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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ㅣ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이사 후 처음으로 방문한 아주대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병원 앞에 있는 약국에 들렀다. 한참을 기다려 약을 탔다. 어느새 빗줄기가 땅을 때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머리 위로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종종 봐오던 헬리콥터와는 뭔가 달랐다. 선명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아 저게 닥터헬기인가?’ 하고 생각했다.
"응급헬기가 인계점(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착륙을 허가받은 지점)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구축돼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10월 24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은 우리나라 응급헬기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요즘 방송가에서도 섭외 1순위라는 그가 두 권짜리 책을 냈다. 그만큼이나 최고로 ‘핫’한 책 바로
『골든아워』다. 나는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로 책도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는 잘 읽지 않는데 이 핫한 의사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그 요란했던 닥터헬기만큼이나 문득 궁금해졌다.
이 책을 다 읽은 내 느낌은 한마디로 ‘갑갑하다’ 정도일까. 그가 마주하고 있는 처절하기까지 한 현실은 우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말이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속살을 들킨 듯 어디론가 숨고 싶을 정도이다. 이국종 교수는 종종 헬기소음에 관한 민원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날에는 출동하는 헬기 기장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까지 왔다고 하니….
일견 빈번한 헬기 소음에 민원을 넣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어떨까? 그 헬기에 내 가족이 타고 있다고 말이다. 그 환자가 바로 내 가족이라면 그 소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닐 것이다. 중증외상환자는 ‘골든아워’인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이승의 문턱을 넘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 교수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2014년 4월 16일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 헬기를 타고 그 현장 바로 위에 떠 있었다. 무전에서는 영공을 벗어나라는 경고만 받았다고 한다.
“매일 매일 세월호가 터진다”
그는 선진국의 중증외상센터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소위 국민적 관심을 받은 환자인 석해균 선장이나 북한군 병사의 목숨을 살려내면서 우리나라 의사들 중 가장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또, 일부에서는 영웅으로 떠받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자기 같은 의사가 미국, 영국, 일본에는 수없이 많다고…. 잘 자리 잡은 시스템 안에서는 자기 같은 의사, 아니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의사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이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의과대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대로, 선진국에서 배운 대로, 그저 원칙대로 환자를 살리려고 애쓰는 의사일 뿐이다.
그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나는 서문 앞의 ‘정경원에게’라는 짧은 문구가 그가 왜 이 책을 썼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이국종 교수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였고,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 냉소를 보내면서도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듯도 보였다. 정경원은 그가 처음으로 받아들인 제자이자 동료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쩌면 누군가는 제2의, 제3의 정경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칼을 쓰는 사람입니다”
이국종 교수가 들려주는 ‘칼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