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2주

요즘 미국 영화들 보면서 뭔가 느끼는거 없으신가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자주 등장하던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의 영화들이

잘 안보인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 풍토가 완전히 사라진거냐하면

아직 그렇지도 않은 분위기던데.. 


아마도 같은 주제의 영화들은 계속 나오고 있겠지만

예전만큼의 큰 관심을 끌만한 영화가 아직 없다는 뜻이겠죠.

또 유색인종 출신으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신 분의 파워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 

스파이크 리 감독은 요즘 뭘하고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구..
 


사실 저도 처음부터 인종차별주의 영화를 즐겨 본 것은 아니에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체로 심각한 분위기에다 보는 동안에 마음도 편치가 않아서죠..

오래전 ‘폴링다운’이라는 영화를 봤다가..

괜히 한국인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보면서 울컥하더군요..

 
헌데 우연찮게 누군가의 소개로 알게 된 아래의 영화들을 보면서

새로운 시각, 새로운 접근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어요..

불편한 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봐야겠죠..

 다소 잔인한 장면도 있었지만.. 영화가 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와닿았어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선한 인상만 간직한 줄 알았던 에드워드 노튼이 정말 KKK단원같은 삐딱함과

카리스마적인 눈빛을 보여줘 큰 충격을 받았던 영화...

주제도 주제이지만 정말 노튼의 연기가 압권이었던..

그러나 인종차별주의의 갈등은 결국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절망적인 결말로 또 한번 마음 아파했던 영화였어요..


아버지, 형, 동생이라는 가족관계를 통해서 학습되고 전염되어 이어지던 흐름은

형의 출소 이후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

아마도 이런 상황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동생이겠지요..

에드워드 펄롱이 이때만해도 앳되어 보이고 괜찮았는데..

이후로 너무 망가져버렸어요.. TT
 

노튼이 감옥에서 경험한 상황은 어떤 의미라 생각되셨나요?..


제 상상으로는 단지 흑인이 더 관대하고 인정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색깔을 구별 짓는 것은 무의미할 뿐 결국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고 봤어요..

하지만 출소한 뒤 찾아온 친구들은 그런 노튼을 이해하질 못합니다..

그들은 백인은 친구, 흑인은 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도, 벗어날 수도 없지요..

이들이 모두 노튼처럼 생각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제 생각엔 ‘남북전쟁’이 재연되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패배를 하더라도

전쟁의 패배만 인정할 뿐

그들이 가진 관념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인정하지 않을 것 같네요..

이미 뼛속까지 뿌리내린 ‘이념‘이니까요..


영화 중간중간 등장했던 노을진 해변가에서 귀여운 아기가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모두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왜 서로 미워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정글피버-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바로 스파이크 리 감독이죠.

내놓는 작품마다 예사롭지 않은 날카롭고 직설적인 표현이 특징인데

전 그 분 작품 중에서 비교적 부드럽다고 보는 이 영화를 꼽고 싶네요..

멜로영화지만 특이한 것은 흑인남성과 백인여성간의 러브스토리로 전개된다는 점..

듣기로는 이런 일은 개방된 미국의 백인사회에서도

암묵적인 금기처럼 여긴다고 들었는데..

그러니까 백인남성과 흑인여성의 교제는 일반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바로 이런 백인남성 중심의 사회기반에서 나온 발상이야말로 인종차별을 두는

밑거름이 아닐까요..
 

게다가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신분 또한 영화에 중요한 의미를 둡니다..

흑인남자는 능력있는 건축가로, 반대로 백인여성은 이탈리아 빈민하층 출신으로

상반된 신분에 따라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로맨스는 결국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진 못한 채 끝나게 되었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이토록 차가운 냉대를 받는다는 것..

이는 다양성이나 다문화성에 대한 무지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예외가 아니지요..

영미권의 백인여성과 사귀는 것은 능력있다고 보면서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교제는 다소 깔보는 시선..

더 나아가서는 덩치도 있고 키도 큰 백인계열의 서양인에 대해서는 친절한 반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키도 작은 동남아시아인은 무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지요..

우리가 타국에 가서 똑같이 소수민족의 설움을 겪어본다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똑바로 살아라’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다소 직선적이고 과격한 표출을 보여준 것에 비해

 이 영화는 다분히 점잖은 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선호해요..

흑인남자를 맡은 배우가 웨슬리 스나입스인 줄은 당시엔 몰랐었는데..

몇 년전인가 그도 한국계 여성과 결혼했다죠?..

 

-마견-

최근에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흑인만 찾아 공격하게끔 훈련받은 개라는 설정이 정말 특이했던 영화...
 

그런데 정말 그런 개가 있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개가 무슨 죄가 있다고 마치 살인병기처럼 훈련시킨 것인지..

암튼 원제가 White Dog인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마견’이라 해석되었는데

정말 영화에 딱 어울리는 표현같습니다.

평소엔 순하다가도 흑인만 보면 두 얼굴의 헐크같이 정말 사납게 돌변하는 개의 연기가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리얼했으니까요..

포스터에도 등장하듯이 단단히 화가 난 듯 입모양이 심하게 일그러진 모습은 섬뜩해요..

 동물부분 아카데미 주연상이 있다면 반드시 수상했을 거에요..

흑인 조련사에게 서서히 길들여지게 된 개가 점차 혼란을 겪으며

우리 안에서 혼자 으르렁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사람처럼 내적갈등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30년전에 나온 오래된 필름이었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네요..

마지막에 조련사가 전투견을 훈련시킨 성과를 알기 위해

테스트를 실시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그 결말은.. 역시나 예상대로 안타까웠어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처럼 인종간의 갈등이 가져온 폭력성은 뿌리 뽑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결말.. 그것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결말이었지요..

인종주의의 추악하고 그릇된 의식은 그 개와 그 개를 새롭게 조련시키던

선한 사람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주고야 말았습니다..

왜 그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요?..

인종주의는 이렇게 무고한 제3자에게까지도 피해를 주는 악성괴질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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