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사색하다
주대환 지음 / 산책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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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 출판된 때가 2008년 11월이다. 저자는 이 해에 민노당 분당 사태 때 당적을 정리하고 탈당을 하였다. 민노당 분당 사태의 핵심 중에 하나인 '일진회 사건'과 '종북주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미 책 제목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 그렇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인정한다. 그리하여 '건국'이라는 표현에도 불편감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를 변호하고 긍정한다. 이러한 면만 보면 저자가 순전히 한국의 보수우파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인데, 저자는 70년대 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진보운동을 해온 잔뼈 굵은 좌파 운동가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떠한 면에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농지개혁, 여운형과 조봉암, 데카르트 등 등...  책 전체에서 저자는 이 것들을 근거로 대한민국이 분명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가능성도 분명히 있는 긍정적인 사회라는 것을 꾸준히 역설한다. 나는 저자의 이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잠시나마 위로하고 희망을 꿈꿀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저자는 직업 운동가이자 정당인이었기 때문에 학자들처럼 한국 사회를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묘사하고, 판단하는 것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학자들의 분석과 대안을 현실적으로 실천하고 행동해 본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별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정치와 동떨어지게 보이는 데카르트 이야기였다. 저자가 학생 시절에 탐독하였던 데카르트. 이후에 그의 정치적 실천과 가치판단에 굳건한 기준으로 작용하였던 데카르트의 합리적인 철학은 그의 정치이념의 기초이다. 꾸준하고 긴 정치활동을 통해 데카르트 철학에 대한 그의 신념과 철학은 깊어졌고, 결국 성선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데에 까지 도달한다. 그는 더이상 공산주의 사회가 가정하였던 성선적인 인간론을 믿지 않는다. 대신에 성실하게 회의하고, 비판하여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실현하길 원한다. 그래서 그는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한다. 

  지금은 2009년이고, 4.29 재보선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후보단일화로 국회의원 1명을 당선시켰고, 전라도에서는 민노당 후보 3명이 기초의원과 단체장 선거에 당선되었다. 저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년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대연합이라는 과제를 이루기 위해 양 당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즘, 제3세력으로 자립했던 저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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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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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집게 된 것은 제목와 광고카피에 이끌려서이다. 특히 광고카피가 인상적이었는데, 요지는 이러하였다. 보통 우리가 '고민'에 대해 갖는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인데, 이 책은 고민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당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나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던 듯 싶다. "꼬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라는 책 뒤에 인쇄된 광고카피와 강준만의 추천글 등이 책을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또한 재일교포 출신 최초의 도쿄대 교수라는 저자의 약력 또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감정 등이 잘 묻어난다. 책에서 저자는 크게 2가지를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하나는 재일교포인 저자의 삶이고, 둘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라는 근대를 살아간 지식인 2명이다. 저자는 이 2가지가 약 100년이라는 시간차를 가지고 있지만, '근대'라는 주제를 통해 서로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100년 전과 100년 후인 현재는 사회적인 면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 100년 전의 두 인물을 공부하는 것은 바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과 대안설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고로 저자를 통해 두 사람의 이론과 책들을 간접적으로 접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저자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들의 저작을 깊이있게 탐독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연 나는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가라는 자문을 해보았다. 없었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을 동안에 차라리 저자가 나쓰메와 베버의 책을 읽은 것처럼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의 책을 더 볼 걸... 결국 저자가 나에게 준 가르침은 이 것이었다. 더 이상 많은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는 욕심을 버려라. 무한히 얕은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은 가치가 없다. 뭔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사람, 학자를 알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그런 탐색의 작업만 할 수는 없다. 이제는 탐색의 작업은 중지하고, 내가 지금까지 탐색하고 만나왔던 인연 속에서 선택을 하여, 깊은 공부를 하자.  

  저자에게 나쓰메와 베버라는 화두가 있다면, 나에게도 그런 화두가 있을 것이다. 책 욕심이 많아 읽지도 못할 책들을 빌리고, 산 적이 한 두 해가 아니니 화두를 정하자면 후보군은 적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얕은 지식의 양에 현혹되지 말고,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력을 기르자. 오래지 않은 미래에 나에게도 나쓰메와 베버와 같은 존재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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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song 2009-05-2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어린 분 같은 데, 그 사려 깊음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전 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이 책에 끌려 읽고 난 후, 슬며시 화가 났었거든요. '번역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각 장별 주제에 접근하는가 싶으면 그냥 끝나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허무함을 넘어 '나도 화두로 삼을 만한 대상을 가져야겠다'고 깨닫다니..훌륭하십니다. 그런 자세로 생활하시면 반드시 님께 적합한 좋은 진로를 찾으실 거예요. 성공하세요!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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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나는 책을 굉장히 꼼꼼히 보는 편이다. 이런 습관에는 나름대로 그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뜻밖에도 글쓰기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잘 쓴 글을 보면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올랐고, 그 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한 가지 수단을 생각해냈다. 그 것은 다름 아니라 잘 쓴 글을 최대한 꼼꼼히 천천히 읽어 나의 표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 글을 읽을 때 내용과 의미보다는 그 표현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작문 실력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이러한 습관을 만들었을 뿐, 따로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어리석은 허영심이었다.

  게다가 더 안 좋았던 것은 이 새로운 독서방법에 대해 그 후 냉철하게 평가하고, 되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히 이 방법은 내용 이해에 있어 큰 방해가 되었음에도 나는 맹목적인 환상에 젖어 이 방법을 계속 고수했다. 특히 대학에 들어와서 많은 전공서적과 고전, 교양서들을 읽을 때 이러한 비효율적인 독서방법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 듯하다. 눈 앞에 보이는 현실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방만함이 독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던 차에 최근에 속독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나의 독서방법에 문제를 느껴 관련된 책을 찾던 중에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은 자신을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묘사하는 작가답게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식견이 돋보인다. 처음에 약력과 작품에서 ‘일본공산당 연구’를 썼다고 해서 눈에 띄었는데, 그 외의 작품들이 인문계뿐만 아니라, 과학계열까지도 아우르고 있어 언뜻 보기에도 ‘다독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우선 다독가이다. 엄청난 양의 책을 사고, 읽어치우는 독서계의 ‘식신’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사람이 다독을 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질’을 위해서다. 즉, 양질의 정보와 책을 접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후보군들을 가능한 많이 접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양서를 고르는 안목과 감이 생기고, 그 것을 바탕으로 폭넓은 독서와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먼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할 때 입문서를 고르는 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보자.

   

  이런 교과서적인 입문서를 세 권 정도 골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경향이 서로 다른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과학 계통의 분야에서는 같은 문제를 다루더라도 저자의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내용이 기술된 책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맑스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기술하였는지, 근대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기술하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경제학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p. 71

 

  다음은 그렇게 고른 입문서들을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정독할 필요는 없다. 메모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의욕이 앞서게 되면 분명 도중에 좌절하고 만다. 메모를 하면서 정독을 하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이틀씩 걸릴 수 있다. 입문서 한 권을 정독하기 보다는 입문서 다섯 권을 가볍게 읽어치우는 편이 낫다. 메모를 하지 않아도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다른 책에서도 반복하여 언급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메모를 하는 대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해두는 방법이 더 좋다. -p.76

 

  다음은 저자의 독서법 14가지 중에 나에게 절실하게 다가웠던 항목을 발췌했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마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 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p. 81~82

 

 다음은 속독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다.

 

  먼저, 본질적으로 시간 보내기용으로 만들어져서 취미 성향이 강한 내용을 기본으로 한 책은 본래 속독이 불가능하며, 속독으로 읽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된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데 먼저 마지막 장면을 읽고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아 버린 다음에 읽으면 어느 정도 속독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p. 220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 단어가 표현하는 그대로 문장을 읽거나 문장이 표현하는 그대로 책 전체를 읽으려 하지 말고, 책 전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그 흐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장 단위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한 뒤 절 단위로 좀더 세세한 흐름을 파악해 간다. 이런 과정을 속독처럼 하고 싶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읽지 말고, 단락 단위로 단락의 첫 문장만 차례차례 읽는 것이다. 300쪽의 책이라도 15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으며 책장을 넘기면서 대충 한 번 훑어본 것과 똑같기는 하지만, 이 것만으로도 그 책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한 셈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쪽의 모든 쪽을 우선 대충이라도 한 번 훑어본다는 것이다.

                                                                                                  -p.224~225

  대략적인 책의 흐름을 파악했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 단계에서 그저 그런 책으로 파악되었다면(혹은 지금 자신에게는 그 책이 벅차게 느껴질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알았거나 저자와 생각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처음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더 이상 그 책을 읽지 앟는 것이 좋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은 되도록 빨리 가려내어, 읽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단호하게 멈추는 것이다.

  좀 더 그 책을 자세히 읽어 보고 싶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단락을 단위로 좀 더 세밀하게 읽어 보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세세하게 읽을 것인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혹은 자기 좋을 대로 적당하게 정한다. 내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눈이 머무는 것만을 읽고 지나간다. 
   

  이런 방법을 스스로 시도해 보면, 전체의 흐름과 키워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 그처럼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아주 세세하지는 않게, 단락 단위로 키워드가 나타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는 정도로만 하고, 더욱 세세한 것은 세 번째에 다시 읽는 방법도 있다. 정해진 규칙은 없다. 임기응변으로 하는 방법이지만, 읽기 어려운 책을 전부 읽어 보겠다고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도중에 그만두는 것보다는 몇 번이고 가볍게, 대략적으로나마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 결국은 그 책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세부적인 사항을 먼저 읽고 나서 전체적으로 읽는 일반적인 책 읽기 순서와 정반대로, 대략적인 ‘파악’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세세한 것을 파악해 가는 이 방법은 책 읽기 방법 그 자체를 바꾸어 버리는 셈이다.

                                                                                                    - p. 226~228

 

  속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전략적인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음악적 책 읽기’와 ‘회화적 책 읽기’라는 개념을 들어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먼저 그 책의 전체상을 파악한다. 머리말과 맺음말을 확실하게 읽고, 목차를 구조적으로 정확히 파악한 다음 책을 대충 넘기며 훑어본다면(적은 표제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한다면), 개략적인 전체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 책이 처음부터 음악적 책 읽기에 알맞는 책으로 판단되어 음악적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그렇게 읽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책이 그런 범주의 책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전체적으로는 회화적 책 읽기, 부분적으로는 음악적 책 읽기’라는 새로운 구조로 바꾸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p. 230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날 때까지 회화적 책 읽기 방식의 속독을 통해 선별을 거듭해 가야 한다. ‘차분히 읽을’ 가치가 없는 책까지 시간을 들여 읽는다는 것은 시간과 뇌의 수용 능력을 헛되이 낭비하는 일일 뿐이다.
                                                                                                     -p. 231

  결국 책을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책이 지금 나에게 어떤 책 읽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지 재빠르게 판단하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보며 전체를 읽어야 하는 책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깨닫고, ‘맛을 음미하며 즐기듯 찬찬히 읽는다’,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가며 정독한다’, ‘필요한 부분, 궁금한 점만을 찾아 읽는다’, ‘대충 책장을 넘기며 훑어보다가 눈이 머문 곳만을 읽는다’, ‘키워드 중심으로 정보만 읽는다’ 등 자신의 책 읽기 방법에 몇 가지 변화를 주면서 그 책에 맞는 책 읽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p. 237

 

  저자의 이러한 독서법은 이 책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최강 속독법’에서 소개한 3단계 독서법이 이와 유사한데, 나는 이 방법을 적용하여 이 책을 읽었다. 읽는데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는데, 이렇게 읽어보니 철저히 나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전체적으로 필요한 부분만을 보게 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책을 전체적으로 못 보고 부분적으로 파악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책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성이나 문제의식 없이 그저 책을 처음부터 읽는 것이 왜 핵심파악에는 도움이 안 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분명히 섭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책을 읽는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그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저자의 말처럼 우선 그 책 전체를 대충 훑어봄으로써 가능하다. 어떤 내용이 어떤 구조로 쓰여져 있는지 알아야 어디에 집중하고, 거기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이 서면 당연히 집중력이 늘어나게 된다. 
 

  이 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낀 것은 내가 정말 허영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것은 지적인 허영심인데, 결국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볼 수 있을지 솔직하게 평가해 보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 듯 싶다.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솔직히 평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나의 모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현재 모습을 긍정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를 계획할 때 독서의 즐거움 또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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