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규호.그게 내 소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보면 갑자기 바람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관심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를 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마치 우주를 안고 있는 것처럼.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손에 뭔가 닿은 것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너무 애쓰지 마. 어차피 인간은 다 죽어.그게 엄마가 할 말이냐고, 묻고 싶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사실 내내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지 않았냐고, 물어봐야만 할 게 있지 않냐고, 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