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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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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yyn0521/220274186174

 

밥장의 책은 <밤의 인문학> 이후 2번째다. 이전에는 인문학을, 이번에는 여행을 다뤘다. CF나 벽화, 지면 등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만 그를 알고 있었는데, 여행자 밥장이라니. 일단 신선했다. 기존에 활동하던 전문 여행작가가 아닌 밥장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했다. 책을 꼼꼼히 읽어나가기 전에 먼저 책을 슥-하고 훑어봤다. 어떤 느낌의 책인가 알고 싶어서. 눈이 편안해지는 갈색과 하늘색의 표지는 땅과 하늘을 나타내는 것 같아 이 책을 살짝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엔 여행지의 풍경 사진과 그가 직접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여행지에서 모은 티켓, 영수증 등을 모아둔 사진이 있었다. 책의 문장은 차치하고더라도 각 페이지에 채워진 것들을 보노라면 꽤 공을 들인 책이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떠나는 이유>는 여행에 관한 9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정 한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를 들르며 느낀 그의 소회다. 총 9개의 단어는 1. 행운, 2. 기념품, 3. 공항+비행, 4. 자연, 5. 사람, 6. 음식, 7. 방송, 8. 나눔, 9. 기록이다. 이외에 '여행을 떠나며'와 '여행을 마치며'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곁들여 있다. 각 단어를 통해 저자는 어떤 여행을 추구하는지 알 수 있었고, 쉽게 접하지 못했던 곳의 여행지에 이야기가 더해져 깊이를 더했다(약간 마니아 틱했던 그의 취향이 마음에 든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여행지에 대한 루트,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저 여행과 어울릴 만한 재즈를 소개해주는가 하면, 그가 읽은 감명 깊은 책들이 조금씩 글에 소개되어 있다(각 장이 끝날 때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음악'이라는 스페셜 페이지가 있다!).

처음에 눈으로 스윽 봤던 그림들은 글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려준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났던 풍경, 사람, 음식 등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재밌다' 했던 부분은 '음식', '나눔', '기록'이었다. 뜨거운 더위가 곳곳에 스며드는 가운데 '빈탕' 맥주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그의 이야기는 밤에 '맥주'가 절실해지게 만들었다. '나눔'은 지구촌의 빈부격차에 따른 빈민들의 이야기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는데, 평소 빈민을 도우며 살진 않지만 그래도 해하지는 않지 않냐며 자위하고 있던 내게 굉장한 자책감을 주기도 했다. 빛나는 다이아가 사실은 아프리카인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 겨우 구축한 학교가 내전으로 사라지는 것, 소말리아에 해적들이 상주하는 것 등 이것들이 정말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기록'은 밥장이 아끼는 몰스킨에 여행을 하면서 써내려간 내용의 이야기다. 그냥 끄적거리는 게 좋아서 이렇게 블로그에도 글을 올리고 있는데 '기록'을 통해서 왜 글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를 좀 더 확고히 하게 된 것 같다. 마젤란이 최초로 세계일주한 여행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기록 덕분이니까.

 

사실 이전 <밤의 인문학>을 읽었을 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그가 갑자기 생뚱맞게 웬 '인문학'이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떠나는 이유>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상쇄되었다. 천편일률적인 여행책 사이에서 특별한 여행책을 만난 것 같아서.


 

11p.

그림만 생각해도 가슴이 뛰었는데 어느새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된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만 남았습니다.

 

11p.

아랍의 어느 격언에 따르면 인간은 '움직일 수 없는 사람'과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움직이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155p

『파워 오브 아트』를 쓴 사이먼 샤마는 예술의 힘이 경탄의 힘이라고 하였습니다. 감동과 경탄 그리고 '뻥'이 작품을 만듭니다. 하지만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압도적인 풍경을 만나도 '텔레비전에서 본 거랑 똑같네' '지난번에도 왔는데 뭘' '좋으니까 관광지가 된 거지 뭐'라며 시큰둥하기 일쑤입니다. 어딜 돌아다녀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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