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단어의 여왕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25
신소영 지음, 모예진 그림 / 비룡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단어의 여왕》은 특별한 동화입니다.

이 작품을 보고 황금도깨비상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말했죠.


어렵고 외로운 상황에서 소녀는 특정한 단어에서 나오는 빛을 보고,

그 빛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단어를 빛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아주 재미있고,

아이의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작고, 외롭고, 때로는 풍부하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황금도깨비상 심사위원 中



신소영 작가님은 《고래 그림 일기》로 제2회 목일신아동문학상,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전에서 《소녀 H》로 글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단어의 여왕》 그림은 보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두 차례 선정된 모예진 작가님이 맡아주셨어요.


《단어의 여왕》 표지를 보았을 때, 어떤 내용이 연상되시나요?

따듯하고 포근하면서도 몽글몽글한 하루가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지 않나요.

주인공도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머리도, 옷도 평범하지는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환상 스토리인가?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답니다.


《단어의 여왕》 주인공 '나'예요.

정돈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에, 주황색 멜빵 차림의 나.


어느 날 아빠는 키우던 강아지를 멀리 사는 지인에게 맡기고는

나를 데리고 아주 작은 집에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그곳은 바로 원룸 고시원이었죠.

방이 좁아 강아지를 키울 수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곳은 모두가 혼자 살았어요.

그래서 아빠와 내가 함께 산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되었죠.

눈치 빠른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어요.

그리고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 시작되었죠.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푸른 고라니'를 떠올려야 했어요.

푸름역에서 고란역까지 가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학교에 제대로 찾아간다고 한들, 수업 시간에는 잠자기 일쑤였죠.

매일 아침마다 지옥철을 경험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고 놀아주지도 않아요.

어영부영 수업이 끝나면 '거꾸로 푸른 고라니'를 떠올렸어요.

다시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요.

집에 가면 방이 아닌 총무실에 숨어 있었어요.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아빠는 고된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 돌아왔어요.

물론, 그때까지 저녁은 굶고 있어야 했죠.

이게 나의 하루였어요.

그리고 이 하루가 매일 반복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늘 똑같던 고시원 생활에 비밀스런 일이 일어났어요.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비밀'이었죠.

그 비밀스러운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 '빛'은 조금씩 커져갔죠.

'나'에게 어떤 비밀스런 일이 일어났을지, 《단어의 여왕》 책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단어의 여왕》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큰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아지와 잠시 이별을 한 주인공이 아빠와 고시원에서 살아가게 되는 내용이죠.

그런데 이 《단어의 여왕》의 큰 서사 속에는 스물아홉 가지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어쩌면 나의 단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나는 그 속에서 '단어'의 새로운 뜻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이걸 '단어의 재발견'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단어의 재발견,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말인데요.

주인공 '나'가 재발견한 수많은 단어 덕분에

나는 '알쏭달쏭고요꼭꼭달빛여왕'이 되었어요.

이처럼 《단어의 여왕》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말들 속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할 수 있었어요.

특별했던 건, 그 단어에 대한 설명을 오직 '뜻(의미)'만이 아닌,

어린 화자가 겪고 있는 '상황'과 당시의 '감정'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으로부터 나온 것들이었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내가 발견한 단어의 새로운 의미를 통해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퍼지는 '단어의 힘'을 느끼게 될 거예요.

단어의 힘?

순간 번쩍이는 것인데요.

이건 나를 이해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

혹시 발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구요?

우리의 생각은 모두 내려놓고, 단어의 여왕이 이끄는 길만 따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밤하늘을 우아하게 날고 있는,

이응(ㅇ) 드레스를 입은 나를 찾게 될 테니까요.

《단어의 여왕》에서 또 하나 특별한 요소는 바로 '시'입니다.

나는 늘, 강아지를 다시 만나게 되면 들려줄 시를 적어 내려갔어요.

물론 글감은 직접 발굴한 단어였어요.

내가 써 내려간 시는 정말 아이다운 시였어요.

정말 아이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겠다, 이런 글을 쓰겠다 싶은 시여서 놀랐답니다.

어쩌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 동심에 만들어낸 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단어의 여왕》 리뷰가 알쏭달쏭하셨나요?

《단어의 여왕》을 처음 읽었을 때의 제 느낌이 그랬답니다.

하지만 왜인지 그 속에 고요히 반짝이는 게 있었어요.

그리고 그 느낌을 따라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단어의 여왕》을 읽을 누군가에게 그 빛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넘긴 페이지 사탕의 맛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넘긴 페이지》는 밸류라이팅에서 처음 소개해드리는 '만화'로 구성된 책입니다.

평소에 만화를 자주 보지는 않는데,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책 소개를 보자마자 흠뻑 매료되었었죠.

아니나 다를까 《오늘 넘긴 페이지》를 보는 내내 정말 울고 웃었습니다.

《오늘 넘긴 페이지》는 주인공 둘째를 중심으로 세 자매의 일상을 그렸는데요.

물론 저는 세 자매가 아니지만, 둘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저에게도 언니가 있는데요.

둘째가 느끼는 감정은 똑같구나, 할 정도로 주인공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밝고 명랑한 성장기 만화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오늘 넘긴 페이지》의 표지부터 살펴볼게요. 가까운 순서부터 언니, 나, 동생인데요.

내가 언니를 바라보고 있지요?

그런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다시 볼 땐, 단순히 바라보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언니를 향한 동생의 여러 가지 마음이 담긴 시선으로 느껴진답니다.

그중에 한 가지 마음을 선택하라면, 언니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은 동생의 마음을 고르고 싶어요.

《오늘 넘긴 페이지》에는 세 자매가 나옵니다.

매일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뭘 해도 항상 멋진 언니 유선,

말귀는 알아듣지만 말을 듣지 않는 세상 귀여운 막내 유화,

그리고 그 중간에는 언니랑도 싸우고, 동생이랑도 싸우며,

매 순간 밀리는 억울한 둘째 유진이 있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자매의 이야기예요.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둘째 유진이에요.

동생이 태어난 날이죠.

유진이는 하나님께 동생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는데, 응답이 되었지 뭐예요-!

그래서 유진이에게는 무척이나 기쁜 날이랍니다.


왜 동생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냐고요?

다급히 부르는 언니의 목소리에 황급히 달려가면 '불을 꺼달라'는 말을 듣곤 했어요.

또다시 급하게 부르는 언니에게 달려가면 '물을 달라'는 말을 들었었죠.

그래서 동생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거예요.


세 자매의 성장 앨범 중간에 들어간 '한 페이지의 추억, 언니 관찰 편'인데요.

이 장면에서 깔깔대며 웃었답니다.

이런 생각은 동생이 언니를 집중적으로 관찰해야지만 드는 의문인데,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동생의 시선이 느껴져서 너무 웃겼어요.

저도 언니를 집중적으로 찬찬히 관찰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거든요.

'왜 언니는 이빨이 유난히 많아 보일까?'

'왜 언니의 옆머리는 슈렉처럼 구부러졌을까?'

속으로 생각하곤 했죠.


하지만 동생이 태어난 기쁨도 잠시, 동생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이 알아챘습니다.

말귀를 알아듣는데 말을 듣지 않는 흥미로운 아이였어요.


그래도 말은 통하는 언니와 노는 것이 좋았어요.

언니랑 놀면 자전거도 탈 수 있었거든요.

저도 너무나 공감했던 장면!

언니가 친구들이랑 놀러 갈 때, 언니 따라가기!

아.. 이 장면은 모든 동생이 공감할 텐데요.

언니가 놀러 간다고 하면, 왜 그렇게 따라가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많이 따라가곤 했었는데요, 제가 갈 때마다 언니 친구들이 애매한 시선으로 보았었어요.

그때는 몰랐죠. 싫다는 내색인 줄.

하지만 나중에 커서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다 같이 노는데, 꼭 친구 동생이 따라올 때요.

동생이 오면 왠지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재미도 없었거든요.

아마 언니 유선과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언니와 함께하는 게 그저 좋은 동생인 걸요.

이 장면도 참 공감이 되었는데요.


언니 손을 잡고 달리면 혼자 달릴 때보다 빠른 기분이 들었어.

- 오늘 넘긴 페이지 中



이 말뜻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어요.

'언니'라는 단어가 주는 든든함 같은 게 있거든요.

그저 언니라는 이유로, 엄마가 없을 때는 언니가 엄마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엄마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언니를 많이 의지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참 든든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이 장면. 저는 제 얘기가 나온 줄 알았습니다.

저도 언니가 뭐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괜히 방에 들어가서 '뭐 하냐'고 물어봤었어요.

아니면 언니가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 언니 의자 뒤에 누워 있곤 했는데요.

저는 키가 커야 되는 시기라 빨리 자야 했지만, 언니는 공부를 해야 했어요.

불이 훤히 켜져 있는 방에서 잠이 쉽게 들지 않았던 저는

언니가 공부하던 듀오백 의자 사이사이로 발을 넣어 언니의 엉덩이를 찌르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언니가 씩씩거리면서 '그만 해!!!'를 외쳤지만

너무 심심해서 계속 장난을 쳤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저 듀오백 의자마저 똑같았네요.

그리고 가장 좋았던 장면인데요.

언니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킥보드를 타고 그 뒤를 쫓던 동생.

언니가 가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고 싶은,

언니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 따라 하고 싶은,

그런 동생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언니도 나도 어른이 되어 갑니다.

언니가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느끼게 되는 또 하나의 마음, 바로 허전함입니다.

바빠진 언니, 달라진 언니의 삶에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언니랑 같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아쉬움일까요.

언니와의 격차로 느껴지는 외로움일까요.


언니와 나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그리고 동생은 어떤 삶을 마주하게 될까요?

마지막 결말은 《오늘 넘긴 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결말을 보면, 동생을 응원하게 된답니다.

《오늘 넘긴 페이지》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을 끄집어주는 책이었어요.

지난 과거의 저를 소환해낸 느낌이랄까요.

만화답게 그림도 유쾌하고 귀여워서 손에서 한 번도 놓지 않고 휘리릭 읽었답니다.

세 자매가 아니더라도, 형제나 자매가 있는 분들은 무척 공감하실 거예요.

아, 리뷰를 쓰니 언니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이빨이 많은 우리 언니.. 옆머리가 슈렉인 우리 언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사의 재발견 - 뇌과학이 들려주는 놀라운 감사의 쓸모
제러미 애덤 스미스 외 지음,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사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감사'라는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어려운 영역인 것 같아요.

말로는 '감사하는 삶을 실천하자'고 이야기하지만,

막상 삶 속에 들어가면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감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학적 실천법이 담긴 책이 여기 있습니다.

감사가 단순하고 뻔하다고요?

이제 《감사의 재발견》을 통해 '감사의 새로운 영역'을 확인해보세요-!《감사의 재발견》은 단순히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고 외치는 책이 아니었어요.

왜 감사해야 하는지, 뇌과학을 기반으로 풀어줍니다.

감사했을 때 어떻게 삶이 달라지는지 또한 보여주지요.

무엇보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합니다.

어떻게 하면 감사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감사하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교, 직장에서 감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감사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감사의 재발견》은 이 생각들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어쩌면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풀어가는 《감사의 재발견》,

이제 시작해볼게요.


《감사의 재발견》의 목차부터 살펴볼게요.

이런 자기계발서는 '목차'부터 시작점이 나뉘어지는데요.

저는 이 목차를 보고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감사하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뻔한 주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실천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부. 왜 다시 감사인가?

2부. 감사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3부. 감사를 잘하는 길

4부. 감사하는 가족이 되는 법

5부. 학교와 직장에서 감사하는 법

6부. 감사가 뿌리내린 사회


'감사', 얼핏 보면 흥미진진한 면이 없는 단순하고 뻔한 정서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감사를 외면했고,

그 결과 오히려 감사가 건강, 행복, 사회적 관계에

얼마나 강력하게 기여하는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사회적 유익이 중요한 이유는 감사가 사회적 정서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지지와 인정을 받았는지

깨달아야 하기 때문에 감사하는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죠.

또, 우리의 정서 체계는 새로움을 선호하는데요.

참신함과 변화를 좋아하고, 긍정적인 정서는 금세 시들해집니다.

새 차, 새 배우자, 새 집도 얼마 못 가 더 이상 참신하고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죠.

그러나 감사로 가진 것의 가치를 표현할 때 우리가 얻는 유익이 배가됩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 성공 기회가 더 많은 이유]


이번에는 '감사하는 사람에게 성공 기회가 더 많은 이유'를 살펴볼게요.

의식적으로 감사를 실천하는 사람이 더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감사의 재발견》 연구진들은 10주간 달성하고 싶은 여섯 가지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두 집단으로 나누고, 한 집단에서 주 1회 감사 일기를 쓰며,

감사거리를 다섯 개씩 열거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감사 과제를 받은 참가자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이 노력했습니다.

또, 목표 달성률은 20퍼센트나 높았고요.

심지어 그들은 실험 후에도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의식적으로, 의무적으로라도 감사하려는 사람에게

일상에서도 더 많은 성취율에 도달한다는 것이죠.







[감사가 유익한 이유]


자 다음으로, 감사가 우리에게 유익한 이유를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역은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감사는 타인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기존 관계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지요.

감사가 '나눔'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 친밀한 관계의 토대가 되기도 하는데요.

어떠한 원리인지 볼게요.

1단계: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커플일수록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2단계: 감사함을 많이 느낄수록 관계 유지를 위해 많이 노력한다

3단계: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파트너는 상대가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4단계: 파트너의 인정을 받는다고 느낄 때 감사를 느낀다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감사할 때 상대방의 가치를 재발견합니다.

상대를 인정하는 마음이 커질 때 관계에 더 많이 헌신한다는 것이죠.

또, 파트너에게 감사할수록 파트너의 필요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하고요.

파트너가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수록

파트너는 인정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더 나아가, 파트너의 인정을 많이 받았다고 느낄 때 파트너에 대한 감사가 커지죠.

우리는 인간관계의 선순환을 생성하고 유지하려면

일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양방향에서 '서로 감사'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값없이 줄 것, 그저 기뻐할 것 ]


우리가 타인을 도와주거나 선물을 주는 경우가 있죠.

그때는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먼저 보답을 기대하지 않고 값없이 마음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바란다고 상대가 생각하거나

그들이 의무감을 느끼기 되면, 그들이 느끼는 감사는 급감하게 됩니다.

다행히 선물의 값어치는 감사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상대의 취향과 필요를 고려하는 사려 깊은 자세이죠.

게다가 넉넉한 마음으로 값없이 주면 행복감뿐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움을 비롯한 여러 보상이 따라옵니다.

또, 우리가 항상 전제해두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선물하고 마음을 주는 것 역시 '선택'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기의 핵심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는 것과

'주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죠.

​[감사 일기 활용법]


그렇다면 이제 실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감사의 재발견》 작가는 '감사 일기 쓰기'를 제안합니다.

주 2-3회 감사거리를 최대 다섯 개씩 기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열거하는 것들은 비교적 중요도가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습니다.

훈련의 목적은 삶 속에 있는 좋은 사건, 경험, 사람, 사물을 기억하고

그에 수반되는 좋은 정서를 누리기 위함입니다.

또, 머릿속에 묵혀 두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기록하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감사 일기'를 120% 활용하려면, 이것들이 지켜져야 합니다.

1. 소리 내어 감사하다고 말하기

2. 물건이 아니라 선행에 공개적으로 감사하기

3. 사랑에 초점을 맞추기

4. 끈기 있게 행하기


저는 이 《감사의 재발견》에서 제시하는 '감사 일기'가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아티스트 웨이'를 진행하면서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는데요.

모닝 페이지에 꽤 많은 분량을 차지는 하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이 '감사'였습니다.

내가 이러이러한 상황을 겪었는데 or 마주하고 있는데

나는 어떤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지,

내가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아무리 봐도 감사할 거리가 없더라도, 그럼에도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건 무엇인지

찬찬히 적어 내려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내면에 부정적인 자리가 조금씩 긍정적인 자리로 바뀌어 갔고,

긍정적인 생각이 점점 자라다 보니까

제 스스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사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기에 여러 번 무너지고 고비가 수없이 찾아왔지만,

이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도 '감사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감사 일기'의 능력을 익히 경험해 왔기에

누군가 시작해보려고 한다면, 적극적인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요.

'놀라운 감사의 쓸모'의 힘을 믿으시나요?

저는 믿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믿는 대로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롭 시어스 지음, 톰 시어스 그림, 박규리 옮김 / 비룡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경 책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은 이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시나요?


롭 시어스와 톰 시어스 작가는 이런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하여 이야기가 뻗어나갑니다.


독특한 상상에서 시작된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은 지구의 여러 환경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80억 인류가 뭉쳐진 거인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동물의 개체 수, 음식의 소비량, 자원의 소비량, 쓰레기 배출량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즉, 인간의 집단 전체가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동안 환경 관련 책들은 모두 어두운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였겠지요.

그러나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에서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환경문제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어요.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덤덤하게 표현해서인지 기억에 더 오래 남았던 것 같아요.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제목만 보았을 때, 어떤 스토리일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부제를 보면서 스토리를 상상해보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상상했던 스토리와는 달리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80억 명의 인간을 1명의 대왕거인으로 만들 때만 해도

'거인이 등장하는구나, 거인이 주인공이구나' 했는데,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 자원, 쓰레기 등 모든 것을 '거인화'합니다.

즉, 하나의 개체 또는 부류를 모두 합쳐서 딱 하나로 만드는 것이죠.

그래야 쉽게 다가올 수 있거든요.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장점을 딱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 점이에요.

대부분의 환경 책을 보면 동물의 개체 수, 자원 사용량,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수치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수치 자체만으로는 쉽게 와닿지 않아요.

아마도 익숙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에서는 이렇게 감을 잡기 어려운 수치와 자료들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전달해준답니다. :)

누가요? 바로 이 파란색 대왕거인이요!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은 국제자연보전연맹, 유엔식량농업기구 등의

신뢰도 높은 기관의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입니다.

생명의 다양성의 파괴되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지금,

지구의 위태로운 상태를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은 본책과 함께

'생각이 자라는 에코 북'이라는 별책 부록이 들어 있답니다. :)

이 부록에는 작가 인터뷰, 독후 활동지, 친환경 행동 실천법이 실려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을 통해 더욱 깊고 넓게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약 80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그러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어요.

여기는 어디일까요?

왜 모두 모여 있는 것일까요?

80억 명의 인간들을 한자리에 모으면, 영국의 수도 런던에 죄다 몰아넣을 수 있어요.

일단 전 세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제 이들을 모두 합쳐 1명의 인간으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건 '뭉쳐기계'인데요.

모든 것을 하나로 뭉치는 기계예요.

과학 기술의 경이로움이 느껴지시나요?


뭉쳐기계 위쪽을 보면 기다란 파이프 같은 것이 있는데,

뭉쳐기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전 세계인들이에요.

그리고 오른쪽 그림을 보면, 뭉쳐기계의 출구가 있어요.

엄청 흥미로운 모습으로 곧 빠져나올 거예요.

물론 모두들 원래의 모습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답니다. :)

아마도요.



뭉쳐기계에서 나온 어머어마하게 커다란 대왕거인이에요!

대왕거인의 스펙을 이야기해보자면,

키는 약 3킬러미터이고요, 몸무게는 약 3억 9천만 톤이에요.

1초에 100킬로그램씩 늘어난답니다. :)

아직도 와닿지 않으신다고요?

대왕거인의 몸무게는 보통 인간보다 80억 배 무겁고, 키는 2천 배 정도 크답니다.

다리도 엄청 길어서 무려 3시간 만에 4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뛸 수 있을 정도예요.

그리고 왜 대왕거인이 파란색일지 생각해보았는데,

우리의 몸은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파란색으로 탄생한 게 아닐까요?

자, 이제 뭉치기계에 다른 동물들도 넣어보았어요.

우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여러 대왕동물들이 파티를 열었어요.

대왕코알라는 에펠탑에 매달려 있고요.

대왕비둘기와 대왕북극곰은 와인을 마시고 있네요.

대왕아프리카코끼리 위에는 대왕자이언트판다와 대왕호랑이가 있어요.

그 뒤를 따르는 대왕황제펭귄까지.

의외로 양봉 통에 사는 대왕꿀벌의 개체 수가 상당히 많다는 걸 느꼈어요.

거의 코끼리의 3분의 1 크기만 하니까요.

그런데 동물들 중에 가장 큰 개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인간처럼 수가 점점 늘어난 동물들이 있는데요.

그들은 대왕닭, 대왕소, 대왕돼지였어요.

인간들이 먹어 치우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때문일 거예요.

특히 꺽꺽 트림과 뿡뿡 방귀를 내뿜는 대왕소 때문에

1초에 4톤씩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번엔 음식을 뭉쳐기계에 넣어 보았지요.

한 상을 차려보니 웬만한 도시보다 몇 배가 큰 거 있죠?

이만큼의 양은 대왕거인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의 1년어치 양이에요.

이것도 어마어마하죠?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1년 동안 먹는 쌀을 다 담으려면 너비 3킬로미터짜리의 그릇이 필요하답니다.

또,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통조림 햄의 1년 생산량을 합치면

60미터 높이의 캔을 만들 수 있어요.

너비가 2.1킬로미터인 막대 사탕은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생산한 19억 톤의 사탕수수로 만들어지곤 해요.



이번에는 특별한 레시피를 하나 소개해볼게요.

'대왕버거'!

분량은 전 인류가 먹을 양이고요, 요리하는 시간은 1년이에요.

먼저, 유럽 크기의 빈 땅을 찾아야 해요.

그래야 자유롭게 가축의 먹이가 되는 씨를 뿌릴 수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숲을 몇 개 밀어버려야 할 수도 있어요.

그다음 2개월에서 4개월 동안 매일 비료와 물을 줍니다.

물은 4000조 리터만 있으면 돼요.

그리고 수확한 사료를 모아 대왕가축에게 먹이지요.

그렇게 잘 먹은 대왕가축들은 어떻게 될까요?

네 맞아요, 잘 자란 대왕가축들을 분쇄기에 갈아버리게 됩니다.

마지막에 대왕젖소의 표정이 보이시나요?

매우 당황스럽고 놀란 얼굴이에요.


그리고 종종 대왕거인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하기도 해요.

아름다운 자연을 막 파헤치는 거 말이에요.

대왕거인에게 땅파기는 그냥 취미가 아니에요.

열정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 중독 수준이죠.

밤낮 구분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어요.

이렇게 마구 파헤쳐진 땅의 크기가 어떻게 되냐고요?

위성 사진으로 보면, 60세제곱킬로미터의 구덩이가 눈에 띌 거예요.

그 커다란 발자국 속에 대왕거인은 조그만 점처럼 보이죠.

얼마나 큰 구덩이인지 감이 오시죠?

하지만 대왕거인에게 아주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어떤 대왕아이디어인지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책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대왕거인의 대왕아이디어라면,

아무것도 없던 삭막한 거대한 구덩이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은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을 담은 손영옥 작가의 《거리로 나온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예술이 내게 말을 건네온다'는 《거리로 나온 미술관》의 띠지 문구였어요.

보자마자 '이거다!' 했던 책이었습니다.

책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부제목과 띠지의 문구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거리로 나온 미술관'을 딱 보았을 때는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부제목과 띠지를 보니 바로 내용과 연결이 됐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의 손영옥 작가님은 저널리스트 겸 미술평론가입니다.

현재는 국민일보 부국장이자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계시죠.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 '궁금한 미술'을 바탕으로 한

이 《거리로 나온 미술관》은 우리가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굳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미술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작가, 제작 경위, 미학적 가치, 시대사적 맥락을 두루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은 거리 위 조각물과 건축물이 누구의 손을 거쳐 탄생했는지,

설치된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점이 멋진지 등을 궁금해할 이들에게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가 될 내용을 담았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을 보면서 '어, 이거 봤던 건데!' 했던 예술 작품이 정말 많이 나왔어요.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


《거리로 나온 미술관》은 총 4장으로 나뉘어졌습니다.

1장.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 (공공미술 이야기)

2장.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 (건축 이야기)

3장. 거리예술로 훔쳐보는 그 시절 (역사 이야기)

4장.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 (새로운 공공미술)

공공미술, 건축, 역사, 새로운 공공미술의 부문까지 다루고 있어요.


우리는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반드시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리 곳곳에서도 미술 작품이 있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는 평소에 바쁘게 걷느라,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느라 거리의 작품에는 시선이 가지 않는 거예요.

사실 공공예술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펜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야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오픈을 했다, 닫았다를 반복하던 찰나,

《거리로 나온 미술관》 작가님은 이런 상황에서 거리의 미술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던 거죠.

온라인 미술관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전해지는 '촉각의 기쁨'을 만족하지는 못했거든요.


《거리로 나온 미술관》 작가님은 말합니다.

거리의 공공조형물과 건축물에 궁금증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미술 지식과 안목이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이런 관점의 변화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미술관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왠지 높은 문턱이 느껴질뿐더러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야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사람들을 예술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편안한 매력이 있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소개했던 작품입니다.

김병호 조각가의 〈조용한 증식〉이에요.

빌딩 숲 사이로 상큼하면서도 당당한 '레몬색 조각'입니다.

이 조각물은 2012년 8월에 완공된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건물 IFC 서울 안에 있습니다.

IFC 서울 건물들이 'ㄷ'자 형태로 감싼 중정의 초록 잔디 위에 놓인 이 노란 조각물은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길에 자주 보는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조각품을 외국 작가의 작품이겠거니 생각했죠.

하지만 30대 신예작가 김병호 조각가의 작품이었어요.

작품명 〈조용한 증식〉의 외양은 파스타 면 다발을 움켜쥐고

중간쯤에서 구부린 뒤 한쪽 끝을 부채처럼 펼친 형국입니다.

꽃의 수술과 꽃잎을 합성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꽃 피는 장면을 초고속으로 촬영하여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합친 느낌이기도 합니다.

면발의 가닥 같은 파이프의 끝은 트럼펫의 나팔 모양으로 퍼졌는데, 그곳에서는 소리도 나옵니다.

뭉툭한 끝은 멀리서 보면, 꽃 안쪽의 수술대 끝에 달린 볼록한 꽃밥 같기도 해요.

저도 지나가면서 보았었는데, 나름대로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보통 건물 앞에 세우는 조각상들이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조용한 증식〉은 그야말로 신선했습니다.

나름대로 서울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환하게 밝혀주는 느낌의 조각상이었어요.

색감도, 모양도, 분위기도 밝아서 좋았답니다. :)

《거리로 나온 미술관》 작가님은 김병호의 공공조각이 주는 신선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공공미술 전문가들은,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지는

자유로운 사고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병호 작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봄날 꽃가루가 퍼져나가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벌과 나비 덕분에 며칠 사이 꽃이 활짝 피어나는 생명의 경이가 일어나잖아요.

그런 비가시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언가 펴져가는 상황을 은유하는 '선(線)'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국수 다발 같은 선의 다발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조각 공정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산업 재료로 눈을 돌렸습니다.

결국 기성품인 쇠파이프, 너트와 볼트 등 모듈화된 부품이 그의 조각 재료가 되었죠.

그렇게 인공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이 나는 그의 세계를

'디지털 피조물'이라 칭하는 미술평론가도 있습니다.

〈정원〉의 경우 천장에서 내려온 무수한 파이프의 끝이 잘 깎은 연필심처럼 뾰족합니다.

게다가 파이프는 수직으로 내려오지 않고,

사선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어 더 불안한 느낌을 주지요.

한곳에 정박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 것일까요.

파이프의 뽀족한 끝은 그런 '노마드 인생'을 표현한 것일지, 생각해봅니다.

또, 〈정원〉에서 사용된 알록달록한 원색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색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는 현대인의 '보통의 삶'을 상징합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 작가님의 눈에 띈 작품,

'꽃과 나무로 피어난 플라스틱의 상상력'을 담은 최정화 작가의 〈꿈나무〉입니다.

무, 바나나, 사과, 옥수수 등 온갖 과일과 채소가 나무에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과 스타필드 코엑스몰 사이 연결 통로,

지하철에서 올라오면 평지지만 지상에서 보면 푹 꺼진 광장 같은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이 작품은 재료적인 측면에서 '혁명적'입니다.

거리 조형물들은 주로 석재나 브론즈로 만들어지는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또, 플라스틱으로 만든 과일, 채소 나무는 동심의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하나의 나무에는 하나의 열매만 열리는 법이지만,

여기 〈꿈나무〉에서는 온갖 과일과 채소가 하나의 나무에 한꺼번에 열립니다.

즉, 현실이 아닌 동화에서 가능한 일이지요.

이 〈꿈나무〉 덕분에 어른들도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 작가님은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도 주목합니다.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신축 사옥이었죠.

용산의 랜드마크가 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그저 덩치만 큰 건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꾸밈없이 당당하고 기품 있는 건축물이 서울 도심에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보통은 이런 규모의 대지 면적이라면 건물을 두세 동 짓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치퍼필드는 대지 위에 거대한 큐브 하나만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파격적입니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단일 건물인데요,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치퍼필드는 조선시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합니다.

"백자에는 조용히, 그러면서도 당당히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장방형의 당당한 형태, 희디흰 색의 순정한 맛,

어떤 장식도 없는 단순미 등을 통해 달항아리 이미지를 추상화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보면, 달항아리의 어진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주 단순한 입방체 형태가 경쟁하듯 뽐내는 주변의 마천루 빌딩을

어머니처럼 푸근하게 품고 있기 때문이죠.

《거리로 나온 미술관》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거리에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작품들에게 눈길을 한 번씩 더 주어야겠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공부를 했으니, 이전보다는 눈에 들어오겠죠?

또, 거리 위의 작품들이 이렇게 깊은 사연과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우리도 작품을 하나하나 쓸 때마다 심혈을 기울이는 것처럼,

이 작가들도 수만 가지의 생각을 했을 거예요.

공공미술은 24시간 연중무휴 간판을 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면 공공예술 작품들이 다가올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