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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굴라.오해 ㅣ 알베르 카뮈 전집 1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오해>는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작품의 핵심은 범죄와 폭로가 다 끝난 뒤에 마르타가 자신이 받게 된 가장 큰 벌은 ‘고독’이라고 말하는 것에 있다는 걸 다시 읽으며 알게 됐다. 고독. 돌아갈 집이 없음. 돌아갈 사람이 없음. 이 ‘여관 범죄극’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존 업다이크의 래빗 시리즈처럼 범죄를 인간의 확장과 연결시키는 게 카뮈의 테마 중 하나인 듯하다. <칼리굴라>는 특히 그런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만약 로마시대의 황제라면,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그때부터 무엇을 원하게 될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황제 칼리굴라의 가장 큰 미덕은 의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완전히 새롭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칼리굴라의 의욕이 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쿠데타와 더불어서 꺾인 것이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어쩌면 그게 주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