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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20331988348
사실 지금에 와선 작가에겐 정말 너무나 미안한 얘기지만, 이 책을 본 순간의 느낌은 '유치해보인다'였다. 귀여움 가득한 토끼 캐릭터가 처음인 나에겐 그저 낯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책을 받아 들고도 차일피일 읽기를 미뤄왔다. 그러다 책을 집어들고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다시 보였다. 유치하게만 보였던 토끼 베니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끝내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감성을 가득 담아 만들어낸 기적 같은 그림이었다.
이게 어째서 기적이고, 대체 어쨌기에 차가운 현실이었냐면, 그림 그리는 게 취미이자 업인 구작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렸을 적 열병을 앓았고 그후로 계속 귀가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아 말도 못했던 그녀는 엄마가 입 끝에 설탕을 발라 혀를 굳지 못하게 했고, 목에서 느껴지는 떨림으로 발음을 익혀 겨우겨우 말을 텄다. 남들과 달랐지만, 똑같은 교육을 받길 원했던 가족은 그녀를 보통 초등학교에 보냈고, 선생님의 '앉으라'는 지시에도 혼자서만 우뚝 서 있는 경험들을 계속해 와야 했다. 겨우겨우 버텼지만 결국 고등학교를 퇴학해야 했고, 자신의 몫을 해내기 위해 가장 좋아했던 그림그리기에 전념하게 된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남들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혼자서 작업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열심히 살던 그녀에게, 보란듯이 그림은 그녀에게 구원이 되어 주었다. 싸이월드의 스킨작가로 데뷔하게 됐고, 피겨선수 김연아가 그녀의 그림을 메인스킨으로 해놓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렇게 그림을 통해 희망을 맛보지만, 싸이월드는 시들해졌고, 그녀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만다. 이제는 빛마저 보지 못한다는 끔찍한 이야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빛마저 못 보게 된다는 그녀는 모든 걸 포기한 채로 눈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떠난 봉사활동에서 자신의 작은 그림을 사랑해주는 소년을 만나고 희망을 발견한다. 그리고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기 전에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현해나간다. 사이가 멀어진 친구와 화해하기, 가족들과 함께 여행떠나기, 극장에서 영화보기, 아끼는 책을 찾아내 읽기, 설리번 선생님 같았던 선생님을 만나기 등등.
이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한 사람에게 이다지도 가혹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내겠다는 작가의 의지와, 보면 볼수록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따스한 그림체는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나였다면 그녀처럼 환하게 웃지도 못했을 텐데, 그럼에도 밝게 웃는 그녀가 대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