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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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집게 된 것은 제목와 광고카피에 이끌려서이다. 특히 광고카피가 인상적이었는데, 요지는 이러하였다. 보통 우리가 '고민'에 대해 갖는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인데, 이 책은 고민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당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나의 진로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던 듯 싶다. "꼬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라는 책 뒤에 인쇄된 광고카피와 강준만의 추천글 등이 책을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또한 재일교포 출신 최초의 도쿄대 교수라는 저자의 약력 또한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감정 등이 잘 묻어난다. 책에서 저자는 크게 2가지를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하나는 재일교포인 저자의 삶이고, 둘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라는 근대를 살아간 지식인 2명이다. 저자는 이 2가지가 약 100년이라는 시간차를 가지고 있지만, '근대'라는 주제를 통해 서로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100년 전과 100년 후인 현재는 사회적인 면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 100년 전의 두 인물을 공부하는 것은 바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과 대안설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고로 저자를 통해 두 사람의 이론과 책들을 간접적으로 접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저자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 들의 저작을 깊이있게 탐독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연 나는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가라는 자문을 해보았다. 없었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을 동안에 차라리 저자가 나쓰메와 베버의 책을 읽은 것처럼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의 책을 더 볼 걸... 결국 저자가 나에게 준 가르침은 이 것이었다. 더 이상 많은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는 욕심을 버려라. 무한히 얕은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은 가치가 없다. 뭔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사람, 학자를 알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그런 탐색의 작업만 할 수는 없다. 이제는 탐색의 작업은 중지하고, 내가 지금까지 탐색하고 만나왔던 인연 속에서 선택을 하여, 깊은 공부를 하자.  

  저자에게 나쓰메와 베버라는 화두가 있다면, 나에게도 그런 화두가 있을 것이다. 책 욕심이 많아 읽지도 못할 책들을 빌리고, 산 적이 한 두 해가 아니니 화두를 정하자면 후보군은 적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얕은 지식의 양에 현혹되지 말고,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력을 기르자. 오래지 않은 미래에 나에게도 나쓰메와 베버와 같은 존재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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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song 2009-05-2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어린 분 같은 데, 그 사려 깊음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전 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이 책에 끌려 읽고 난 후, 슬며시 화가 났었거든요. '번역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가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각 장별 주제에 접근하는가 싶으면 그냥 끝나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허무함을 넘어 '나도 화두로 삼을 만한 대상을 가져야겠다'고 깨닫다니..훌륭하십니다. 그런 자세로 생활하시면 반드시 님께 적합한 좋은 진로를 찾으실 거예요.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