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치열한 두뇌싸움





  저는 원래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그것에는 꽤나 복잡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흥미위주의 문학이라고 치부해서 였기도 했고 순수문학을 멀리하게 될까 두려워서 였습니다. 사실 이런 편독때문에 꾸중도 많이 들었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굳어있던 머리가 편안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며칠간 지속되었던 난독증 비슷한 증세도 완화되었습니다. 추리소설이 인기있는 이유를, 제가 두려워 했던 매력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히시가노 게이고(東野圭吾) -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1985년 <방과 후>로 그 해의 가장 뛰어난 추리 작품을 쓴 신인작가에 수여하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데뷔작의 성공 이후 전업 작가로 자리를 굳히고,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동안 60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 중 14편이 드라마화 됐으며, <호숫가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비밀>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1999년에는 <비밀>로 제 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 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초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그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레몬>, <편지>, <백야행>, <비밀>, <환야>, <숙명>, <붉은 손가락>, <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 등이 있다.

  추리소설은 어렵다-라는 게 제가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에대한 편견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단순한 '수용자'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어 멀리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사람들이 추리소설을 찾는 이유는 반전의 짜릿함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치열한 두뇌싸움끝의 반전, 그리고 갑자기 밝아진 시야. 그것의 매력은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전의 저릿함은 책을 다시 통독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답니다.






2. 인연과 수식 




  수학자인 주인공은 전개과정에서 치열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모녀를 지키기 위해 만든 치열한 자백. 그 철저한 '수식'에 의한 전개는 숨막힐정도로 딱딱 들어맞았습니다.
  하지만 그 수식이 있게한 '인연'은 철저하게 인간적입니다. 그 '인연'덕분에 주인공이 '헌신'하게 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단순히 추리소설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은 이런 부분에서 했답니다. 작가는 추리소설의 틀을 빌려 인간을 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연을 찾게 되는 동시에 헌신하기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연민마저 떠오릅니다.

  인연을 지키기위해 수식하는 자. 그 모습을 인간적이라고 이야기해야할지 냉혈한이라고 이야기해야할지 진심으로 고민하게 해준 책입니다. 






3. 용의자 X의 헌신







현재 상영중인 용의자 X의 헌신

  포스트가 어두컴컴하면 일단 거부부터하는 요상한(.,) 영화 취향때문에 눈에서 벗어났던 영화가 <용의자 X의 헌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도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원작을 보고 영화는 보지 않는 주의이지만 소재 자체가 영화적이고 박진감 넘쳐서 영화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점도 꽤 괜찮은 편이더군요)

 상영 종료되기 전에 한번 찾아가 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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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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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장미도둑>이란 책에게 별 네 개 밖에 주지 않은 건 작품 질의 문제가 아니라 비교열위에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철도원>을 읽고 너무 큰 기대를 한 거 같다.
 책을 보내주신 언니도 <철도원>만큼은 아니라고 편지에 적어두셨다. 그만큼 철도원을 재밌게 읽었단 말이다. <장미 도둑>은 철도원보다 눈물이 부족했다. 건조한 눈으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철도원>에서 느낀 감동을 배제한다면 분명히 별 다섯개짜리 리뷰가 되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산문집 <장미도둑>은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개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표제작인 "장미 도둑"이었다. "죽음 비용"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단편이었다. "수국꽃 정사"도 꽤 마음에 드는 단편이었다.

  첫 번 째 위치한 "수국꽃 정사"는 정리해고를 당한 사진기사 기타무라가 주인공이다. 그는 퇴직금으로 낙후된 온천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춤을 추는 릴리를 만나게 된다. 릴리가 근무하는 곳에는 여든살 먹은 닷짱과 그녀만이 남아있었다. 가타무라는 라이브쇼를 거절하고 릴리를 사진찍어준다. 그리고 여관으로 들어간 둘은 정사(情死)를 결심한다. 그들은 죽으려했지만 릴리의 고용주 닷짱의 자살로 흐지부지된다. 돌아가는 길, 릴리를 만나게 된다. 릴리는 가타무라가 찍은 사진 세장을 자신, 닷짱의 관, 가타무라에게 나누어준다. 가타무라는 사진기사다운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건네준 사진을 들여다보며 가타무라는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불명확함이 촉촉하게 젖은 비오는 밤과 그 어둔 밤에 정박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장미 도둑>~수국꽃 정사~55p

만약 죽는 순간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면 자네는 얼마를 내겠나? <장미정원>~죽음비용~105p
  "죽음 비용"은 성공한 사장인 오우치 소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고야나기는 죽음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얼마나 낼 수 있냐는 얘기를 하고 1년후 잠을 자며 눈을 감는다. 그건 분명 그 기업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오우치 소지는 그곳과 접촉한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이 쌓아올린 부의 탑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쓰러지면서 알게 된다. 그는 기업과 접촉하려했지만 그 기업은 이미 문을 닫은 채였다. 그는 마지막 죽음을 비서인 미야코와의 환상을 보며 마친다.
이렇듯 행복하게 저승에 갈 수 있게 해준 보답을 치렀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구나 <장미 도둑>~죽음비용~151p

  표제작 "장미 도둑"은 내가 흔히 쓰는 말로 '귀여운 소설'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의 편지글과 관찰으로 이끌어나가는 이 단편은 화자가 화자인터라 정말 귀엽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나의 아빠는 먼 항해에 떠나있다. 나는 그런 아빠에게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에 장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장미를 지키기위해 밤을 지키기도 했지만 미나미선생님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방에 들어가보자 그 꽃이 그곳에 있었다. 미나미 선생님은 여러 부인들을 욕보인 터였다. 나는 그 선생님의 만행을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디에게 보낸 순수한 편지덕에 가정을 지킬수있었다.
소중한 장미꽃을 단 한 송이도 도둑맞지 않도록 마미와 둘이서 똑똑히 지키겠습니다. 부디 안심하세요 <장미도둑>~"장미도둑"~254p

  <장미 도둑>의 책을 리뷰하면서 살짝 떠오른 내 입가의 미소를 느꼈다. <철도원>에서 같은 눈물이 없던 것은 그 부분을 웃음이 채웠기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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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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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중문학의 정점에 있는 나오키상 수상작 <GO>는 예전부터 읽으려다 읽지못한 책이라 선물 받았을 때 두근거렸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에도 그 이름만으로 두근거렸던 거 같다. 그렇기에 내용에 적잖이 놀랐다. 재일교포 이야기였다. 작가후기를 보니 자신을 '한국계 일본인'으로 칭했다는 말이 나온다. 유머있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재일교포인 주인공은 중학교까지 북한 쪽 학교를 다니다가 일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싸움에 소질이 있는 주인공은 일본 고등학교에서도 많은 싸움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어떤 여자아이를 본다. 그 아이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가 죽고 여자아이와 주인공은 여관에 간다. 그때 주인공은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밝힌다. 후에 만나게 된 여자아이는 주인공을 처음봤던 이야기를 하며 화해한다.

  사실 앞부분은 작가 프로필과 거의 흡사하다.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소련계 초중학교를 다니던 그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와 책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전향과 함께 매국노 소리를 들으며 일본인 학교로 전학 간 후에는 다시 한 번 일본인들의 차별을 감수해야했다" 자신이 핍박받던 그 현실을 이렇게 위트있고 가볍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능력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봤다.

  핍박받는 존재의 글이 언제나 우울하고 늘어진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를 웃음으로 이겨내는 사람이 어디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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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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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블로그 돌아다니다가 서평을 봐둔 <히말라야 도서관>이 도서실에 있길래 뽑아들었다. 도서실에서 800(문학)번대가 아닌 책을 뽑기도 오랜만이었다. 도서부 친구가 "이제 문학 쪽에 볼 거 없나보지?"하고 웃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 편독이 다른 사람 눈에도 보였나보다.

  작가 "존 우드"의 이력은 감탄할만 하다. 안정된 직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나와 '네팔을 위한 책(2001년말 룸 투 리드로 바뀜)'을 설립, 네팔에 도서관과 학교를 세우는 일에 뛰어든다. 이름을 바꾸면서 배트남등등으로도 진출한다
 
  2008년 룸 투 리드는 도서관 2300개 학교 200개 컴퓨터 교실 50곳, 1700명의 소녀장학금, 백만권의 책을 세웠다. 무직의 사내가 열정만으로 뛰어들어간 자선사업판(?)에서 그는 확실하게 자리를 다졌다.

  존 우드를 네팔로 다시 돌아오게 한 건 "책을 가지고 다시 돌아와 주세요"란 네팔 선생님의 이야기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말과 그 말을 들은 한 남자의 열정이 수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을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처럼 뛰쳐나올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이 세상이 그나마 버텨나가는 건 아닐까 싶다. (심지어 이 책의 인세도 어느 베트남 젊은이의 교육비로 나간단다) 그를 존경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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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질주하는 법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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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증명할 것은 앞에 있다.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역시 서양쪽 책들은 제목이 매력있다. 내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건 인정한다. 친구들과 같이 서점에 가면 아이들은 늘 외국문학에 먼저 손을 뻗는다.

울어도 괜찮아. 때론 눈물이 상처를 씻어주니까...

  각설하고. 쉽고 빠르고, 재밌게 읽힌 책이다. 특이하게도 '개'가 화자인 소설이었다. '개' 앤조는 '배워가는 개'다. 배울 것을 다 배우고 준비가 끝난 개는 다음생에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엔조는 믿는다. 엔조의 주인인 데니는 카레이서다.(직업은 정비공) 그는 이브와 결혼하고 조위를 낳는다. 이브는 뇌종양에 걸리게되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조위의 양육권으로 그의 장인장모와 대립하게 된다. 그는 재판에서 이겨 양육권을 갖게되지만 준비가 모두 된 개 엔조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장거리 레이스에서 겨우 첫 바퀴를 돌았을 뿐

  처음에는 인생을 가르치려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엔조에게 동조하게되면서 빨려들어갔다. 엔조가 준비를 마치고 눈을 감을 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요즘 책을 읽으며 부쩍 우는 날이 많아젔다.

  어쨌든. 책을 덮으면서 기분 좋아지고 상쾌한 책이었다. 난 전생에 준비를 끝마친 한마리 엔조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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