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버리고 어떻게 살 수 있겠어? 과거가 사라져 버렸는데 이게 바로 우리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안 돼. 그냥 버리든지 태워 버려. /그들은 자리에 앉아 물건들을 바라보며 기억 속에 그 모습을 새겼다. 문밖에 어떤 땅이 있는지 모르는 건 어떤 기분일까? 밤중에 자다가 깨어나서 버드나무가 항상 있던 자리에 없다는 걸 깨달으면 기분이 어떨까? 버드나무 없이 살 수 있어? 아니, 살 수 없을 거야. 버드나무가 바로 당신이니까. 거기 매트리스 위에서 느끼는 고통, 그 끔찍한 고통, 그게 바로 당신이야. - P177
어머니가 헛기침을 했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할 생각이 있느냐가 문제죠."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해요. 캘리포니아에도 못 갈거예요. 하지만 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내겠죠. 식구들이 여기 동부에 산 지 오래됐는데, 조드나 해즐릿 집안사람들이 음식을 나누어 달라거나, 하룻밤 재워 달라거나, 차를 좀 태워 달라는 사람을 거절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들있어요. 조드 집안에 못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도 그렇게까지 못되지는 않았다고요." - P203
트랙터는 죽어 있으므로, 너무 쉽고 효율적이다. 일에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쉽고, 땅을 경작하면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효율적이다. 경이가 사라지면 땅과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정함도 사라진다. 트랙터를 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땅을 알지 못하고 땅에애정도 없는 이방인만이 느낄 수 있는 경멸이 자라난다. 질산칼륨이나 인산염이 곧 땅인 것은 아니니까. 목화에서 뽑아낸긴 섬유도 땅 그 자체는 아니니까. 탄소가 곧 사람인 것은 아니다. 염분도, 물도, 칼슘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이 모여야사람이 된다. 하지만 사람은 이 모든 것의 합보다 훨씬 더 큰존재다. 훨씬 더. 땅도 하나하나의 성분들보다 훨씬 더 큰 존재다. 화학적인 구성 성분보다 훨씬 큰 존재인 인간이 땅 위를걸으며 쟁기로 땅을 갈아 돌을 골라내고, 운전대를 조종해서땅 위로 불쑥 솟아오른 바위들을 슬쩍 넘어가고, 땅 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구성 성분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인 인간은역시 구성 성분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인 땅을 잘 알고 있다. - P228
붉은 태양이 지고 땅 위에는 빛나는 황혼이 남았다. 식구들의 얼굴이 그 빛을 받아 밝게 빛났고, 하늘의 빛이 식구들의 눈에 반사 되었다. 저녁노을이 모든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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