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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평점 :
집중하고 또 집중해라.
결국 '단'에서 말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가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한가지에 집중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가 그 일의 성과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나만해도 한가지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같이 하려고 시도하고, 또 그런 것이 일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보고서를 하나 작성하면서 메일을 확인하고, 카톡을 확인하고, 문자를 확인하고, 스팸전화 및 여러 걸려오는 전화를 확인한다. 주위가 약간 시끄러우면 집중한다는 이유로 음악을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를 쓰기위해 집중하는 실제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다. 결국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에 멀티태스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때, 이것이 최근의 내 문제가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멀티태스커의 문제는 도대체 집중을 못하는데 있었다. 늘 자신 앞의 모든 정보를 빨아들이지만, 그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면 결국 어느것도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변환경이 이렇게 만드는 것인지, 그냥 내 삶이 이렇게 산만하게 되어버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도 한편으로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한쪽에는 EPL의 중계를 틀어놓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나는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있는가? 최근에 들어서 더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의 결과물은 항상 들인 시간과 비례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루종일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자러가기 한두시간전에 떠올라서 짧은 시간안에 처리해 본 기억, 몸이 피곤해서 한두시간만 하고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몸의 피곤과는 상관없이 일일 잘되서 결국 날새서 처리하고 들어갔던 기억. 이러한 것들이 결국 '집중'의 문제라는것을 최근 들어서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집중'의 문제가 해결되면 '단'에서 이야기 하는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를 할 수 있게 된다.
10년 전에는 애플의 제품을 알지도 못했던 내가 현재 아이폰을 쓰고, 맥북을 쓰는 이유와 같다 랄까. 물론 한국의 환경은 맥북을 쓰기에는 친절하지 않다. 사이트 하나를 열려고 해도 사파리를 지원하는 곳은 많지도 않고, 심지어는 사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트도 있다. 하지만 애플 제품이 가지는 단순함의 매력에 끌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핸드폰 종류만 보더라도, 삼성이 1년에 쏟아내는 제품이 상당히 다양한 반면에 애플은 1년에 1개의 제품만을 발표하고 있었다. 아이폰 6와 6+가 동시에 나오면서 이 공식도 깨지기는 했지만. 현재의 아이폰을 쓰기 전에 삼성 핸드폰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출시한지 6개월만에 끝나버렸다. 사용하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 개발자들이 그쪽으로 다 옮겨가버린 느낌이랄까.. 물론 최근의 핸드폰 교체주기가 빨라짐에 따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지만, 삼성이 제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사실이었다. 다양성을 유지해서 제품의 선택폭을 늘려주는것은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데 혼돈을 주게되면 단순화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단순화로 인한 실패의 사례로 포드의 사례를, 그 단순화를 공략하기 위한 GM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 어느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삼성의 핸드폰 시장 공략에 대한 느낌만 보면 결국 제품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어느정도의 제품군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제품에 집중하여 버릴것은 버리고, 몇개의 기준을 세운후 지켜야 하는 3가지 원칙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원칙을 지킬 수 있는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학문과 교류하게 되면 가끔은 이러한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까지해서 얻는것이 있느냐고. 경제학은 분석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론이 발달했지만, 이러한 방법론의 발달로 인해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수식의 복잡성을 가지고 나온 결과와 단순하게 분석한 결과가 같다면 굳이 복잡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Simple is Best. 알고 있고, 그렇게 노력하려고 하지만 분석해놓은 결과를 보면 나조차도 어지럽게 정리된 것이 사실이다.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할 수 있으면서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말로는 쉬운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더 어려운 단순함.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