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소돔의 하룻밤」, p.163,164

(그들은 대문)을 부수려고 함으로써 그들의 관심이 오로지 집 안에 있는 외지인들에게만 있음을 일관되게 표현했다.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롯에게 달려들면서 그들이 한 말은 ‘너부터 혼을 내겠다‘였지, ‘그들 대신 네가 혼나봐라‘가 아니었다. 폭력의 대상은 대체되지 않고 추가된다. 그들은 롯에게만 달려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대문을 부수려고 했다. 대문 안에 그들이 욕보이려는 나그네들이 있기 때문이다. 롯을 향한 폭력과 문 안의 나그네들을 향한 폭력은 구별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행해 폭력을 씀으로써 흥분을 폭발시키고, 서로에게 나그네, 낯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자 익숙하던 사람이 낮선 사람이 되었다. 눈이 멀 때 모든 사람은 낯선 사람,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낯섦을 정하는 것은 대상의 조건이 아니라 주체의 맹목이다. 이는 나와 다른 사람, 나그네, 외지인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이눈먼 행위임을 깨닫게 한다. 대문 밖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