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이승우, 「소돔의 하룻밤」, p.163,164

(그들은 대문)을 부수려고 함으로써 그들의 관심이 오로지 집 안에 있는 외지인들에게만 있음을 일관되게 표현했다.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롯에게 달려들면서 그들이 한 말은 ‘너부터 혼을 내겠다‘였지, ‘그들 대신 네가 혼나봐라‘가 아니었다. 폭력의 대상은 대체되지 않고 추가된다. 그들은 롯에게만 달려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대문을 부수려고 했다. 대문 안에 그들이 욕보이려는 나그네들이 있기 때문이다. 롯을 향한 폭력과 문 안의 나그네들을 향한 폭력은 구별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행해 폭력을 씀으로써 흥분을 폭발시키고, 서로에게 나그네, 낯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자 익숙하던 사람이 낮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 때 모든 사람은 낯선 사람,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낯섦을 정하는 것은 대상의 조건이 아니라 주체의 맹목이다. 이는 나와 다른 사람, 나그네, 외지인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이눈먼 행위임을 깨닫게 한다. 대문 밖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스트

가운데 선 주인공과 마주합니다. 아무런 전주도, 안내도, 사전설명도 없이 기름 부음 받은 이인 예수가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마르코가 전하고자 하는 예수는 과거 상상력 없는 독자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청소년, 청년,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교양 입문 민주시민 권리장전 1
제임스 렉서 지음, 김영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임스 렉스의 책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를 단순히 정보적 차원에서 설명한 것이 아니라 정의라는 맥락 속에서 그 제도의 가치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부제는 그의 이 노력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나는 아름다운 것을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자연 발생된 정치제도가 아니라 가치를 위한 투쟁을 통하여 ‘선택된’ 제도이다. 따라서 이를 지키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불의한 현실에 대한 분석 능력과 희망적 대안을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책은 정의의 맥락 속에서 특별히 다음 두 가지, 즉 소수의 권리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두 가지 모두 현재의 민주주의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1) 소수의 권리: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렉스는 다수의 이기적인 욕심이 소수의 희생을 강제하는 것을 비판하며 성차별, 인종 차별 등 다양한 분야, 다양한 사회, 다양한 국가에서 실제적으로 소수의 인권이 침탈당하는 사례들을 고찰한다. 이 소수가 민주적 권리를 누리기 전까지 민주주의는 실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 자본주의의 폐해: 렉스의 책의 보다 특별한 매력은 바로 자본주의라는 경제제도를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와 대비하여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견 상관없이 보이는 관계 속에서 렉스는 자본주의야 말로 민주주의를 방해하고 후퇴시키는 장본인이라고 주장한다. 특별히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세계화를 그는 강대국, 부자와 특권층의 경제적 착취논리로 분석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라는 것이다. 이 모든 불의의 문제를 지극히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지니는 탁월성이라고 하겠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 그 역사적 발전 과정, 민주주의에 대한 각 나라별 투쟁과 획득 과정, 그 한계와 과제 등을 딱딱한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알기 쉽고 현재진행 중인 예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출판사 행성비가 특별히 이 책의 출판을 청소년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는 사실은 한 청소년의 아버지로서도 크게 감사할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쉽게 권해줄 만한 인문서가 그리 많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쉽고도 ‘바른’ 입문서의 등장은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