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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평점 :
나이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기시미 이치로의 책은 인연이 닿아서 몇 권 째 읽고 있다. 사실 서평이랄 것도 없지만 이 책은 마치 저자가 내게 옆에서 나의 심정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그가 느꼈던 경험을 현재 80% 이상 경험하고 있는 처지여서 그의 말 한마디, 문장 한마디가 남의 말로 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게 형제처럼, 카운셀러처럼 이야기한다 .
이 책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읽으면 더 좋겠지만 나이드신 부모님이나 아프신 부모를 간병하고 있거나 돌보고 있는 독자가 본다면 자신의 상황을 저자가 이야기하고 그 상황을 나름대로 해석을 해주기 때문에 '나의 마음 속을 훤히 들여다본건가?' 싶을 정도로 놀랄 것이다.
저자가 나이든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면서 겪었던 일화들 그리고 그 일화를 겪으면서 느낀 감정을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그의 통찰력으로 명쾌한 결론을 내려주어 내게 안도감을 선사한다.
사실 어제도 아니 오늘 아침에도 부모님에게 화를 냈습니다
사실 부모님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전화를 회피했으며 남편이 대신 우리 집을 가주기를....대신 우리 엄마와 전화 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내 경험을 바로 이 저자가 고스란히 겪었다.
아이는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 새롭게 해낸다. 말 못하던 아이가 오늘은 엄마, 아빠 말도 하고 기다가 걷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은 아니다. 명석하고 기억력도 좋으시고 공부도 많이 하신 부모님이지만 80이 넘어가고 기억력과 육체가 노쇠해지시면서 기억도 못하시고, 걷는것도 쉽지 않고 하루가 지날 수록 할 수 있는 것 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정말 울고 싶고 믿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내 어머니는 한 눈이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셔서 이제 혼자서 나가시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하고 내에게 꾸지람을 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허리는 굽고, 드러누워 있으며 입맛은 잃어갔다.
저자 일화 중에 이런게 있다. 부모님 간병을 하는데 계속 누워만 있으니 할 것도 없고 그저 자긴 옆에서 공부나 하고 책읽고 일석이조라고.. 내가 그렇다. 주말에 그래도 최하 1번은 밥 차리러 가고, 가봤자 하는 건 밥 차리기, 설겆이, 내 할일 하기...
하지만 부모는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저자가 그런다. 너가 있어서 내가 편히 잔다고...
그 말이 참 와닿았다. 내가 가서 마사지를 안해줘도, 청소를 안하더라도. 그저 곁에 있다는 것 말하면 네 하고 대답할 누군가가 존재한다는게
부모에게 힘이자 숨 쉴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중간 중간 주옥같은 글들을 그림과 같이 따로 빼놓앗는데 필히 읽고 또 읽어보면 좋다. 내 마음이 흔들릴 때 간병하다 지칠 때
기억이 사라져 나와의 추억들을 부모가 잃어갈 때 고뇌하고 후회하고 아무것도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괴로울 때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예전에는 뭐든 할 수 있었던 이상적인 부모를 지우라 한다. 그렇다. 나보다 더 잘 하고 더 잘 알던 부모는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그를 무시해서도 그보다 우위에 있어 권력을 행사하려고 해도 아니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바라봐주기를 그것이 효도임을 일깨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