감도 든다. 어쩌면 밤과 새벽 사이의 시간은 우리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로 불현 데려갈지도 모른다.

 

 

세 명의 좀도둑이 오늘도 빈집 털기에 한창이다. 고아원 출신의 그들은 근근이 먹고 사는 백수들이다. 각기 사정이 있어 빈집 털기에 혈안이다. 그러다 오래 전 문 닫힌 '나미야 잡화점'이란 곳에 흘러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기묘한 체험을 한다. 그곳의 시간은 바깥 쪽의 시간과 달리 흘러갔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그곳. 신비하고도 묘한 그곳.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도착한 편지. 그 속엔 한때 고민상담소로 불렸던 나미야 잡화점에 보내는 편지였다.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로의 길을 가야할지, 죽을 병에 걸린 사랑하는 사람 옆을 지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찬 편지를 시작으로, 그들 세 명은 편지 흠뻑 빠져든다. 물론 처음부터 빠져든 것은 아니었지만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자신들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반갑고 기뻐서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 세 명이 편지를 받고, 답장을 쓰는 방식으로 글이 이어지다가 점차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바뀌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잠시도 손에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미야 잡화점이 어디선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어 오늘밤에도 누군가를 위해 우유상자에 답장을 넣어둘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가수가 되고자 달려온 꿈과 생선가게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운명에의 갈등, 자신의 존재가 엄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믿었던 한 소녀의 아픔, 얼른 경제력을 갖추어야만 하는 사무직 여성이 호스티스의 길로 가는 데에 있어서의 갈등, 비틀스 음악을 사랑했던 한 녀석이 부모의 야반도주로부터 벗어난 자신만의 삶 이야기까지... 그속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의 이야기들이 그득했지만 내가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해봤던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다.

 

어떤 농담에도 진지한 답장을 해주었던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인과 도주에 실패하며 자신을 돌아본 젊은 시절의 그때.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고민과 갈등,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리라. 그래서 그는 결국 나오지 않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선택이 잘한 일이었다고, 또한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편지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는 평생 그 편지를 간직하며 독신으로 살아갔고, 이 할아버지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진심어린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치유하는 방식이었으리라.

 

 

 ○월 ○일(여기에는 제사 날짜를 기입하도록 해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 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도움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을까요.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때처럼 가게의 셔터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P.188  

 

 

나미야 잡화점의 부활. 그것은 죽어서도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을 상담하러 편지를 넣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실어주기 위한 할아버지의 영혼이 깃든 날이 아니었나 싶다. 잠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순간 그들에게 기적이 찾아왔으니 말이다.  

 

사랑이 사랑했던 여인, 그 여인이 운영했던 환광원이라는 고아원. 그곳 출신인 좀도둑 세 명. 그리고 나미화 잡화점을 찾는 환광원 출신의 사람들. 그리고 환광원을 위험에 빠뜨리고 없애버리려고 수작을 벌이는 이들. 그들 사이에서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사랑'을, '사람'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연결을 알아보기 위해 보냈던 좀도둑들의 백지 편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의 현재에 답장으로 찾아온다. 진심어린 할아버지의 편지. 그 편지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그들이 했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심했던 사람을 믿게 되고, 어쩌면 그들 인생을 바꿀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기적을 믿는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주 단순한 관심임을. 지극한 정성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세상에 하찮은 존재란 없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들의 기적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빛이 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나는 나미화 잡화점에 홀딱 반해버렸고, 당장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어떤 고민이라도 들어줄 할아버지의 영혼을 가슴 벅차게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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