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마른 아들 핑계로 요즘들어 아이들에게 고기를 많이 먹이고 있어요(그래도 다른 집보다 적을지 모르지만).
덩달아 저도 빈혈이라 고기 좀 먹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채식과 동떨어진 생활에 익숙해지려는 찰나
이 책이 저에게 왔네요.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깜찍한 사이즈예요.
이렇게 아담하고 귀여운 책, 참 오랜만입니다.
작지만 채식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가득 담고 있어서
채식 입문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질적인 채식 방법과 마음가짐 둘 다에 있어서요.
초반부에 채식 용어도 알려 주는데요,
어렴풋이 알던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되어 좋았네요.
'비거니즘'이란 단어는 식단뿐 아니라 동물에서 유래하는 모든 제품을 거부하는 생활양식이라고 해요.
동물원에도 가지 않는다고 하네요.
동물원에서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을 가끔 봤던 저는 그 당시에는 그냥 동물들이 안됐다고만
생각했어요. 광활한 초원이나 숲이 아니라 작은 우리에 갇혀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하이에나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는 동물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래를 모색하면 좋겠어요.
'종 차별주의'는 무의식중에 특정 종의 권리가 우선한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해요.
흔히 인간과 개, 고양이가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중국 위린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는 끔찍하다고 말하면서 공장식 축사에서 사육한 돼지가 트럭에 한가득 실려 도살장에 끌려가는 현실은 정상이라고 생각하죠.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에 속하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나 또한 그렇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종 차별주의를 거부하게 된다면 저절로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되겠죠.
'프리건'은 생태 보존을 우선순위에 두고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거라고 합니다.
이미 생산되어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는 고기나 동물성 제품은 소비한다고 해요.
아무래도 저는 '프리건'쪽에 마음이 가네요.
책은 채식을 하면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에 관해서도 알려주는데요.
비타민B12는 채식주의자가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소라고 소개합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김이나 해조류에 이 영양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조금은 걱정을 덜어도 되겠어요.
그리고 저는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단순히 먹는 순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이 아니라, 먹고 2~3시간이 지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을 찾아보세요.'
먹고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은 참 많죠.
각종 과자류나 고기, 빵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을 먹고 나면 저는 속이 더부룩해지거나 소화불량에 걸린 느낌 그리고
아이들에게 화도 잘 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에 먹고 나면 항상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곤 해요.
차라리 행복하게 먹고 행복한 기분으로 지내면 좋은데,
마음 한편에서 자꾸만 죄책감을 느끼도록 부추깁니다.
동물에 미안한 마음이 제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거겠죠.
그러면서 고기 먹으면 맛있다고 느끼는 아이러니.
오늘은 버스를 타고 수원에 다녀왔는데요.
버스 TV 화면에 육회를 썰어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는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들던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어요.
책에는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데 유용한 팁들이 참 많아요.
하지만 번역서이다 보니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책에 나오는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책에서도 말하지만
유명한 채식 레시피를 따로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채식 레시피를 찾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인간인 동물과 인간이 아닌 동물 모두를 위해"
"For the animals - human and nonhuman alike"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